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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마음    
글쓴이 : 김데보라    12-06-04 10:52    조회 : 4,276

아름다운 마음
 
 
<<책과 인생>> 2003년 11월호
 
 
목욕을 나선다.
서점 순례를 나선다.
영화감상을 나선다. 심신의 건강을 유지키 위한 나만의 처방법이다.
 
 
생일 맞은 친구 둘과 <<뷰티플 마인드>>를 보았다. 영화의 주인공 존 내쉬는 21세에 균형이론을 발표하여 천재수학자로 불렸다. 그리고 정신분열증에 걸려 30여 년간 고생했다. 결국 그 병을 이기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해서 세계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존 내쉬는 생각하는 기계를 꿈꾼다. 자아도취에 빠져 사는 폐쇄적인 이 소년. 누구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청년으로 성장한다. 1948년 가을 프린스턴 대학원에 무시험 장학생이 된다. 용모가 수려하고 오만스럽기까지 한 이 청년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엇갈려서 괴상야릇하고 고립된 낮도깨비 같은 인간이라 불린다.
 
1950년 5월에는 박사학위 논문(Non-Coopeerrative Games)을 제출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20대 후반에 수학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된다. 일류수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MIT교수로써 명사대접을 받는다. 필즈 메달의 수학자들이 노벨상보다 높게 평가하는 수상자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 자격이 충분했으나 나이가 어려서 받을 수 없었다.
 
수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린 그는 공부만 하지 않았다. 사랑 없이 엘리너라는 여인과 사귀어 아들 하나를 낳는다. 그럼에도 모자를 돌보지 않은 것은 물론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제자였던 귀족 가문의 미모를 갖춘 재원 앨리샤와 결혼해서 아들(후에 아버지와 같은 정신분열증에 걸렸으나 회복)이 태어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운 가정을 꾸린 것과는 달리 그의 정신은 서서히 분열된다. 부친의 임종을 보지 못한 죄책감으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직을 원했으나 MIT 대학의 강사로써 정교수 대접을 못 받는 것에 불안을 느낀다. 결국 복합적인 불안이 나타난 30세가 되었을 때는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의 파괴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30년 동안 정신분열증의 특징인 망상, 환각, 사고와 감각교란, 의지력 상실과 보편적 공황 상태가 되어 은밀한 사명을 받은 비밀요원이라 말하며 수학을 포기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산다.
 
그런 남편에게 엘리샤는 지쳐 버린다. 한때는 남들이 부러워하던 한 쌍의 부부였으나 병든 정신은 가정의 파괴로 이어진다. 자신과 아이에게 위험하고 괴이쩍은 행동을 반복하는 남편에게 진저리를 친다. 그리고 자신도 미쳐버릴 것 같았던 그녀는 아들의 양육권을 받아 이혼하게 된다.
 
존 내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수학자에서 허무주의에 빠져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슬픈 유령의 모습으로 프린스턴 캠퍼스로 돌아온다. 연민을 느낀 엘리샤는 실패한 결혼의 상처로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연다. 재결합의 법적 절차 없이 중증 환자를 돌보며 다시 합한다.
 
존 내쉬는 여전히 괴상한 옷차림으로 프린스턴 파인홀을 배회하며 혼자 중얼거리고 칠판에 신비한 메시지를 휘갈겨 쓰는 일이 몇 년이고 계속된다. 캠퍼스의 기인으로 불리던 중 “내쉬 균형이론”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1983년부터 학부생들과 가까워진 그는 자신의 허망한 망상을 의식적으로 떨치려 노력한다. 악몽 속에서 방황하며 고통스러워하던 한 수학자의 이론은 경제학, 사회과학, 수학, 논문, 저널 등 모든 분야에 접목되어 내쉬균형, 내쉬협상, 내쉬프로그램, 내쉬확장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나 사람들은 그를 죽은 사람 취급했다.
 
1994년 10월 많이 회복된 어느 날 그는 노벨상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망상 같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은 두 달 후인 12월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알프레드 노벨의 초상이 새겨진 금메달을 받음으로 확인되었다. 50년대에 발표한 논문으로 긴 시간에 걸친 마음의 감옥에서 빠져 나온 한 사나이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노벨상 수상약전에 그는 이렇게 썼다.
 
 
통계적으로 어떤 수학자나 과학자가 66세의 나이에도 부단히 연구를 계속해서 이전의 업적에 새로운 업적을 보탠 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일종의 휴가랄 수 있는, 부당한 망상적 사고의 25년이라는 공백 기간을 가진 내 상황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연구를 통해 혹은 미래에 떠오를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로 어떤 값진 것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실비아 네이사 << 뷰티플 마인드>> 중에서-
 
 
이 말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고통에 굴복하지 않는 아름다운 정신을 발견한다. 이 정신은 한 사나이의 질병을 이길 수 있는 요인이 되었으나 결코 나을 수 없다는 영혼의 암을 떨치고 새 삶을 살게 된 건 주위 사람들의 헌신적인 사랑의 결과였다.
 
"숫자를 다루는 일에는 신이 부럽지 않을 만큼 능란했으나 인간관계의 함수를 파악하는데는 갓난아기처럼 서툴렀던" 한 인간에게 많은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아낌없이 펼쳤다. 지극 정성으로 돌보며 헌신한 아내와 부모 그리고 누이와 스승과 친구들. 또한 프린스턴 대학과 블루필드 주민들의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의 마음들이 어우러져 한 천재는 치유 받을 수 있었다.
 
존 내쉬가 넉넉한 "아주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엘리샤는 말한다. 이 말은 한 인간의 완성된 삶은 균형 잡힌 인간관계에서 얻을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천재성은 일종의 광기이다. 천재화가 고흐의 그림이 소용돌이치듯 그려진 것은 자신이 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은 아닌지. 무엇인가에 몰두한다는 것은 일종의 미침인지도 모른다.
 
10년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다. 버클리 대학에 재학 중이던 조카와 그 대학 주변을 걷고 있었다. 교문 근처에서 정신이 나간 채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 “저 사람은 왜 저러니?”조카에게 물었더니 학교를 다니다가 정신병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넋을 놓고 캠퍼스를 배회하는 청년들이 꽤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정신분열증은 20대에 가장 발병률이 높다. 인생의 찬란한 꽃을 피워야 할 시기에 정신의 파탄으로 비현실적인 몽상 세계에서 헤매야 하다니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신의학자들은 모든 인간은 진단차원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로 본다. 그 대표적인 특징이 헛것이 보이는 증세다. 이건 우리 안에 정신분열의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균형을 이루지 못한 정신상태가 곧 정신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신병자 중에서도 정신분열증 환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 병을 뇌에 이상이 있어 나타나는 뇌질환, 뇌장애, 뇌병이라 부른다. 환각, 망상, 이상한 행동을 일으키는 것을 양성증상, 무표정과 의욕이 없는 것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건 음성증상이다. 발병 원인으로는 생물학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로 구분한다. 두 요인이 합해져 100%가 되면 발병하는 것이다.
 
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 될 때가 있었다. 귀신이 들렸다며 이 기도원 저 기도원을 데리고 다니며 병을 더 키우는 어리석은 부모와 형제들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신체가 병들면 의사를 찾는 건 당연하다 여기면서 정신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큰 죄를 지은 것처럼 기피하는 것이다.
 
사회인식의 부족이다. 사회 저변에 깔린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신 병력을 가진 사람은 직장도 얻기 힘들다. 설사 병이 다 나았다 하여도 그 병력을 의심하며 정신병자로 취급하여 거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들도 쉬쉬하며 이웃이 모르도록 숨기고 산다. 정상인이나 병든 사람의 가족들이나 똑같은 생각들을 가진 듯하다.
 
존 내쉬가 머무는 서양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하니 우리도 편견을 버리고 정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똑같이 이 병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봄이 마땅하다. 사회는 갈수록 정보화, 다변화, 초고속 시대가 되어 간다. 지하철을 타보자. 스마트폰에 열중한 사람들만 보일뿐이다.
 
정신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늘어갈 것을 암시하는 사회현상 중에 하나다. 새로운 변화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 우리 모두 언제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된다면 정신병을 앓게 되지 않겠는가.
 
<<뷰티플 마인드>>에서 정신병자들의 아픔을 느끼고 짠해졌다. 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인구의 10%가 된다고 한다. 우리들 자신도 모르게 또한 내 주위의 사람들이 조금씩 정신분열의 혼돈 가운데 살터이다. 그 때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는 심신의 건강을 유지키 위해 가끔 목욕을 나설 것이다. 서점 순례를 나설 것이다. 또 다른 선물을 만나려 영화를 택해 집을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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