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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블레스 오블리주    
글쓴이 : 박소언    13-10-15 15:19    조회 : 5,573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할 때 흔히 쓰이는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는 불어가 사용된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이다.
14세기 잉글랜드와 프랑스간의 116년에 걸친 영토 전쟁이 있었다. 프랑스 도시 칼레를 힘들게 점령한 영국의 에드워드 왕이 저항한 도시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대신 도시의 대표 6명이 목숨을 내놓을 것을 명령한다. 이때 그 엄중한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고 나선 도시 지도자들의 높은 도덕적 가치가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어 전해지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은 당시 지중해세계를 지배하며 강력한 팍스 로마나 시대를 열었던 로마시대의 불문율이었다. 초기 로마공화정의 귀족계급 등 높은 사회적 신분을 가진 자는 솔선하여 전쟁에 참가했고 그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 졌다. 전투비용도 자비로 충당했는데 그 전통은 십자군전쟁으로 까지 이어졌다.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는 개인의 명예를 지키려는 자존감의 발현에서 나온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정신은 서구사회의 도덕적 근간이 되어 유럽의 기사도를 낳았으며 신의, 성실의 원칙이라는 로마법의 모태가 되었다. 명예가 최고의 도덕률이 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건 싸움도 마다하지 않아 당시 귀족사회에서는 결투가 많았다.
전쟁과 평화》를 보면 아내의 불륜으로 명예가 더럽혀진 것에 분개한 피에르는 불륜의 상대인 돌로호프에게 결투를 청한다. 총을 한번도 만져보지 못한 피에르와 내기꾼의 명수 돌로호프와의 승부는 뻔히 예상됐지만 톨스토이는 피에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명예가 승리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명예의 정신은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가 자유와 정의의 나라 미국의 건국이념이 되었다. 서부 개척사를 장식한 총잡이들의 명예를 건 권총대결이 웨스턴에 등장하며 등을 쏘는 비겁자는 사회에서 영원히 버림받았다. 고등학교 때 <베라크루스>라는 멋진 서부영화를 본적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베라크루스>에서 두 주인공이 속사의 대결을 한다. 총을 빼 서로를 향해 발사한 후 악당이 권총을 손가락으로 멋지게 돌려 총집에 꼽더니 그대로 앞으로 쓰러진다. 주인공이 쓰러진 자를 향해 다가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악당의 권총을 뽑아서 땅에 던지고는 석양으로 사라져 간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죽었는데 왜 굳이 상대의 총을 뽑아 내버렸을까 하고 의문이 들었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는데 총을 그대로 두면 등뒤에서 쏜 비겁자라고 오인 받기 때문이었다고 하니 명예는 일개 총잡이에게도 중요한 덕목이었던 것이다. 한때 전세계 영화가를 휩쓸던 서부극의 호황은 미국인들에게 용기와 명예의 정신을 고취 시키기 위한 사회계몽적인 의도와 그것에 열광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부응한 결과였다고 한다.
명예를 최고의 덕목으로 가르치고 있는 사관학교출신의 전직 두 대통령이 재임 중 천문학적인 숫자의 엄청난 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착복했다. 퇴임 후 법망의 추적을 피해 꼭꼭 숨겨놓고 있다가 들통이 나서 한 사람은 반쯤 게워낸 후 더는 없다고 시치미를 떼고 한 사람은 아예 한 푼도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어 장기간 방치상태에 있었다.
추징시효만료를 앞두고 급기야 여론에 밀려 국회에서 :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전두환 특별법을 만들고 검찰이 본인과 가족은 물론 친인척 들에 대한 대대적인 추적작업을 벌리고있다. 아프리카 오지의 부패한 정권에서나 있을법한 엄청난 스캔들이었는데도 우리는 그 동안 남의 나라 일인 양 무덤덤하게 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K-POP에 열광하고 있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 뉴스를 접할 때 이 나라가 혹시 K-POP의 원조인 그 나라와 같은 나라일까 몹시 혼동할지 모른다.
나랏님은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 일 국의 대통령을 지냈다면 그 명예스러움은 본인은 물론 자손만대까지 길이 역사에 남을만한 큰 자랑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부()까지 탐하여 수백억에 달하는 부정한 돈을 자식명의로 착복함으로써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쥐려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그가 십이십이 구데타로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이 되고 얼마 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어떤 중견기업에 근무하고 있을 때인데 우리회장님이 청와대로부터 호출을 당했다. 새마을 성금을 내라는 부름이었는데 내야 할 성금을 석장으로 할 것인가 다섯 장으로 할 것인가 고민이었다. 그 당시 한 장이면 억 소리가 나는 거금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석장으로 결정되어 그의 친필 싸인이 들어있는 새마을성금 증서를 받아 비서실에 고이 걸어두었었다. 그 증서야 말로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부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어찌 그 기업에만 해당되었겠는가?
4.19혁명 당시 부통령이던 이기붕 일가의 비극적인 최후를 우리는 기억한다. 그의 장남이었던 이강석은 경무대에 피신해 있던 부모와 동생을 권총으로 쏜 후 자신도 그 자리에서 자살하였다.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가 존경하는 부모와 죄 없는 동생을 총으로 쏘고 자신의 머리를 향하여 방아쇠를 당길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명문가의 장남과 대통령의 양아들로 한 시대를 풍미한 총아로서 불꽃 같이 던져야 했던 젊은 생명에 대한 미련은 어떠했을까? 부모가 저지른 죄값을 가족의 집단자살로 단죄해서 실추된 명예를 되 찾으려 했던 그의 결단은 다시 평가되어야 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과문(寡聞)의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에서 높은 신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도덕성은 없으면서도 권력과 부와 명예를 함께 쥐려 한다. 이에 반해 별볼일 없는 서민은 벼슬과 명예에 대한 욕심에 미온적이다.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라는 유행가 가사를 보더라도 그저 초가삼간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살고 싶다는 얘기다.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대통령을 선출하고는 투표용지의 인주가 마르기도 전에 잘못 선택했다고 욕하며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한탄하는 성급한 유권자들이 있다. 그들은 국가지도자를 잘 못 뽑은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신의 말처럼 손가락을 잘라 버려야 한다. 그것만이 앞으로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정직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길이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드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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