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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존    
글쓴이 : 차성기    23-03-12 11:44    조회 : 2,173

공존

차성기

 

 좁은 한반도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감은 우리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결과, 이젠 선진국의 일원이 되었다. 하지만 잃은 것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치열한 경쟁사회는 이웃을 모르고 노인자살 비율 세계 1, 출산율 세계 최하위 등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사실 우리는 너무 세계화에 목매었는지도 모른다. 지구촌 세계화로 너까지도 국경을 무시로 넘나들게 되었구나.

 대면 문화에 치중한 측면도 있지 않을까? 만나서 얼굴 보며 정을 나누고 술잔을 대작하고 침 튀기며 호기롭게 보냈던 시간. 지금도 홍대 앞 거리엔 다닥다닥 붙어 젊음을 즐기는 모습은 소통문화의 다른 얼굴로 가슴 졸이게 한다. 수차례에 걸친 대유행으로 너는 경고를 계속 보내고 있다. 피렌체광장을 에워싸고 구름같이 모여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던 플래시몹 소리는 어느덧 멈췄다. 그 빈자리를 바이올린 주자의 외로운 선율만 울려 거리를 빠져나가는구나. 헤쳐 흩어지라는 너의 철학에 이젠 사람들도 수긍하지 않으면 존재 여부도 위태해지는 상황이 되었나 보다.

 네 덕분에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는 이제 생활화되었다. 대화하는 반경 2미터 까지 침이 공기 중으로 튀어 나간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일깨워 주었다. 뜨거운 남녀의 애정 어린 입맞춤도 꺼리게 만든 네가 아니었니? 귀여운 손주 이마에 뽀뽀하기도 겁이 났단다. 감기 환자도 줄어 병원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단다. 네가 나타난 이후부터 거의 2년이 넘어가도록 병원에 가본 일이 없음을 문득 깨닫곤 한다. 손 씻기로 시작된 위생 관념의 확산은 네가 출현한 덕이 아니랴?

 수년 전부터 미세먼지가 한반도 푸른 하늘을 덮어왔었다. 낡은 경유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을 막기 위해 십 년째 폐차장의 실태점검과 평가를 하고 있지. 해서 연중 내내 푸른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의 건강 위해성을 잘 알기에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과학강의 강연을 통해 역설해 왔었다. 그런데 그렇게 강조해도 시큰둥했던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너 때문에 마스크는 으레 써야 하는 걸로 인식을 하는구나.

 비록 일시적이겠지만 네가 오고 나서 인간 산업활동이 둔화하면서 대기질이 개선되어 맑은 하늘이 많아졌다. 유럽 운하에는 사라졌던 물고기가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4차산업 디지털혁명을 사회 각 분야에 접목하는 중이다. 온라인 비대면 기술을 개발했어도 정착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았지. 그런데 네 덕분에 십수 년 걸릴 온라인문화를 앞당겨 실현하였다. 재택근무도 낯설지 않아 많은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다. 가정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이의 로망을 채우고 있다. 미래모습일 인간 생활 개선에까지 기여하고 있다.

 내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동안 해오던 오프라인사업을 작년 하반기부터 홈오피스로 옮겨 왔다. 대면 협의는 원격회의로 대체하고 기술평가 업무도 강연도 온라인으로 부드럽게 소화한다. 외출 시간을 줄여 책 내기와 글쓰기에 전념하게 된 것은 모두 너의 덕에 힘입은 바 크다. 또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를 통해서 웹 문학 강좌를 마칠 수 있어 전통문학의 범주를 확장하게 해주었다. 인류의 찬란한 문학작품이 모두 역경 속 집에서 탄생했음은 역설적으로 인문학의 발전에 네가 기여해왔음이 아니랴? 그동안 외식문화에 빠져있던 우리네 생활이다. 거리두기 강화는 외식을 가정요리로 불러들여 메뉴가 풍부해졌다. 아내도 친구들과 수다 대신 집으로 돌면서 인터넷으로 매일같이 요리법을 바꾸며 함께하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맛의 향연에 빠지게 되었다. 아울러 외식비도 절감해서 가정경제에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외출이 적어 화장품도 매출이 줄었다는 뉴스에 아내도 수긍한단다.

 에볼라 바이러스 이후 우리나라에도 사스, 메르스 코로나가 들어온 건 불과 20년 이내다. 그사이 너는 놀라운 변신을 계속해 왔단 말이냐?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술과 방역에도 힘써 너의 영향을 막아왔다. 공중보건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던져주었다. 결과 평균수명의 대폭 연장으로 백세시대를 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네 도움이 컸으리라.

 너의 눈부신 재주도 놀라웠다. 인간이 지구 환경파괴라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사이 너는 적응력을 키워 호시탐탐 인간의 약점을 노리고 숨어들었다. 최근 코로나19는 네 위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초강대국도 수만 명씩 죽어나가 선진국의 체면을 먹칠해주었다. 그 대통령도 처음엔 호기롭게 거부하더니 어느새 그에게까지 슬그머니 마스크를 쓰게 했더구나. 특히 연구개발에 십수 년 걸린다는 백신을 밤잠을 자지 않고 불과 일 년여 만에 내어놓았다. 긴 터널 점 구멍에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빛줄기를 이제야 보는가 싶었다. 그래도 너는 어느새 델타변이, 오미크론 라는 변종으로까지 대응하여 변신의 귀재임을 여실히 보여주었구나. 전문가 그룹은 위드코로나 까지 거론하고 있어 당혹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랴. 인간은 지구상 약육강식의 자연 질서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약하디약한 우리 인간은 불을 다루고 도구를 만들며 마침내 자연을 정복하여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거기다 과학 문명의 발달과 함께 찬란한 문화도 이루어 냈다. 그 과정에서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의 결과로 환경까지 파괴하고 말았구나. 이젠 그 여파로 지구온난화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살아남기 위해 애쓸 것이고 끝내 남을 것이야. 2050년까지 첨단 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지.

 이제 우리는 창과 방패의 영원한 관계에 접어들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숙주에 너는 기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니냐? 너는 숙주의 절멸을 바라지는 않을 줄 알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연구팀은 면역과 중증도 요인에 의한 수학 모델링 결과 전파율이 높을수록 토착화는 빨라짐을 파악했단다. 우리 인간과 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아닐지. 그렇다면 서로 사이좋게 공존(共存)하는 방법을 찾아 보는 건 어떠리. 우리는 환경을 존중하고 너는? (202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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