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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노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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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화    
글쓴이 : 노정애    17-09-05 20:23    조회 : 6,062

목 련 화

노정애

 

80년대 중반 대학에 들어갔다. 공대라 남학생비율이 월등이 높았다. 초등학교이후로 남녀가 한 공간에서 공부한다는 것도 입문, 개론, 원론 같은 제목의 교제를 보는 것도 가슴 설레게 했다. 3월 중반이 넘어서자 신입생 환영회에 오라는 초대를 받았다. 과 교수님들과 선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자리였다. 신입생을 환영한다는 인사와 교수님들의 소개가 나오고 술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다. 앞에 놓인 잔에 맥주가 채워지고 건배를 하며 우리들은 낯선 세계하고 조우를 했다. 선배들의 장기자랑시간 중간 즈음에 교수님들의 노래 부르는 시간이 되었다. 가요나 트롯이 이어지더니 어느 교수님이 ~ ~ 내 사랑 목련화아야~”를 불렀다. 이런 자리에서 듣는 가곡에 좀 의야해 하며 박수를 쳤었다.

그 뒤 매년 신입생환영회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그 교수님은 신입생환영회에서 <목련화>만 부른다고 했다. 노래 가사중에 추운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그대처럼 강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아름답게 살아가리가 신입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대신했다고 미루어 짐작했었다. 가끔 다른 행사에서 그 교수님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목련화>는 부르지 않으셨다.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은 사회로 나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우리들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어느 해 봄날 의기투합해서 대전에서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에 서로의 변한 모습으로 세월을 볼 수 있었다. 사는 이야기에 시끌벅적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에 한 동기가 불쑥 그 교수님 이야기를 꺼냈다. 목련이 피면 학교 다닐 때도 그 교수님도 생각난다고 했다. 함께 있던 동기들도 어디서 ~~ 내 사랑 목련화 아 야~’만 들려도 가슴이 뛴다는 말을 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동기들 모두가 그랬다는게 신기했다. <목련화>는 우리들에게 추억으로 가는 티켓이 되어있었다. 아마도 함께 공부했던 선후배 대부분이 그랬으리라. 그날 우리들은 세월을 건너뛰어 청춘의 모습으로 오래오래 이야기했다.

단순한 노래 한곡인데 우리 모두를 가슴 뛰게 할 수도 있음을 그 교수님이 일깨워주셨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었다. 스승의 가르침을 세월이 흘러서야 알았으니 나는 참 둔한 제자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비긴어게인을 보고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목련화> 생각이 났다. 내가 영화관에 가서 두 번본 최초의 영화였다. 자막 보기에 바빠서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노래가 아쉬워 두 번째는 혼자 가서 노래만 들었다. 두 번 봐도 좋았다. 영화에 나왔던 노래들은 길거리나 식당, 카페에서 몇 달 동안 넘쳐흘렀고 흥이 많고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정서와 맞았는지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싱어송라이터인 크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하면서 뉴욕에 온다. 일약 스타 가된 데이브는 변심한다. 스타 음반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몰락한 댄(마크 러팔로)은 자살을 생각하며 들른 뮤직바에서 그레타가 부르는 자작곡을 듣고 매료된다. 그는 그레타에게 음반제작을 제안한다. 버림받고 실패자인 그들은 거리밴드를 결성해 뉴욕을 스튜디오 삼아 자신들이 진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든다는 게 줄거리다.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지만 좌절하고 실패한 소외된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위로하고 부축해 주며 다시 한 번 살아보라고 토닥인다.

영화 후반부에 댄이 그레타에게 말한다.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지. 그게 음악이야평범한 일상도 음악이 더해지면 특별해진다는 댄의 말에 공감했다.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해진다. 노래 한곡에 아픔을 위로받는다. 추억으로 가는 티켓이 된다. 삶에 휴식을 주고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든다. 이런 것이 음악의 힘이리라.

 

졸업 후 2년쯤 지났을 때 사석에서 교수님께 왜 <목련화>만 부르시는지 물은 적이 있다. 대학의 은사는 평생 기억으로 남기가 힘들다며 시간이 지나서 이 노래를 듣게 되면 대학시절도 떠올리고 한 번쯤 자신도 생각해 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나 애틋한 사연이 있나했는데 지극히 전략적이어서 실망했었다. 정말 교수님의 작전은 성공했다. 지금도 여전히 동기들은 목련이 피거나 <목련화>가 어디서 들리면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학창시절을 떠올리고 가슴이 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또한 마찬가지다. 그럼 좀 어떤가! 그것이 음악의 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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