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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래디에이터와 관중들(문학과 의식 2012년 가을호)    
글쓴이 : 최화경    12-09-02 22:20    조회 : 4,375
글래디에이터와 관중들
최 화 경
 
 
진작에 이런 경연이 나왔어야 했다. TV만 틀면 따라 부를 수도 없는 랩이 대부분인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이 어려워 일주일에 한 번 뿐인 <7080콘써트>가 늘 기다려졌었다. 아이돌에게 무대를 내주고 어느새 사라졌던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신인 발굴을 위한 각종 서바이벌이 난무하는 미국에서도 그동안 이런 프로가수들의 서바이벌은 없었는지 MBC <나는 가수다>의 경연포맷을 미국이 백만불에 사갔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 등 다른 해외로도 곧 팔려 나갈 것이라고 한다. K팝(pop)의 열풍소식에 뒤이은 우리 문화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을 보여준 쾌거이다.
 
로마제국 시대에는 전쟁포로로 잡혀온 노예들 중에서 건장한 자들을 글래디에이터로 훈련시켜 로마시민들을 위해 경기를 하게 했다. 잔혹한 관중들은 거대한 콜로세움에 모여 검투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혈투에 열광했다. 상대방이 죽어야만 끝이 나는 경기방식으로 인해 검투사들은 아무도 자신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기면 영웅이 되었기에 그들의 격투에는 영혼을 사르는 처절함과 절박함이 공존했다.
대학가요제를 통해 가수가 된 임백천은 어느 신문에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경연은 프로 가수들을 마치 글래디에이터들처럼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위해 콜로세움에 세우는 잔인한 경연이라고 혹평했었다. 그 자신도 대학가요제라는 아마추어 대학생들의 열띤 경합을 통해 그 관문을 뚫고 가수가 된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가수보다는 방송인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가요제 때 느꼈던 경연공포가 그에겐 다시 생각하기도 힘들만큼 큰 것이었을까. 아니면 한번 힘든 관문을 뚫은 사람들은 끝까지 어떤 도전이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경연이 회를 거듭할수록 프로 가수들이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하고 긴장하는 모습들은 우리로 하여금 <나가수>에 채널을 고정 하게 했다. 이미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처절할 정도로 노력하고 긴장하였다. 그 프로를 보고 즐기는 우리는 그들에게 정말 글래디에이터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을 즐기는 잔인한 관중인 것일까.
그 경연에 영입되는 가수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만이 가능하기에 영입 그 자체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영광을 누린다. 그리고 경연 곡들은 많은 팬들에게 다운로드 되어 그들의 수입을 올려주었고 또한 그들은 광고출연과 각종 공연에 초대되는 호황도 그 참에 누리고 있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윈윈인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철밥통 직장인들에 대해 공연히 곱지 않은 시선들이 오간다. 그들이 그 자리에 안주하며 빈둥거리는 것을 발견하게라도 되면 그들을 끌어내리는데 아마도 대부분 목소리를 합할 것이다.
가수를 비롯한 방송 예능인들은 대부분 고정급이 없기에 그 환경에서 살아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의 서바이벌과는 달리 자율적으로 출연의사가 반영되는 서바이벌 경연 <나가수>.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적어도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자신의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실추될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직면하는 용기, 그것을 가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난생처음 호명된 중학교 일학년 때의 반장선거에서 지금 생각하면 우습게도 나는 아래윗니가 부딪히고 무릎이 덜덜 떨리는 극도의 긴장을 했었다. 담임선생님의 총애로 이미 임시반장이었던 나는 오히려 한 달 후에 치러진 선거에는 져서 부반장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뒤로도 절대적으로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반대표로 출전해 참패의 스펙만을 쌓게 된 웅변대회는 부끄러워서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그 후론 떨어질 것 같은 곳엔 아예 발을 내딛질 않았으니 다행히도 더 이상의 명예가 실추된 일은 없었다.
평범한 우리도 어차피 경쟁사회에 살고 있기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늘 겨뤄가며 여기까지 왔다. 나와 상관없는 남들의 도전엔 팔짱만 끼고 구경하였지만 내게 도전장을 내미는 자들은 반갑지 않다.
 
이제 나는 나에게 묻는다. 지금까지의 이미지에 먹칠이 될지라도 뭔가에 공개적으로 다시 도전하겠는가. 아마도 나의 용기 없음에 난 뒷걸음질 칠 것 같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실전에 참가하는 검투사가 되기보다는 흥분과 감동을 오락가락 간접 경험하는 관중으로 남게 될 확률이 높다. 방송인 임백천도 앞으로 다시금 가수로서의 활발한 활동을 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그가 ‘나가수’의 서바이벌 현장으로 끌려갈 예후도 거의 없다. 그런데 그는 왜 그 일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였을까. 그건 아마도 그가 오지랖이 넓어서 나 같은 겁쟁이들을 위해 항변해 주느라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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