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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미음 홀리는 것들    
글쓴이 : 문영휘    14-12-15 09:41    조회 : 8,282
                나의 마음 홀리는 것들
                                                            상헌(祥(軒)  문  영  휘
  눈앞에 마음을 홀리는 한 미묘(美妙)한 실체가 나타날 때는 나는 정신이 팔린다. 그들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향을 내뿜는 후리샤나  백합꽃이 아니며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도 아니다. 돌덩어리 아니면 흙으로 빚어진 자기(瓷器)들이다. 그래도 그들의 형상이 내 마음에 와 닿게 되면 그를 기어코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그렇지 못 할 때는 그만 물끄러미 혼자 쳐다보다 맥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호주머니가 비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애착심에 그를 찾아 다시 가보기도 한다. 이러한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 살면서 많이 겪는 일이다. 그 중에서 완전히 내 것으로 취(取)한 것은 헤아릴 정도의 몇 점이다. 아름다움의 가치를 품안에 두고싶은 나의 욕심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그렇게 욕심을 부릴까? 꿈속에서도 위로를 받거나 용기를 얻는다. 그들은 전혀 “사람의 손길이 미칠 수 없고 사람의 능력으로 가감(加減)을 할 수 없이 자연스레 생성된 천연의 예술적인 작품”이다. 그것은 곧 돌 중에서도 이색 형상을 한 형상석(形象石)이거나 추상석(抽象石)이다. 무늬와 색깔로 보면 오석(烏石)과 호피석(虎皮石)에다. 비취색의 옥석(玉石)과 황석(黃石)등이다. 그 오석 중에는 항해(航海)를 하고 있는 돗단 배에서 홀로 햇살을 담뿍 받고 돛에 기대어 앉아 있는 정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정감을 주는 것(고:25,폭:17cm)과 봄날 두꺼비가 지각을 헤치고 올라와서 앞을 보고 멀리 뛰려 조아리고 앉은 준비 자세의 봉화산 호피(虎皮)석이다, 그리고 인생고난의 역정(歷程)이 쌓여 묻힌 듯한 석탑의 종유석(鐘乳石)도 있다. 이들은 “천년만년 살아오면서 자기의 몸매를 다듬어왔고 앞으로도 누가 무어라 해도 흐트러지지 않고 그렇게 지켜 갈 생명”이다. 
    이와는 달리 사람의 정성과 섬세한 손길의 흙으로 빚어낸 신기한 작품도 있다. 이들은 백자, 청자, 회청자다. 그리고 대(代)를 이어 내려오는 유묵(遺墨)이며 분재용 화분들이다. 이들은 언제나 나에게 기쁨의 희망과 용기를 준다. 그 중에는 많은 이의 눈길을 끌면서 나의 마음을 홀리는 백자청화 이어호(白磁靑畵  이魚壺:고38,폭45cm) 조각(彫刻) 무늬항아리도 있다. 이 백자는 잉어 떼가 물 속에서 그침 없이 재주를 부리고 서로 마주보고 속삭이며 사랑으로 즐기는 모습이다. 또한 백자청화용문호(白磁靑畵龍文壺)는 어느 유명한 화가의 손길을 빌려 새겨진 용(龍)의 그림으로 구름을 타고 승천하며 여의주(如意珠)를 집어삼키고 소원성취를 하려는 형상의(고:46,폭:28cm) 작품이다. 여기에 더하여 전통을 이어온 청자(靑磁) 삼감학무늬 매병은 회화적인 무늬가 들어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몸매처럼 곡선을 그리며 어깨로부터 흘러내린 형태 자체가 일품인데다 몸체 가득히 구름이 뜬 하늘아래 수많은 학(鶴)들이 함께 날고 있는 것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이름 모를 작가의 작품이다.
  한편에는 나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는 한 구절의 글귀도 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해가 거듭되면서 귀하게 여겨지는 문장이다.
        ‘서기영문숙기신(瑞氣盈門淑氣新)  화향입좌 춘풍애(花香入座春風靄)’
           “서기가 아침 맑은 공기같이 문안에 가득 차고 
                        꽃향기가 봄바람의 아지랑이같이 앉은 좌석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88올림픽 국제서화 전시에서 행서부문 한국대표 전시작품으로 석계 김태균 교수의 선물작품이다.
게다가 동남아 유럽으로 순회 전시까지 한 매란국죽(梅蘭菊竹)의 그림병풍과 선대의 유품(遺品)인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융릉으로 행하는 능행도(陵行圖)의 10곡 병풍 등 여러 점을 두고, 보고싶을 때마다 가려보며 즐긴다. 이들과 함께 내가 살고있는 분당 금곡(金谷)동 청솔마을 우거진 숲 속에 나는 조용히 몸을 담고 살면서 문득 오우가(五友歌)를 쓴 고산 윤선도의 취미생활을 떠올려본다. 그는 자신에게 변하지 않는 친구는 수석(水石)과 송죽(松竹) 이라고 생활상을 노래했다. 우연히도 오늘 저녁은 나의 집 창 밖에 높이 뜬 달이 거실 깊숙이 비춰주고 시상(詩想)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생활환경에서 살아가는 정취(情趣)에서 이들은 나의 마음을 황홀하게 홀리고 있다. 
   아직도 미숙한 나의 생활을 더욱 성숙되게 이끌어주고 말없이 외로울 때는 나를 감싸고 깨우쳐 주는 이 포근한 생활환경이 또 어디 있으랴! 정녕 이들은 나에게 둘도 없는 친우요 가족이다. 때로는 침묵의 맨토로서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나는 평생 은혜로움을 잊을 수 없는 동반자로 여긴다. 이는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Dante:1265-1321.56세)가 베아트리제의 여인을 보는 것만이 생의 유일한 위안이요 행복이었다고 하던 이야기 못지 않게 나도 이들과 짝사랑을 하고있는지 모른다.
                                                                     2014.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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