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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천 소회    
글쓴이 : 문영휘    13-05-31 23:41    조회 : 5,986
양재천 소회(素懷)
                                                                       문   영   휘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고 집 앞마당의 느티나무, 벚나무 잎은 온통 붉게 물이 들어 찬란
하게 아름다웠다. 이 풍경에 취하여 발걸음을 돌려간 곳은 바로 집 뒤 양재천이다. 이 하천
은 15.6km 둑방길을 양쪽에 끼고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하여 서울 서초 강남구를 흘러
대치교 인근에서 탄천(炭川)과 합류하여 한강으로 들어가는 지류의 하나이다.
옛 사행천(蛇行川)의 공간을 1970년대 개포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에서 곧게 정비하여 둑을
높여 제방은 3단계의 산책길로 이루어져있다. 바닥 길은 자전거와 산책길을 선 하나로 구분
하여 함께 이용하고, 허리 길과 윗길은 사람만의 산책로다. 내가 평소 다니는 곳은 윗길이
다.
 봄날의 윗길은 양쪽 벚나무 숲이 꽃을 피워 우거진 채 터널을 이루고있는데 상춘객은 벤치
에 앉아 사색에 잠기고 허리 길의 능수버들과 벚나무, 옆길 메타세쿼이아는 그늘을 지워 행
인을 유인하며 감싸주고 있다. 같은 벚나무라도 뿌리를 묻고있는 자리와 토질에 따라 자람
세도 다르고 익어가는 잎의 색깔은 다른 모양 세다. 다년초 원추리와 무궁화 등 아름다운
꽃을 보고 찰각 찰각 찍는 사진기 소리에 귀가 가렵다. 그런데도 외로이 지나는 나의 길에
는 아무도 아는 척도 하지 않은데 다행이 중간 중간에 설치되어있는 운동기구는 말없이 다
정하게 나를 맞아준다. 나는 스스럼없이 갖가지 기구를 이용하며 운동을 하고 체위를 높인
다.
 아침 일곱 시가 가까워지니 오고가는 사람이 늘어만 가고 몸을 다잡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열심히 가고 있다. 한 스쳐 가는 아낙네는 멜빵을 올려 메고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고개를
숙인 체 어디론가 가는데 예쁘기도 하여 되돌아보아도 그냥 가버리고 만다. 모두가 출근길
이다. 많은 청소년 학생들도 등교 길로 이 길을 이용하고 있다.
 
 봄, 가을철만이 아니다. 여름에는 맨 아랫길로 내려가서 맑고 깨끗하게 흘러내리는 물길에
눈을 담궈 보았다. 지금도 깊은 산 속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냇물같이 투명한 이 곳에는 피
라미, 송사리 등 잔챙이들이 노니는가하면 한 여름 장마철에는 팔뚝같이 큰 잉어들이 떼를
지어 오른다. 유유끼리 몰려다니는 모습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 혼자 살수 없는 모양이다.
이들에게도 어정(魚情)이 있고 생활준칙이 있어서 퐁당하는 돌 하나에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해여 졌다 다시 모인다. 양쪽 호 안에는 갈대 갯버들이 있고 안쪽엔 잠겨진 돌담
이 있어 그늘진 그곳에서 조용히 그룹을 지어 머물고 있는 것을 보면 산란을 하는 모양이
다. 이것을 그들의 공동체 생활이라고나 할까?
  때로는 백로와 왜가리 등이 날아들어 쉬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을 학여울 이라는 이
름을 가진 지역도 있다. 포유류인 너구리, 족재비 만이 아니고 텃새인 황조롱이 수리부응이
등의 여름철새가 날라들어 경관이 더욱 좋은 그리운 하천이 되어 있다. 중간 중간에 돌다리
가 있어 아기들의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는 얘띤 어머니의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다. 어린이
물놀이장, 겨울 얼음 썰매장은 시민들로부터 큰사랑을 받고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공연
장에서 가수들이 와서 색소폰 연주와 오크리나, 전자악기 신디사이즈 등 연주와 함께 노래
로 모여든 주민에게 박수를 받아가며 우리에게 웃음과 기쁨을 준다. 극장 못지 않다. 한곳이

아니고 평소에는 구간마다 휴식공간의 교량 그늘 아래에서 즐거움을 준다. 때로는 농구와
테니스 마라토너들의 경기는 청소년들에게 체육경기장 못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끝자락 학여울 대치교까지 가보았다. 멀리 용인 구성면 법화산 기슭
에서 흘러 성남시를 거쳐 송파구와 강남구를 가로질러 내리는 숫내 검은 탄천(炭川)이 흰
양재천과 합류하여 한강으로 흘러간다. 흘러내린 냇물은 탄천의 검은 색은 흔적도 없고 모
두 흰색으로 맑게 정화되어 한강으로 내려가며 폭과 깊이를 더하여 큰 강을 이루어 흐른다.
여기에는 잉어만이 아닌 10여종의 고기가 꼬리를 흔들며 활기차게 노니는 것을 보니 가관이
다. 그래서‘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또한 자연임을 깨닫게 한다.’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되어 양재천을 찾는 이는 하루 100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이 양재천은 옛 굴곡진 그대로 두고 보호하였으면 좋았을 탠데 하는
이론을 펴는 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자연형을 생태 복원하여 둑을 높이
쌓아 올리지 않았다면 그간  홍수방제가 불가능했을 것이고 반듯한 계획도시 자체조성이 어
려웠을 것이며 악취에다 미관상 오히려 불쾌감에 쌓였을지도 모른다.
  미국도 오래 전에는 이런 사례가 있었다고 하며 오스트리아에는 자연상태의 하천은 일부
에 불과하고 생태학을 감안한 인위적인 시공으로 조성된 하천은 90%가 넘는 다고 한다. 대
표적인 것이 비엔나강의 치수관리와 살짜흐강 보전계획(Salzach stream care plan: 1999)이
그렇게 시행되었고 독일도 스위스와 함께 자연형 인공하천공법을 태동시킨 근원지라고 한
다.
  이렇게 보면 이제 서울 강남의 이 양재천도 굴곡된 하천을 곧게 바꾸어 수질오염, 폐기물
등 도시환경문제를 말끔히 개선하여 오히려 현대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많은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공간으로 제공하여 주민정서 함양에 기여하고 있음은 자랑스럽기도 하
다. 더욱 어린이에게는 살아있는 현장학습장이 되고있음을 보고 완연한 공원으로 생각되기
도 한다. 이젠 전국의 다른 지역에도 아직 개선하지 못한 곳이 있다면 파급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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