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새벽
김부조
어머니의 옅은 잠이 더 가벼워졌다
거실 한 켠에선 겨우내
더부살이에 지친 데코라고무나무와 호접란이
심심한 베란다를 연신 훔쳐보고 있다
조간신문에 밀리던 아침우유가
엘리베이터 버튼 9를 선점했다는
낭보가 불쑥 날아들었다
아내가 아침잠마저 녹여 구워 내는
식빵의 노릇함도 예사롭지 않다
며칠째 8층에서 차오르는
냉잇국의 구수함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거뜬할 것 같다
조율이 끝난 10층의 현악기가
리허설을 막 시작했다
층간소음을 층간화음이라 불러도 좋겠다
갓 깨어난 조간신문이 나를
꼼꼼히 읽어 내리는 시간,
어머니는 너그러운 해몽으로
각본 없는 삼월을 저울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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