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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왕(歌王)의 귀환    
글쓴이 : 오윤정    14-11-25 20:44    조회 : 7,162
 
 
 
가왕(歌王)의 귀환
 
 
 
 
 
 그가 돌아왔다. 64세의 그가 '바운스(Bounce)라는 트렌디 팝으로 각종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가왕(歌王)의 귀환보다는 그의 음악 스타일이 이슈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상식과 고정관념을 파괴했다고 말한다.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그의 노래가 세대 갈등을 치유해 준다고도 했다. 예전 그의 음악보다 젊고 신선하지만, 삶의 질곡을 여과한 절제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의 19번째 앨범은 가왕의 클래스를 보여주었고 전설의 재발견이라고 했다.
 
  30여 년 전 어느 저녁, 신문로에서 그를 본 적이 있다. 일행과 길을 가던 젊은 조용필의 뒷모습은 진지하고 외로워 보였다. 어스름한 어둠 탓도, 그의 작은 어깨 때문도 아니었다. 이후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을 때면 그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무언가를 찾아 도심을 헤매는 쓸쓸한 하이에나처럼....
 어린 시절 이은관의 회심곡을 들을 때 느꼈던 희미한 통증을 그의 노래에서 느꼈다. 인생의 깊이와 고뇌가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는 커버데일(David Coverdale)처럼 음울하지 않지만 쓸쓸하고, 플랜트(Robert Planet)처럼 날 서지 않아도 처절했다. 가사는 직설적이면서 은유적이다. 취향이 크로스 오버인 나는 조용필을 좋아했다. 철없던 시절엔 그가 노래한다는 명동의 '마이하우스'를 찾기도 했다. 그의 앨범을 구입하고, 공연장에선 늘 맨 앞자리를 찾았다. 회사 거래 은행의 초청으로 그의 공연을 몇차례 무료로 보는 행운도 있었다.
 그에게 불가해한 감정을 품은 때도 있었다. 무연(無緣)한 연모(戀慕)였다. 그의 결혼이 내게 상실감을 주기도 했고, 두 번의 결별은 깊은 연민을 갖게 했다. 돌이켜 생각하니 낯 붉어질 일이었다. 팬 카페를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형광펜을 흔들며 '오빠'를 외치기에 나는 체면치레가 많은 팬이었다.
 어느 해 연말 콘서트, 그의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았다. 상처(喪妻)한 후였다. 넓고 어두운 무대위의 가왕은 소멸할 듯 작았고, 노래는 곡비(哭婢)의 울음 같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의 콘서트였다. 그 후 삶에 휘둘리느라 그를 잊고 지냈다.
 
 만개한 봄꽃과 함께 그가 돌아왔다. 종일 그의 두 번째 발표 곡 'Hello'가 검색어에 올라 있다. 아침부터 음반을 사기 위한 줄이 영풍문고 앞에 300M나 이어졌단다. 대부분 40대 이상이라는 그들은 가왕의 귀환에서 청춘으로 동반 회귀하기를 꿈꾸는지 모른다. 돌아온 조용필은 추락하던 세대에게 다시 날개를 펴고 비상하고픈 희망을 준다. '제일 좋은 곡은 가장 오래된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고 지그문트 엥겔은 말했다. 세월은 추락이 아니라 오래된 바이올린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 봄,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Bounce)'하게 한다.
 
 
 
 
 
 
 
<조선일보 '아침 편지' 2013년 5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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