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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마리째 원숭이 효과    
글쓴이 : 임매자    12-09-04 14:51    조회 : 4,001
 100마리째 원숭이 효과
 
   영화 <더 로드>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세상이 멸망했다. 검게 변해버린 하늘, 불타버린 나무, 생존을 위해 식인종이 되어버린 인간 사냥꾼들, 황량하고 쓸쓸한 바다 등 암울한 세상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아냈다. 분명히 컬러영화였지만 흑백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거의 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색이 빠져있는 죽어있는 지구의 모습은 황량했고, 잔인한 장면이 없는데도 그 어떤 영화보다 잔혹한 작품이었다.
  <더 로드>는 2007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에 기초해서 존 힐코트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어두운 무채색의 화면 속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는 무미건조한 길을 아버지(비고 모텐슨 분)가 아들(코디 스밋-맥피 분)을 데리고 남쪽으로 무작정 걸어가고 있다. 화면 속에는 늘 잿빛 비가 내린다. 칙칙하고 어둡고 추운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절망적으로 사투하는 몸부림만 있을 뿐이다. <더 로드>를 보면서 한없이 척박하고 무섭고 암울했던 백진스키의 죽음의 회화가 떠올랐다. 
 
 
  자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참혹하게 죽어가는 인간들. 물론 인간이 자연에 저질러온 일방적인 수탈과 파괴로 생긴 일이지만, 성이 난 자연의 힘은 거대하고 잔혹했다. 저장 식품도 동나 버렸고 푸른 식물이나 물고기도 살지 않아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식량을 빼앗기 위해 서로 죽이고, 사람을 가두어놓고 잔인하게 잡아먹기까지 한다.
  오직 죽음만이 구원처럼 느껴질 정도로 잔혹한 장면들 때문에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을 후회할 지경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암울한 절망감의 나락에 빠져 진이 다 빠져버리고 기운이 탈진되는 듯했다.
 
 
  영화를 보고 얼마 후 그 암울한 정서에서 서서히 벗어날 즈음, 후쿠시마가 지진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본 열도는 공포에 떨며 온통 아비규환이 되었다. 높이 10m의 거대한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 내륙을 덮쳐 원전과 정유시설이 화염에 휩싸였고 후쿠시마 댐이 무너졌다. 지진이 도시를 칼질하여 뒤엎어버리고 사람들은 가녀린 하루살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붕괴된 흙더미 아래 묻혔다. 자연의 분노는 과연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지녔다.
 
 
  “무덤으로 피난 갑니다. 죄송합니다.” 일본 원전의 30km 인근에 살던 부부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TV를 켜니 그래도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하는 정부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펄떡이는 저항의 언어들을 내놓고 있었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규모의 원전 사고인데 어찌 안전하다고 하겠는가. 체르노빌 인근 지역은 반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없어졌고 그 지역에 살던 피난민들은 두 번 다시 예전의 생활을 찾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눈만 감으면 삽시간에 참혹한 후쿠시마 원전의 악몽 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다가 다시 <더 로드>의 비 내리는 무채색의 거리에서 떨고 있곤 했다. 이렇게 어둠 속에서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헤매고 다녔다. 그리고 또 몇 달이 흘러가자 그 참혹하던 일본의 후쿠시마도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월 15일 갑자기 동네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잠깐 정전이려니 가볍게 생각했는데 방송에서 전국적 정전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전기는 저장이 안 되어 매 시점의 소비와 생산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이번 정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소 수요예측, 예비력에 대한 오판, 위기발생 시 소통 부재로 요약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피해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우리에게 닥친 이 정전사태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두렵다.
  국내에서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은 40년 만이라고 한다. 1971년 9월 서울 화력발전소 5호기가 고장이 나서 전국적으로 1시간 10분 동안 정전이 발생했다.
 
 
 그때는 연탄으로 난방과 취사를 할 때이고 인터넷이나 전자금융 시스템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때의 정전 사태를 무심하게 지나쳤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전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런 에너지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리고 거기에 어떤 위험이 들어있는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원전 사고는 회복할 수 없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원전을 더 건설해야 한다며 원전을 세울 땅을 물색 중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뉴스에서는 끊임없이 원전이 안전하다는 소식만을 전한다.
 
 
  내가 다니던 병원의 게시판에 언젠가 환경단체가 쓴 글이 붙은 적이 있었다. 그린 라이언 왓슨이 쓴 《생명의 조류》라는 책을 인용해, 어떤 행동을 하는 개체 수가 어느 정도 양이 되면 그 행동이 그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초월하여 순식간에 확산하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100마리째 원숭이 효과’라고 정의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100마리째 원숭이 효과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동네 도서관에서 그 책을 찾아보았다.

 
  “1950년대 일본의 고지마라는 무인도에 20여 마리의 원숭이가 살고 있었다. 원숭이 한 마리가 고구마를 씻어 먹으니 곧 다른 원숭이들이 따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지마라는 무인도에는 원숭이들의 ‘씻어 먹는 행위’가 새로운 행동 양식이 되었다. 그런데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 수가 늘어나자 이번에는 고지마 섬뿐만 아니라 전혀 소통할 수 없는 이웃 섬의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씻어 먹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일어났다.”
 
 
  병원 게시판에 글을 붙인 환경단체는 우리 하나하나의 행동이 거대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른바 ‘나비 효과’처럼, 한 사람에게서 시작한 미미한 흐름이 공간을 초월하여 순식간에 확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 하나 절전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라도 절전해야 한다.’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IMF 사태가 닥쳤을 때 금 모으기 운동만 해도, 한 사람 두 사람 참여하다 보니 너도나도 다투어 장롱에서 아기 금반지까지 꺼내 내놓지 않았던가. 우리는 환경파괴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문제는 환경보호를 위해 자기부터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실천을 하는 것이리라. 100마리째 원숭이 효과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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