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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동순재처럼    
글쓴이 : 백춘기    17-06-30 13:17    조회 : 6,815

                                                   야동순재처럼

                                                                                                             백 춘 기

  전화기에서 손끝이 떨어지는 순간 큰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빠르다니! 그것은 빛보다도 빠르고 소리보다도 빨리 전달되었다. 한번 떠난 것을 되돌리거나 지워버릴 수도 없다. 눈앞에 안개가 자욱하여 앞이 안보이고 머리가 핑하니 돌았다. 친구들끼리만 은밀하게 돌려보는 동영상을 점잖은 모범생 누이들이 가득한 우리 수필반 단체 카톡방으로 무단 발사해버린 것이다.

  지난 42일 롯데타워 개관기념 불꽃축제가 있었다. 이날 잠실일대에는 불꽃축제의 장관을 보려고 수십만 명이 모여들었다. 마침 우리 집은 롯데타워 바로 옆에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장소에서 음향효과가 아주 실감나게 불꽃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좋은 말씀, 시구절과 함께 동서양을 아우르는 야한 동영상을 꾸준하게 보내오는 고등학교 동창한테서 받은 영상이 아차 하는 순간에 발송되어 버렸다. 멋진 영상을 수필반 카톡방에 빨리 올려 보여드리고 싶어서 서둘러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걸 어쩌지?

겁이 났다.

바로 지우면 발송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로 지웠다. 그러나 이미 발송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걱정이 되어 평소 스스럼없이 지내는 박 선생에게 이른 아침이지만 전화를 하였다. 선생님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아직 잠에서 덜 깬 목소리였다.

박형! 큰일 났어요. 우리 카톡방에 롯데타워 불꽃놀이 동영상을 올린다는 것이 그만 야한 동영상을 올리고 말았어요. 어쩌지요?” 하고 걱정스럽게 말하였다. 그랬더니 아이고 형님, 우리가 뭐 어린 학생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지요.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하시며 위로하는 것이다. 우리 반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 반장은 또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평소 부끄럼을 많이 타시는 김 선생님은 뭐라고 하실까! 무엇보다도 가장 연장이신 선생님은 또 얼마나 꾸짖을 것인가 만감이 교차되고 이제 수필공부도 이것으로 끝이로구나! 무슨 낯짝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바로 제일 연장이시며 우리 반 정신적 지주이신 선생님에게 전화를 하였다. 선생님 어쩌지요? 제가 큰 실수를 하였습니다. 하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글쎄 나도 왜 그런 것을 여기에 올렸을까?“ 하고 걱정을 했다하시며 바로 사과의 글을 올리세요!“ 단호하게 그러시는 것이다.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더니 언제나 쾌활하신 정 선생님은 다들 카톡 잘못 보내서 실수 한번씩은 해요! 그나마 아이들에게 안 보낸 것을 다행으로 아세요! “ 하시며 두둔해 주셨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을 해야 할지 불안했다. 그동안 점잔은 체하며 드나들었던 수필반에서 나의 이미지는 이제 나락으로 떨어져 불개미 보듯 할 것이다. 이래저래 신경을 쓰고 그랬더니 몸에 열도 많이 나고 목도 잠기는 몸살이 나고 말았다. 며칠 뒤 수업일이 돌아왔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무어라 멋쩍은 사과를 하여야 할지 생각하면서 교실에 들어갔더니 미리 와 계시던 선생님들이 환하게 웃으시며 박수로 맞아 주시는 것이다. 또 교사를 하셨던 김 선생님은 우리 남편도 친구들이 그런 것 많이 보내줘요. 같이 보기도 하는데요. !“ 하시며 분위기를 바꿔 주셨다.

 어떤 선생님은 요새 오라버니들은 그러고 노는구나!“ 하며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을 유쾌하게 넘어가 주시는 분위기였다. 한 선생님은 자기도 카센터 아저씨에게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라고 잘 못 보냈었다는 일화를 밝혀주셨다 

  나이든 사람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다. 활용방법을 많이는 모르지만 쪽지대화나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사실 남자들은 그것을 한번이라도 안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만 자기는 전혀 그런 것들은 상대하지도 않는 고상한 사람인 척할 뿐이다. 지하철 경로석에서 거나하게 취한 친구들끼리 유리창에 비치는 줄도 모르고 낄낄거리는 사람들도 있다.”양기(陽氣)가 입을 거쳐 이제는 눈으로 왔다고 친구가 말한 것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 보고 싶으면 보자! 연속극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을 보다가 아이들에게 걸린 이순재는 야동순재라는 별명이 붙어 오히려 더 큰 인기를 얻지 않았던가!

한국산문 2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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