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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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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아니어도 축제다    
글쓴이 : 김정희    13-06-23 14:42    조회 : 4,945
 

  
<책을 엮으면서>
 
언제부턴가 내 모습을 사진 찍는 게 싫어졌다.
무엇이 되어볼까 궁리하다가 나이만 먹어버린 내가 사진 속에 꼼짝없이 갇혀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상 사는 일이 쇠젓가락으로 무른 생두부를 집어 올리는 일마냥 아슬아슬하고
만만찮음을 이젠 알 것도 같다는 듯 처연함이 사진에는 묻어있다.
글쓰기로내가 무엇이 되어볼까라든지 내 글이밥벌이가 되기를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글쓰기가 나에게 또 하나의 기독(基督)
신념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그 길 또한 지난하고 요원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쏟아지는 출판물의 홍수 속에서 나 역시 활자공해의 주범이 될 것 같아 오랫동안 출간을
망설였다. 낯선 수필가들의 책들은 숫제 뜯어보지도 않은 채 버리기 일쑤였고 내 책 역시
내가 저지른 만큼 부메랑 되어 똑같이 홀대받을 것임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천 년을 살 것처럼 책을 사들이고 만 년을 살 것처럼 끝없이 행간을 탐험하다보면 글쓰기란
결코 내 몫이 아닌 것 같아 심한 자조감에 빠져들기도 했다.
맞춤법도 엉성하고 비문(非文) 투성이의 문장들을 마구잡이로 엮어 일 년에 몇 권씩 책을
남발하는 사람들을 보면 냉소를 던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조악한 문장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삶의
매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 그들의 따뜻하고 근면한 자세에 숙연해지곤 한다.
글쓰기란 화려한 미사여구의 문체가 아니라삶을 따뜻하고 성실하게 꾸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데 참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삶 그 자체가치열한 기록의 온기가 스며있는 문장과 동의어였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다.
보잘것없는 내 삶의 기록을 한 줄이라도 읽어주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리라.
다만 뜯어보지도 않아 봉투째 쓰레기통에 버려지지 않고 누군가 늦은 밤 라면을 끓일 때
한낱 쭈그러진 냄비의 받침이라도 되어준다면 더 바랄게 없다, 내 책.
 
                                                                                                                                                  2014년 3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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