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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당호, 물위의 길을 걷다. 2    
글쓴이 : 강희진    12-06-05 15:13    조회 : 3,466
 
우리문화유산 한 발 더 다가가기 - 예산 -
예당호, 물위의 길을 걷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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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봉에서 거북등을 타고 물밑을 보다.’ - 아침 -
 
예당의 명물 중의 하나가 구지봉이다. 바로 딴산이다. 딴산은 단산(斷山)의 강한 발음이다. 어릴 적 우리는 예당호를 딴산이라 불렀다. 그만큼 딴산은 예당호를 대표하는 상징적 산이다. 그 모양이 금 거북이가 머리를 길게 늘여 빼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닮았다하여 영구음수(靈龜飮水)라 불린다. 신령스런 거북이가 물을 찾아가는 모습이니 당연히 이곳에는 물이 있는 곳이라 하니 예전에는 노씨 부인이 보를 막고 물을 가두는 데 쓰였고, 지금은 예당 저수지의 수문을 지키고 물속에 잠겨 있으니 지세에도 숙명이 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노씨 부인이 서리가 내린 곳이 수기(水氣)의 표시라 하고 물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서리 따라 이곳까지 물길을 팠듯이 이곳은 예당호의 수기가 모이는 곳으로 제일 먼저 물안개가 피어나는 곳이다.
예당호수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조망권은 많다. 사시사철마다 다르고, 아침저녁이 다르다. 구지봉은 그 중 하나다. 특히 아침나절이라면 수문 앞 국사봉에서 바라보는 안개 핀 저수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밤안개가 어둠에 녹아 그 농담이 가지런하더니 비로소 새벽이 되자 밝아오는 양기에 흐트러지는 모습이 영락없이 연정에 녹아 힘이 빠진 흐트러짐이다. 이곳에 오면 참 안개가 맑다는 생각을 한다. 안개가 가라앉은 나무들에게는 생동감이 넘친다.
이 안개 틈으로 보이는 예당호의 전면은 참이 아니다. 더구나 시간에 따라 안개가 녹고, 이 녹은 안개 틈 사이로 나타나는 모습이야 정말 거짓이다. 왜냐하면 시간이 이 장관을 잡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개와 모퉁이 돌아서 들리는 팔봉암 목탁과 독경 소리가 안개를 뚫고 새벽을 깨울 때까지는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치솟는 분수를 타고 호수의 아름다움이 흐르다-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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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올 때마다 참, 사람의 힘이 큰 것을 느낀다. 존재가 지위를 규정한다는 말을 이곳에 적용하기가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한 번 적용해보기로 하자.
이곳은 청소년 우범지대였고, 탈선의 장소였다. 그런데 두 가지 힘이 모여졌다. 한 시민단체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호반 음악 축제를 열어 청소년들을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 첫 힘이었고, 두 번째 힘은 지자체에서 관광지로 개발하며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두 힘이 모여지면서 점점 군민과 관광객들의 휴식처로 변모해 갔다.
지금은 완전히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존재가 바뀐 것이다. 존재가 바뀌니 자연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이나 주민의 지위도 문화적 대중으로 격상되더라는 얘기다. 우범지대와 청소년 탈선 지대로 대표되던 음침한 저수지 한편이 밝고 쾌활한 문화적 대지로 바뀐 것이다. 아마 지자체 관광 개발 중 성공한 몇 안 되는 사례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바로 응봉면 후사리 예당호 관광지이다.
지루한 점심시간 때라면 조각 공원에서 수변을 따라 낸 호수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 좋다, 이때 하늘 높이 치솟는 분수라도 만난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그 청량함이 오후를 적셔줄 것임이 분명하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중국의 서호를 떠올리며 중국인들의 공간감을 부러워한다. 그들은 시간을 공간으로 해석하고, 해석한 것을 공간의 미학으로 채우고 사람을 끌어들인다. 예당 호수의 역사가 언젠가는 공간으로 바뀌면 아마 그 아름다움이란 서호와 비견될 것이다. 개발의 무리만 두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천천히, 이제는 격조 높은 휴식처가 될 것이 확실하다.
언젠가 외국인들과 이곳을 산책하는데 그들이 영문 모르게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산책길에 ‘no cooking'이란 주의 판을 보고 웃는 것이었다. 왜 이런 산책길에서 음식을 해먹느냐는 것이었다. 누군가 해먹으니까 해먹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 아니냐고, 이런 곳에서 밥을 해먹느냐고 한마디로 웃긴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곳은 예전에 야영장이어서 지금도 야영장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혹시나 하고 붙인 것이라고 얼버무린 적이 있었다. 덧붙이기를 영어로 써놓은 것은 외국인들이 더 착각해서라고 슬그머니 넘어간 적이 있다. 이제는 없애도 좋을 듯하다. 그저 옛일일 뿐이다.
 
호접봉에 올라 몽환의 해무리를 맞다 - 해질녘 오후
 
이제는 예당의 가을 낙조를 이야기하려 한다.
가을 예당은 비움과 채움의 미덕을 볼 수 있다. 가을 들판은 비움의 미학이다. 비워야 제멋이 난다. 가을 들녘이 차있으면 보기 싫다. 욕심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을 예당은 채움의 미덕이다. 가을 호수가 비어 있으면 내년에 또 비울 수가 없다. 채움의 미덕이다. 채움은 비울 때 아름답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예당의 채움과 비움의 미덕이 공존하는 곳, 바로 가을 예당이다. 가을 예당은 차있어 아름답고, 예당 들판은 비어 있어 아름답다. 이러한 가을 들판과 가을 예당에 낙조를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나비 봉이다.
예당의 낙조는 태양의 드리움이 아니라 감성의 드리움이다. 이약수 선생이 이곳으로 유배를 와 12 년을 살았다는 우정리 소우물을 지나 늦은 저녁 시간을 대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다 문득 찾은 곳이다.
맨 처음 이곳을 통해 호수를 본 것은 우정리 안산에 자리 잡은 삼신 바위에서다. 교촌리 사람들을 점지해준 삼신할미가 있던 곳을 보기 위해 대흥 슬로시티 길을 걷다가 우연히 호수에 떨어지는 힘 잃은 빛들을 본다.
그러나 그 빛은 물 위에서 그저 사그라짐이 아니고 다시 몽환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그 빛에 반해 차츰차츰 찾아 내려간 곳이 나비 봉이다. 나비 봉에 올라 예당 낙조를 본다.
호수를 전체 조망할 수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아직은 거친 곳이다. 무엇 하나, 하다못해 작은 의자 하나 놓여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싱싱하다. 만약 또 누군가 억지로 가꿔놓는다면 이곳의 저녁 몽환은 사라질지 모른다.
흔히 호접 봉이라 하는 작은 봉우리지만 이곳의 나비는 신선의 움직임이고, 몽환적이다. 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나비 봉의 예당호 낙조다. 호접 봉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떨어지는 해를 등지고 보는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잔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만취한 사람들이 물 위에서 꿈을 꾼다. 붕어를 잡는 고단한 어부들도, 이제는 저문 강에 삽을 씻고집으로 돌아가는 농부들 삶도 가는 길목 주막거리에서 걸친 한 잔 술기운에 나비의 꿈을 꾸는 모습이 먼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저녁이면 올라오는 호수의 수기에 의해 뿌연 해지는 물안개가 낚시꾼의 꿈을 가린 좌대와 강 건넛마을과 호수에 퍼져있는 빛깔들의 조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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