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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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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싸! 가오리!    
글쓴이 : 조정숙    13-09-16 19:57    조회 : 5,569
앗싸! 가오리!
 
조 정 숙
 
남해 문학기행을 다녀오면서 가오리 몇 마리가 내 손에 붙들려 왔다. 물론 내가 직접 잡은 게 아니고 어물전 채반에 널려 있던 것들이었다.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에 겁 없이 날름 사와서는 요리법도 모르고 손질도 할 줄 몰라 며칠 동안 냉장고에 넣어놓고 째려보며 끙끙대기만 했다.
드디어 용기를 내어 가오리를 냉장고 밖으로 끌어냈다. 인터넷도 찾아보고 요리 잘하는 동네 언니들한테 훈수도 단단히 받았다.
가오리는 나와의 첫 만남을 그리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질 않았다. 등짝을 씻어 주는데 대뜸 내 손가락에 가시를 밖아 놓는다. 솔을 이용해 배 부분을 깨끗이 씻고 뒤집어 놓으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뚫어지게 응시를 한다.
운동선수들이 대결에 앞서 상대방 선수와 눈싸움으로 기를 제압한다는 생각이 떠올라 나도 도마 위에 누워있는 가오리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약간 쳐진 듯하며 갈색 테두리를 두른 커다란 눈은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사실 나는 겁이 많아 생선토막도 못 친다. 그래서 생선을 살 때도 손질 안 된 생선을 절대 사지 않는다.
중학 때였던 것 같다. 닭고기를 사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닭 집엘 갔다. 주인아저씨는 퍼덕이는 닭 한 마리를 붙들어와 날갯죽지를 움켜잡고 통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통을 몇 바퀴 드르륵 돌리고 나니 잠시 전까지도 꼬꼬댁 거리며 퍼덕이던 닭이 벌거숭이가 되어 통 밖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너무나 놀라고 충격을 받아 닭도 내 팽개치고 울면서 집으로 왔다. 그 후로 오랫동안 닭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런데 가오리가 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까만 눈동자는 주방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기 까지 하는 것 같았다. 일단 가오리와의 눈싸움에서 밀렸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친정엄마한테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다시 비닐 팩에 담았다.
사실 우리 집 식탁 메뉴는 친정집 식탁과 늘 동일하다. 아직까지 김치며 밑반찬까지 엄마가 해주시기 때문이다. 어쩌다 새로운 요리가 올라오면 우리식구들은 공포에 떤다. 늘 익숙한 반찬에 안주하기를 좋아한다.
“엄마가 제발 새로운 것에 도전 안했으면 좋겠어. 아빠가 그것을 치우느라 너무 불쌍해 보여.”
딸아이는 아빠 생각을 하는 건지 내 요리 솜씨를 비난하는 건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오기였을까?
비닐 팩에 담던 가오리를 다시 쏟았다.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게 사람 아니던가? 요리 솜씨 없는 엄마를 만났으면 거기에 적응을 해야지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이쯤에서는 나도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인정 정도는 받아야 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일단 가오리 눈을 깻잎으로 가렸다. 눈이 마주치지 않으니 조금은 덜 부담스러웠다. 칼집을 넣어 찜통에 찌고 레시피대로 양념장을 만들었다. 요리과정은 정말로 별스러울 게 없이 간단했다.
완성된 가오리찜은 보기엔 그럴 듯해보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 토막을 잘라 입안에 넣었다.
오우! 그 맛이란!
옆 동에 사는 친구를 불러 자랑스럽게 첫 작품을 통째로 쏟아 보냈다.
한 마리를 더 꺼냈다. 이제는 용기가 생겨 깻잎으로 눈을 가리지 않아도 되었다.
퇴근한 남편과 딸애는 처음 보는 새로운 메뉴에 잠시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혹여 부족할지도 모를 2%의 맛을 위해 막걸리까지 곁들였다.
이미 여러 번 고역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남편은 가오리찜을 피해 젓가락을 요리조리 곡예운전을 하고 있었다. 기분이 상해 젓가락을 붙들어다 가오리찜 정면에 꽂았다. 할 수 없이 한 점 떼어먹은 남편의 표정은?
나는 그동안 요리솜씨 때문에 받은 핍박과 설움이 한 순간에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아줌마들은 여행을 가면 산지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사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남들이 사면 부러운 마음에 덩달아 사와서는 늘 가족들한테 핀잔을 듣고 결국엔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가오리는 달랐다, 고놈과의 눈싸움에서 비록 지기는 했지만 고놈으로 인해 나의 요리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아싸! 가오리!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토록 나를 위협하며 째려보던 가오리의 눈은, 아니 눈으로 알고 있던 그것은 실은 눈이 아니라 자기 방어를 위한 self defence 였던 것이었다.
그의 눈은 윗부분에 잘 보이지도 않게 와이셔츠 단추 구멍만 하게 찢어져 있었다.
가오리한테 완전히 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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