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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노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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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루지 못한 꿈,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이다. -저자와 함께-    
글쓴이 : 노정애    12-05-16 19:41    조회 : 6,492
 
저자와 함께
<<종이배를 타고 온 여자>>, <<눈부신 모퉁이>> 황경원
 
이루지 못한 꿈.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이다.
 
                                                                                                     노문정 (본명:노정애)
 
  수필집 <<종이배를 타고 온 여자>>와 포토 에세이 <<눈부신 모퉁이>>를 동시에 출간한  황경원 작가의 인터뷰를 요청 받았을 때 난 망설였다. 
  작가의 남편 장례식장에 갔었다. 검은 상복을 입은 그녀, 입관을 마치고 걸어오는 모습은  생명력을 잃은 마른 낙엽처럼 건드리기만 해도 부스러질 것처럼 위태로워보였다.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잡아준 그녀의 손은 금방 물이라도 떨어질듯 젖어있었다. 그때 바라본 그녀의 눈. 노을보다 붉게 젖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눈은 나를 흔들어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한동안 힘들게 했었다.  7년여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흔들릴 것만 같아서 그녀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내 손에 온 그녀의 책. 사람 냄새가 나는 사진과 글들을 마주하고 있다. 수필집에도 그녀의 사진들이 있어 글에 생동감을 실어준다. 슬픔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더 넓고 더 깊다는 그녀.  질긴 생명력과 강파른 자아를 길러내는 노간주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그녀. 사람이 배제된 풍광은 제 아무리 절경이라 해도 공허하다는 그녀. 사람은 행복의 시원(始原)이라고 말하는 그녀다. 내 기억속의 그녀는 없었다.  
   작가를 만났다. 껑충한 키로 성큼성큼 들어서더니 함박웃음을 가득 담은 얼굴로 인사를 하기도 전에 덥석 내 손부터 잡는다. 진심이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라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진다.  세상을 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사물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담기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그녀의 눈을 본다.  삶도 길을 잃어본 자만이 그 깊이를 알 수 있다는 그녀의 말 때문이었을까?  봄 햇볕처럼 따뜻한 그녀의 눈은 호수처럼 깊고 잔잔하다. 그날의 흔들림은 없었다.
  작가는 인터뷰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종이배를 타고 온 여자>>에 담고자한 것은 사람이야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따뜻함을 말하고 싶었지 결코 남편과의 추억담을 쓴 것이 아니었어요.”라고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과 사랑을 주제로 책을 엮고 싶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선입견으로 이 책이 망부가로 잘못 알려질까  염려하고 있었다.  나 또한 7년 전의 기억 때문에 만남을 주저했으니 작가의 염려는 당연한 것이리라.
  서울 태생인 그녀는 중.고등학교 시절 시와 시조로 전국대회에서 상도 여러 차례 받았던 문학소녀였다.  젊은 시절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그녀는 글 솜씨에 예술성까지 지녔다.  글을 잘 쓰게 된 동기를 <내 가장 그리운 시절은 여름에 있다>의 ‘자연이란 교과서를 빌어, 내 안 깊이 잠들어 있던 나를 깨워주신 선생님’ 이란 글에 나오는 좋은 스승을 만난 덕분이라고 한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내 고백이요 기도가 되었지요.”라고 한다.
   작가가 찍은 사진은 참 인간적이다. 무심한 듯 넘어갔던 우리의 일상들이 정지된 한 컷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예쁘고 멋있게 기교를 부려 찍은 사진이 아니다. 셔터를 누르는 찰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낯선 풍경도 낯선 사람들도 그냥 이웃인 듯 친근하다.  무엇이 그녀를 사진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을까?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즈음이었어요. 제가 사실 영화매니아예요.  그래서 수필도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 같은 글을 쓰고 싶었고 사진 역시 한 장에 많은 이야기가 담긴 그런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사진도 글도 사진도 결국은 모두 한 핏줄이라 생각해요.” 라며,  “많은 사진작가들은 아름다운 피사체에서 아름다움을 추출하지만, 미국의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는 전혀 다른 사진을 찍었어요. 그녀는 기형인이나 동성애자, 혹은 여장 남자 같은 기이한 피사체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걸러냈지요. 저는 그 작가의 깊고 따뜻한 시각을 참 좋아합니다.”  ‘모든 사물에는 나름의 의미와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발견하는 사람의 몫이다.  내가 사진 찍기에 빠져드는 이유이다.’라는 그녀의 글처럼 그녀가 찍은 사진에는 사물에 대한 따스한 발견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딸, 아내, 엄마로서 나는 함량미달이다.
 
  작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글을 아낀다.  <아버지의 모닝콜>에서 보여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그녀는 의사인 아버지와 일본에서 여학교를 나온 어머니 슬하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갑작스런 의료사고와 어린 동생의 죽음으로 미술이나 음악에 관심이 많고 예술적 기질이 강한 여린 심성의 아버지는 심장병을 얻게 되었고 작가는 힘든 청소년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에 대해 물었을 때 “꽃미남의 젊은 의사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졌지만 아버지로서는 차가운 존재여서 가까이 가기는 힘들었어요.  그런 아버지가 늘 불만이었던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지게꾼이라도 가슴 따뜻한 사람을 만나 아이도 많이 낳고 사랑으로 키우겠다고 다짐을 했었지요 하하.  어쩌면 제가 따스한 사람에 열광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네요.” 인생의 멘토를 어머니라고 말하는 작가는 오픈 마인드로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조용히 인내하는 분으로 언니 같은 존재라 한다.  늘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었던 아버지와는 반대로 살갑게 품어주셨던 어머니가 지금도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하다고 한다.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좋은 어머니였지 자신은 딸로서 함량미달이라고 했다. 사람 속에서 따스함을 찾는 작가가 자신을 함량미달이라 하지만 그건 그냥 겸손일 뿐이리라.
  남편과 함께한 추억과 투병기, 떠나보낸 후의 일들을 쓴 몇 편의 글은 읽는 독자들의 눈물샘을 건드리지만 정작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만났는지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 중학교 시절 아주 친한 친구의 오빠였다는 남편은 “제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죠. 잘생기고 배경이 좋은 사람은 심약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직장은 제쳐두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작가의 회사 앞을 서성였다. 그러다 결국 끈질기고 무모한 그의 도끼질에 넘어가서 결혼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나면 애정이 식어가지만 자신은 날이 갈수록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신빙성 없는 약속을 하더군요. 너무 행복해서 병이나 나지 말라며 그 병에는 약도 없다나요. 하하. 유머와 센스가 넘치는 사람이었죠.” 정말로 남편은 그 약속을 지켰으며 결혼생활은 그의 순수함의 발견의 연속 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아버지 같고 오빠였고 친구였어요. 나 역시 그에게 아내였기보다는 가까운 친구가 아니었나 싶어요.” 부부가 친한 친구처럼 되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내로서도 함량미달이었다고 하지만 그녀는 현명한 아내였으리라. 
  남편의 유품을 1년 만에 정리하며 보게 된 아들의 편지. 아버지가 병고에 시달리는 동안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머쓱하게 물러서서 바라보기만 해서 야속해 했던 큰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보며 목구멍까지 차오른 눈물을 쏟았다는 작가. 그 아들은 지금 3D 애니메이션 일을 하고 있으며 작은 아들은 웹 프로그램 개발 중이다.  외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예술적 기질이 그대로 전해진 것 같다. 
  
여행, 그 못 말리는 중독성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물으니  “남편과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가슴 떨리는 절경을 만난 순간 그곳에 그와 함께인 것이 참 좋았어요. 바로 그런 순간들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틈만 나면 함께 여행을 다니던 그녀가 남편이 암으로 떠나자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혼자서의 첫 여행, 막연한 불안감이 등짐처럼 무겁다.” “우울할 때면 중량에 비례해 무거울수록 더 먼 곳으로 도망치듯 달려간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우울함에 무게를 달아 어디로 다녔는지 물었다. 13 여 개국을 다녔으며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 중국은 여러 번 다녀왔으며 이집트와 터키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았다.  “이집트에서 만난 짙푸른 하늘은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어요.  그 하늘에는 저를 꼼짝 못하게 하는 몽상적인 블루가 가득 담겨 있었어요. 그 하늘을 꼭 다시 보고 싶어요.  터키의 이스탄불은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매력이 있어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현대와 과거가 공존해 있는 참으로 심오한 곳입니다.”며 여건이 허락된다면 다시 가겠다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우울의 무게가 가벼워졌을까? 작가는 아니라고 한다. 늘 떠나기 전이 가장 설레는 순간이란다. 작가는 “저에게 집은 거주지가 아니라 그 순간 제가 머물고 있는 바로 그곳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쓸쓸함과 외로움마저도 철저히 즐깁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또 떠날 궁리를 한다며 여행은 못 말리는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그 중독성을 몹쓸 병이라며 활짝 웃는다.

영화, 옷을 고르는 것과 같다.  

  가벼운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영화관으로 간다는 작가는 몇 편의 영화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두었다. 무슨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액션, 전쟁, 스릴러를 제외한 모든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사람이야기가 담긴 휴먼영화를 좋아합니다.  대여섯 살 즈음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 영화관엘 다녔는데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외화를 보고 와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멋대로 상상해서 꾸민 이야기를 서너 시간씩 떠들어대곤 했어요.” 유년의 추억은 작가에게 영화라는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 영화를 선택하는 우선순위는 작품성, 영상미, 음악이라는데 가끔은 실망할 때도 있고 예상외로 좋을 때도 있으니 옷을 고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현실의 고통을 잊고자 망상 속으로 도피한 한 여인의 허망한 삶을 보여주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백치 여인의 내부에 간직된 맑은 혼을 통해 인간의 고독을 묘사한 이탈리아 영화 <<길>>, 세상의 잣대로 가위질하기엔 마음 아픈 유부남의 사랑이야기.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을 파고드는 마력을 지닌 이탈리아 영화 <<빨간 구두>>,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집시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준 <<집시의 시간>>과 마지막으로 가장 아끼는 영화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소개했다.  감독인 타셈 싱은 인도의 유명 광고 감독으로 평생 번 돈을 이 한 편의 영화에 모두 쏟아 부었다고 한다. 구상만 17년, 18 여 개국을 다니며 4년 동안 찍었다고 했다. 흥행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감독을 존경한단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꼭 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했다. 초현실적인 판타지 영화임에도 CG(Computer Graphics)를 배제한 영화라고 했다.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이 강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감동 때문인데 이것은 제 취향이지요.” 영화가 다양한 세상과 많은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 좋은 음악이 담긴 종합예술임을 감안하면 관람료가 싸다고 작가는 말한다. 영화이야기만으로도 작가는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시작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마음의 창고마저 비우고 싶어 그 동안 쓴 수필과 사진을 묶었다는 작가는 어떤 꿈을 가지고 무엇을 새로 시작해서 비워둔 창고를 채우고 싶은 걸까? “사람이야기가 담긴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 같은 수필, 누구보다 내 마음에 꼭 드는 수필을 써 보는 게 꿈입니다.  세상과 나를 들여다보는 안경과 같은 사진과의 동행도 계속할 것입니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그녀의 창고에 쌓일 글과 사진에서 훈훈한 사람들의 사랑이 묻어날 것만 같다. 

  우리 삶의 궤도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 꽃을 피우는 인연은 기적이라는 작가는 고난 속에서 진정한 행복도 치명적 상처도 ‘사람’이 준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특히 소수의 소외자에게 편견 없는 열린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늘 그렇게 사람에 취해 흔들리는 자신을 종이배를 타고 인생이란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사람다움을 쫓는 종이배. 희망과 환상으로 가득한 종이배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종이배가 아니다. 구축함보다 튼튼해 세상 모든 이들을 다 실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출발점에 서있는 작가의 종이배가 어느 곳으로나 거침없이 나가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 속으로 멋진 항해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산문>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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