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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의 말은 틀렸다    
글쓴이 : 김미원    13-01-29 23:36    조회 : 4,597
 
공자의 말은 틀렸다 

                                                                         
"나는 나이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논어(論語)》〈위정편(爲政篇)〉

 내 나이 18세쯤, 그러니까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뜻도 모르고 외던 그 시절, 나는 공자의 말을 믿었다. 인간이 공자의 말처럼 진화하고 발전하리라 믿었다. 인생이 희망적이었다. 그리하여 친구들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부모님의 기대에 열등감을 품던 시절, 내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도무지 감도 잡을 수 없어 불안해하던 그 시절이 후딱 지나 어른이 되기를 바랬다. 찬란한 젊음을 보내면 지혜로운 노년을 맞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에스컬레이터처럼 나이 먹기만 하면 마흔에 미혹되는 것이 없고 쉰에 하늘의 명을 알고, 예순에 귀로 듣는 대로 모든 것을 이해할 줄 알았고, 드디어 일흔에는 통달하여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그것이 바로 바른 길이 되는 줄 믿었다.
 내가 어리석었음을 안 때는 공자가 말한 뜻이 확고히 선다는 서른 살 즈음이었다. 그때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였던 나는 그들과 매일매일 콩닥거리며 싸우기에도 벅찬 여자였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마흔쯤 되면 미혹되는 것이 없으리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소망이었다. 더 속 좁은 인간이 되어 사소한 것에도 감정의 기복은 심해졌으며 소심함을 담대함으로 가장하며 살았다.
 욕망은 더 큰 욕망을 낳았고 욕망의 좌절은 아픔과 상처로 남았다. 머큐로크롬으로 충분했던 상처에는 강력한 항생제가 필요했다. 감사하게 받았던 충고는 상처가 되었고 나에 대한 위로가 무시로 느껴지기도 했다. 건설적으로 보였던 젊은이의 행동이 치기로 여겨지고 사람과 사물과 현상에 대한 내 잣대는 칼날이 되어 못마땅하고 거슬리는 것들이 많아졌다. 나는 점점 더 속이 좁고 꼬인 사람이 되어갔다.
 지천명의 나이가 된 지금 이제 공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이성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했던 이십대보다 더 흔들리고 뒤죽박죽이 되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할까. 왜 나는 공자가 말한 대로 되지 못할까. 공자는 선택받은 남자였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산 사람이어서 일까. 
 2500년 전의 인물인 공자는 인간을 긍정적으로 이해했다.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빈곤하게 자랐으나 끊임없이 학문에 정진해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면 달려가 배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말단 관리였으나 50세가 지나 노나라의 정공(定公)에게 중용되어 정치가로서의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처럼 치열하게 일생을 산 공자는 학이(學而)편에서 ‘배워라, 오직 잊는 것만이 두려울 뿐(學而猶恐失之)’이라고 했다.
 어찌 생각하면 인간의 이성은 20대에 이미 정점이었을 것이다. 그 때는 모든 게 명쾌했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의 분별이 확연했다. 그러나 그것은 머리로 인생을 이해해서일 것이다. 요즘 난 참 편안해졌다. 인생이 가깝게 실체적으로 보인다. 구름처럼 떠돌고 머리고 이해했던 인생이 만져지고 느껴진다. 좀 더 본질에 다가선 느낌이랄까. 20대에는 볼 수 없었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시네마스코프로 보인다.
 불혹, 무엇에 대한 불혹인가. 오히려 유혹에 약한 나이가 불혹 아닐까. 현실로 돌아오면 여전히 복잡한 미로 같은 오욕칠정(五慾七情)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인정하자. 없는 척, 아닌 척 위선에서 벗어나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사랑, 미움, 가지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면 언젠가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때가 오지 않을까.
 공자 같은 위대한 인물은 아니지만 성실해야하는 인생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나를 탓하면서 다시 희망을 갖고 싶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면 공자가 말한 것에 조금은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이 에스컬레이터는 아니지만 계단은 되겠지. 차근차근 오르면 어느 새 불유구(不踰矩)하리라 믿고 싶다. 공자가 살던 시대보다 잡스러운 것이 많은 세상, 유혹이 많은 세상이라고 변명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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