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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나그네/ 알프스의 눈동자    
글쓴이 : 김데보라    12-06-09 12:20    조회 : 4,992
 

알프스의 눈동자
 
 
알프스의 만년설 아래에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슬로베니아. 한반도의 11분의 1에 불과하다. 스위스가 부럽지 않게 전라북도 크기만한 온 나라 전체가 수려하단다. 작은 그 스위스의 호수 마을 블레드를 향해 아침 일찍 출발한 차창 밖으로 만년설의 비경이 펼쳐지자 일행들이 일제히 “와~~!”하는 함성을 내지른다. 정말 말이 필요 없는“와~와!”가 아닌가.
 
 
자연 미술관 포스토니아 야마 동굴
 
 
아침 햇살이 영혼을 깨우는 빛을 온 세상 끝까지 비추고 있다. 헨리 무어가 가장 경이로운 자연 미술관이라고 찬탄한 포스토니아 야마 동굴 속에 들어왔다. 뱀의 내장 속으로 들어 온 듯하다. 어두운 동굴 속을 조명이 밝혀 준다. 해발 550미터 피프카 분지에 세계에서 두 번째 간다는 이 동굴에는 신기하고 놀라운 종류석들이 매달려 있다. 미국의 루레이 동굴이 아담하고 예쁘다면 이곳은 전동 기차를 타고 둘러 볼 정도로 길고도 크다.
 
 
장가계의 황룡동굴보다 크고 기이한 종류석들도 많다. 길고 깊고 넓은 동굴 속에 콘서트를 벌여도 좋을 듯한 홀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했다는 한국의 예쁜 아가씨가 노래를 한곡 불렀다. 새벽을 깨우는 청아한 목소리가 동굴 속 깊은 그 끝까지 울려 퍼져 나간다. 어둠을 장악한 악마도 무서워서 도망갈 만큼 순수하고 깨끗한 목소리가 가슴 속을 울린다. 노래가 끝나자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도 박수를 쳐 주며 함께 기뻐 해 주었다.
 
 
 

 
 
동굴을 벗어나자 기다리던 햇살이 대지에 밝은 빛을 골고루 퍼트려 준다. 병풍을 두른 듯 알프스의 설산이 산 아래 마을을 두 손으로 그러안고 있다. 동화 속에서나 보았던 마을들을 뒤로 하던 버스는 알프스의 보석이라는 블레드에 당도했다. 꿈꾸는 듯한 녹색과 옅은 주황색의 실내 분위기가 아늑한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뷔페 음식이라 이것저것 먹다보니 너무 많이 먹은 듯 배가 불룩하다.
 
 
알프스의 눈동자, 블레드 호수
 
 
알프스의 눈동자라는 블레드 호수에 발걸음이 멈춘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흘러들어 해발 501미터나 되는 분지에 호수가 만들어 진 것이다. 오색 가을이 물속에서 춤을 추는 이 호숫가에 유고 연방시절 티토 대통령의 하얀색 별장이 있다. 숲속에 박혀 있는 배를 타고 가면 보이는 그 호텔에서 김일성도 묵었단다. 두 눈에 담기만 하기에는 아까워서 믿어지지 않는 풍광이 펼쳐져 기뻐 날뛰고 싶었으나 체면상 참아야 했다. 이런 내가 싫어졌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듣는 대로 표현하면서 살고 싶어졌다.
 
 
햇살이 부서져 내리고 있는 푸른 호수엔 금빛 물결이 일렁인다. 한 가운데 있는 호수를 에두르며 마을이 형성되었다. 중세시대부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왕족들이 빌라를 짓고 휴양지로 사용했다는 호수의 둘레는 6키로미터 정도라서 2시간 정도면 전체를 다 돌 수 있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여름에는 순환하는 꼬마열차를 탈 수 있다.
 
 
 
 
주교의 기도소리가 들리는 듯한 블레드 성에 오른다. 독일 황제 헨리 2세가 브릭센 대 주교에게 헌사한 마을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만 하나 달랑 있던 10미터 절벽 위에 18세기 건축한 성에 오른 것이다. 어디선가 나의 방문을 환영하는 기사들의 나팔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스라이 먼 곳에 있는 것만 같던 알프스의 만년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산에 덮힌 하얀 눈마저도 만져질 듯하다. 눈부신 햇살을 받아 설산은 은빛가루를 뿌려 놓은 듯 반짝거린다. 성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호수 안의 작은 섬에는 뽀족 지붕의 예쁜 교회만 들어앉아 있다.
 
 
성모마리아 승천 교회다. 사랑의 의미가 담겼다는 이 교회로 전통 나룻배 플레트나를 타고 도착했다. 99개의 계단을 오른다. 6세기 슬라브인이 지바여신을 모셨다는 이 자리에 8세기에 들어서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건축한 것이다. 내부에는 행운의 종이 있다. 종소리가 주말이면 끊이지 않고 울린단다.
 
 
결혼식 장소로 유명한 이곳은 결혼식을 마친 신랑이 99계단을 신부를 안고 올라서 교회 안에 들어가 행운의 종을 부부가 함께 쳐야만 식이 완성된다. 행운이 온다는 그 종을 붙잡고 힘껏 잡아 당겼다. 이 교회에 발을 들인 것만 해도 행운이 쏟아질 것만 같은데 행운의 종마저 힘껏 당겼으니 복덩어리를 안고 돌아 온 듯 흐믓하다.
 
 
피카소가 좋아했다는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이곳은 내 마음의 고향으로 각인되었다. 거닐고 있기만 해도 죄를 지을 수 없게 만드는 영성이 저절로 깊어지는 호수마을이었다.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놀랍기만 했다. 깊고 어두운 영혼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평화를 맛보았다.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블레드 마을을 종지부로 여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발칸반도 그 마지막 여행지에서
 
슬로베니아 블레드를 마지막으로 발칸 반도에 속한 9개국을 작은 발로 힘껏 밟으며 다녔다. 마치 이 나라들을 다 정복이라도 한 것처럼. 참 많은 나라를 다니며 정치, 경제, 문화, 전쟁, 사상, 자연과 접하면서 행복하게 배우고 치유 받으며 감사했다. 여행은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축복이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2012년 <<한국산문>> 2월호 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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