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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최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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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연은 부의상징이다    
글쓴이 : 최기영    15-01-05 00:12    조회 : 6,456
 
정부는 나라 살림이 궁하다며 돈 들어갈 곳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경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오늘까지 잘잘하게 부과되는 세금은 물론 주민세까지 착실하게 납부하고 있다. 납세자가 갑자기 줄어든 걸까? 고리대금업자처럼 공과금 납부기일을 하루만 깜박하면 빨강 잉크로 인쇄된 독촉장을 보냈다, 그리고 느닷없이 담배는 만병의 원인이라며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지출 된다고 요란을 떨더니 결국 담배 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국민 건강과 가계생활 향상을 위한 조치라고 했다. 무려 100% 가까운 인상이다.
 
 경제 성장이 2~3%인 불황기에 국민들의 기호품 가격을 대폭 인상한 통 큰 정부는 없었다. 초가지붕을 개량하라며 100% 암성분이 원료로 된 석면 스레이트를 지붕으로 올리게 했던 새마을 운동시대, 광화문 네거리에 탱크를 세워놓고 명령했던 유신정권 이후 처음이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21세기 초, 2015년 1월, 대한민국 정부는 돈을 무기로 금연을 강요하고 있다. 앞과 뒤가 참 많이 닮았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주변인들에게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해롭다며 구박을 당했다. 그 때마다 난 나의 나쁜 기호 습관이 남의 건강은 해치는 것 같아 담배를 끊겠다고 했다. 물론 경제적인 부담 역시 컸다. 하지만 이미 온 몸에 니코틴이 배인 탓에 쉽게 끊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알고 있듯이 정부는 금연을 요구하며 담배 값을 인상했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 말을 타고 무예를 펼치는 엑스트라다.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달리는 말위에서 병장기를 휘두르면서 10만원 일당을 받는다. 매일 바뀌는 촬영지를 찾아가는 기름 값과 담배 값 등을 빼면 약 5만원이 하루 일당으로 남는다.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공연장을 쫓아다녔을 때 수입은 고작 150만원이다.
생산, 판매 근로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그들 근로자 최저임금은 시간당 5.120원이다. 토요일 없이 월 209시간쯤 일을 했을 때 약 109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그 중 교통비와 주거비 등을 빼면 단돈 1원도 저축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영업을 하는 소상인 역시 다르지 않다. 이들이 정부의 계산대로 하루 5천씩 30일을 모으면 15만원, 12개월 동안 180만원을 저축 할 수 있다. 한 달 월급보다 많은 액수다.
 
정부가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외친 일성이 흥미롭다. 그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담배 값을 올리겠다고 해 놓고 ‘비싸면 피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담배와 같은 기호품은 형편에 맞게 즐기라고 했다. 부자(富者), 즉 담배 값이 가계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만 흡연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국가 관료가 방송 카메라 앞에서 흡연은 부의 상징이라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담배를 끊겠다고, 정부 속내를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급하게 돈이 필요해 은행 창구를 찾게 될지 모른다. 곱상하게 차려입은 은행원은 신용 평가를 시작한다. 내 자본 흐름에 대해 면밀히 살펴 본 후 그녀는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우세요?” 라고 물으며 나에 대한 신용정보를 마무리 할 것이다. 내가 만일 “네”라고 대답하면 은행융자는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사라지고 만다. 누가 겨우 월 15만원이 없어 금연을 하는 자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할 것인가?
 
그냥 담배를 피워야겠다. 괜히 건강을 생각한다며 신용등급을 떨어트릴 수는 없다. 자본 사회에서 스스로 왕따가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다. 폐에 니코틴이 절어 숨을 할딱거릴지라도 어쩔 수 없다. 부자 짝퉁노릇이라도 해야 돈의 사회에서 생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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