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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인생 대학    
글쓴이 : 성민선    12-09-26 15:37    조회 : 4,048
 
제3인생 대학
                                       
                                                                        성 민 선
 
정년퇴임한 지도 꼭 1년이 지났다. 대학을 떠나고 나서 또 다른 대학에 바로 입학했다. 제3인생 대학이다. 오래도록 가고싶어도 갈 수 없었던 곳, 집에서 가까운 백화점의 문화센터에 등록하여 문학공부와 글쓰기를 배우고 있으니 그곳이 바로 제3인생 대학이다. 그곳에서 10년 이상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쳐온 스승은 어느덧 70이 넘었고, 배우는 이들 대부분은 아직 중년이지만 나와 같은 퇴직자도 받아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제3인생 대학은 영국의 사회학자, 철학자, 저술가인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의 4단계 인생 구분에 근거를 둔 유럽 등 선진국에서의 노인교육 운동을 말한다. 제1기 인생은 태어나서 배우고 성장하는 시기이고, 제2기 인생은 가족을 이루고 돌보며 직업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제3기 인생은 퇴임 후 이제까지 일 때문에 미뤄뒀었거나 하지 못했던, 혹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즐기는 인생의 황금기이다. 지금과 같은 고령사회에서는 두 말할 것 없이 제3 단계가 길고 알찰수록 좋고 그 방법의 하나로 선진국일수록 노인교육이 크게 성행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 역시 빨리 겪은 선진국들은 대학 또는 공공장소를 활용하여 제3인생기의 노인들이 배움을 계속하며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인들에게 계속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일러 제3인생 대학(U3A - University of the 3rd Age)이라 한다. 제4기 인생은 노쇠해서 부득이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로 그건 짧을수록 좋을 것이다.
 
사람들 가운데서 4단계까지가 모두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과거 현재 미래 이 삼세(三世)가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緣起法)으로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으니 모든 단계를 다 온전하게 잘 살 수 있으려면 성인의 경지가 되지 않고서는 힘들 것 같다. 성인들이야 말로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끊임없는 수행으로 자기를 완성하고 인류를 구원했기에 그들의 삶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온전한 삶이라 하겠다.

부처님의 일생은 바로 그러한 좋은 예의 하나이다. 부처님은 인간의 생로병사의 고통을 끊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히말라야 설산에서 6년간 고행 끝에 마침내 보리수 밑 풀방석에 앉아서 새벽별을 보고 명상하며 해탈의 길을 깨달으셨다. 그 때가 35세. 그 후 45년간 길 위에서 설법을 하시다가 80세에 노인의 몸으로 역시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신 분이다. 늙음에 대한 좋은 가르침을 《법구경》에 아래와 같이 남기셨다.

“배움이 적은 사람은 황소처럼 늙어간다. 육신의 살은 찌지만 그의 지혜는 자라지 않는다.”
“화려한 왕의 수레도 닳아 없어지고 이 몸도 그와 같이 늙어 버리지만 선한 이의 가르침은 시들지 않는다. 선한 사람들끼리 진리를 말하므로.”
“젊었을 때 수행하지 않고 정신적인 재산을 모아 두지 못한 사람은 고기 없는 못가의 늙은 백로처럼 쓸쓸히 죽어갈 것이다. “
“젊었을 때 수행하지 않고 정신적인 재산을 모아 두지 못한 사람은 부러진 활처럼 쓰러져 누워서 부질없이 지난날을 탄식하리라.”

부처님은 이와 같이 배움 그 자체, 그리고 선한 이로부터 배울 것을 강조하셨고 젊었을 때부터 수행하라 강조하셨는데 젊음은 이미 떠나버렸으니 어쩔 것인가. 하지만 아직 배울 일과 노년기가 남아 있으니 이 이상 더 고마울 수가 없다. 배우고 지혜를 증장시키는 일, 그리고 선지식을 만나서 가르침을 받아 정신적 재산을 모으는 일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마지막 기회이니 이제부턴 제대로 배움을 붙잡고 놓지 말아야겠다. 도처가 제3인생 대학 아닌 곳 없으니 어디든 인연 있는 배움터에서 열심히 닦을 일이다.
 
<교수신문> 2012. 9.10 원로컬럼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수정(201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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