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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림 초가의 점점낙수가 바위를 뚫고 선바람은 가는 달을 세운다.    
글쓴이 : 강희진    12-05-21 20:38    조회 : 3,808
 

 
우리 문화유산 한 발 더 다가가기 - 수덕사 소림초당-

소림 초가의 점점낙수가 바위를 뚫고 선바람은 가는 달을 세운다.

  소림초당, 덕숭산을 오르는 것은 누구나 정상을 가기 위해 오른다. 글쎄, 정상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그러나 오르다 보면 숨이 찰 무렵 작은 굴실이 하나 나온다. 길을 벗어나 고개를 외로 빼면 바듯이 초입이 보일 뿐이다. 갱진교 건너 바로 소림 초당이다. 선(禪)의 세계이다.
  우리네 인생도 살다가 숨이 차오를 때 가끔 고개 돌려 옆을 돌아다보면 덕숭산에 오르다 고개를 돌리니 뜻밖에 소림초당이 나오듯이 다른 세상이 펼칠지 누가 알어… 그 옆을 지날 때마다 그곳에서 이틀 정도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언젠가 인연이 있어 묵기를 청했으나 안타깝게도 안거 기간이라 사립을 열 수가 없었다.
  이 소림초당은 벽초 선사가 지은 토굴이다. 어느 날 스승 만공 선사와 정해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데 뜬금없이 한 마디 던진다.
  “저 곳에 수행처 하나 있으면 좋겠다”
 이 말 한 마디에 벽초는 바위 위에 얹혀 위태롭게 남아 있는 한 조각 흙덩이를 고르고 초가의 부재를 고른다. 실상 고른다기보다는 손닿는 곳에 있는 나무가 굽으면 굽은 것대로, 가지가 있으면 또한 그대로 지으니 후대인 우리가 보기엔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고만 한다. 이엉도 볏짚으로 올렸으니 초가요, 자연목의 창호는 봉창일수 밖에 이로써 뚝딱 정면 세 칸에 측면 두 칸의 토굴이 지어졌다.
 
  
드디어 만공선사가 주석하신 소림초당이 완공됐다.  화려함을 싫어하고 격식 있는 굴실을 마다하는 만공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벽초는 만공이 마음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마음종자였다.
 벽초는 11 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함께 수덕사에 들어왔다. 당시엔 수덕사 살림도 힘들어 젊은 만공이 탁발하러 청양까지 나갔는데 이들 부자가 가사를 붙잡고 사정해서 절집으로 데리고 와 제자로 삼는다.
  국가는 어지럽고, 농민을 돌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혼란한 정세에 밥 세끼 굶지 않으려고 찾아온 절집이었지만, 그는 나날이 만공의 뜻을 따르는데 어긋남이 없었다. 점점 날이 갈수록 근골이 굵어지고 체구는 장대해지더니 어느 덧 나이 열여덟에 장사가 되어 버렸다. 그는 법 공부 버금가게 일을 공부 삼았다.
  그의 손에 걸치면 못 드는 물건이 없고, 그의 손이 가는 곳은 개간이 안 되는 땅이 없었다. 환희대 옆에 선방 하나 지을 때 보통 장정 여섯 사람이 못 드는 바위를 혼자 옮긴 일화는 너무 유명하여 이제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그는 평생 지게를 벗지 아니하고 농사를 지었는데 그것이 어느덧 만공의 법을 잇는 도(道)가 되어버렸다. 일하면서 도를 얻었으니 그가 열반하여 다비하였는데 무릎 관절은 끝가지 타지 않았다 한다. 그는 그래서 선농일체(禪農一體)를 주장한 수덕사 제 2 대 방장스님이 되었다. 소림 초당에 후대까지 지게가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 땅은 기가 너무 강해서 아무나 머물지 못한다.  바로 수화(水火) 충화지지의 땅이다. 위로는 화기(火氣)가 쏟아져 내려오고, 아래로는 수기(水氣)가 솟구쳐 올라 화기는 머리를 긁고, 수기는 벌레를 모아 그대들의 선을 방해 하는 곳이다. 만공이 아니면 누가 있으랴. 토기(土氣)의 중후함만이 그 기를 누를 수 있는 곳이다. 이것이 그대로 번뇌의 싸움이 되어버려 이기면 선에 이르고 지면 곧장 초당의 사립을 나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만공은 그곳에 앉아 태연하게 거문고 운율을 가지고 노니며 기운을 누르고 선에 이른다. 도인의 풍모다. 이뿐이랴, 그의 의연함은 기운을 희롱하니 소림 초가의 점점낙수가 바위를 뚫고 선바람은 가는 달을 멈춰 세운다. 그의 뜻이 거문고를 통해서 법문을 전한다. 

        한 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 무슨 곡 조인고?
        이것은 체(體) 가운데 현현(玄玄)한 곡이로다.
        한 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 무슨 곡조인고?
        이것은 일구(一句) 가운데 현현한 곡이로다.
        한 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 무슨 곡조인고?
        이것은 현현한 가운데 현현한 곡이로다.
        한 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 무슨 곡조인고?
        이것은 돌장승 마음 가운데 겁 밖의 곡이로다.

    현현(玄玄) : (직역) 아주 아득하고 아득한 오묘함으로 옛 시인들이나 성현들이 풀어야할 이치로 봄. 이백의 현담(玄談)이란  시구도 있어 범인인 우리들이야 그 오묘함을 알 길 없다. (강희진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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