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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서 환생을 꿈꾸다.    
글쓴이 : 박옥희    15-12-06 15:31    조회 : 7,360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서 환생을 꿈꾸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만달레이(Mandalay)는 평화로운 한폭의 그림이었다. 초록빛 나무 사이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아기자기한 집들과 크고 작은 사원들과 탑들이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다정하게 모여있었다. 한눈에 불교의 나라임을 보여주었다.

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던 미얀마는 국민의 86%이상이 불교를 믿는다. 2시30분 늦는 시차 관계로 5시간쯤의 비행 끝에 오후 3시에 만달레이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 우리 일행은 다음날 일정을 앞당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티크로 만든 유뻬인 다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건너편 강에서 쪽배를 나눠타고 다시 돌아오응 관광이다. 주변의 분위기는 소박했고 관광지로서의 특징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시큰둥한 기분으로 배에 올랐다.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배가 호수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의 환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다리 뒤 쪽에서 해가 지고 있었다.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철렁한 광경이었다.

불현 듯 도종환의 시 <일몰>이 떠올랐다 

사라진다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중략) 하루가 가고 해가 지고 잊혀진다는 건 고마운 일. 살아서 잊혀진다는건 다행스러운 일이다.’(하략 

어김없이 찾아올 죽음과 물거품처럼 사라질 명예의 허무함을 노래한 시인의 마음이 가깝게 다가왔다. 죽음의 강을 건너고 있구나. 나는 미얀마의 호수에서 요단강을 생각했다. 내가 가고있는 저 편은 천국이 아닌 다음 세상일거라는 엉뚱한 착각속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여기서부터 나의 환생여행은 시작되었다.

 다음날 우리는 승려들의 수행을 위해 지어졌다는 마하 깐다뇽 수도원을 방문했다. 1300명의 승려가 거주하는 이곳은 오전 10시 첫 번째 징이 울리면 학승들이 공양을 받기위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선다. 특별한 유물이나 역사적 의미는 없지만 미얀마가 소승불교의 나라임을 잘 알려주는 곳이었다.

불교는 크게 대승과 소승불교로 나뉘어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의 경우 대부분이 대승불교이고 북방불교라고도 불리운다. 소승불교는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지역에 퍼져있고 따라서 남방불교라 부른다. 소승은 인간이신 석존의 가르침을 따른다. 출가 지상주의 불교이다. 정해진 계율을 지키고 바른 길을 걷는 자만이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된다는 것이다. 소승은 인생고가 업()으로써 우리에게 얽매어 있으므로 이 번뇌를 없애고 윤회의 세계를 벗어나려한다. 때문에 인생에 대한 태도는 수동적이 된다. 그런 이유로 미얀마에는 승려들의 수행장소인 규모가 큰 수도원이 여러 곳에 있었다.

  그날 오후 국내선 비행기로 바간(Bagan)에 도착했다. 미얀마를 모르는 나에게 바간은 단순한 도시였다. 그런데 일행 중 어떤 분은 몇 해를 두고 바간을 기대했다고 한다. 알고보니 바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시이다. 일천년전 미얀마 최대의 통일 왕국의 수도였다. 셀수없이 많은 사원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원 입장이 맨발이어야 한다는 규칙을 가이드는 정장이라는 말로 통일했다. 여행 중 수없이 많은 정장의 예를 갖추어야했다. 여행 다음 날부터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나의 하루는 맨발이었다. 막상 맨발이 되어보니 조금은 쑥스럽고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어째서 맨발이어야하는가. 문득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떠올랐다. 맨발은 무소유의 상징일까? 맨발의 홀가분함을 맘껏 누려본 기회였다.

바간 관광은 놀라움을 넘어 감탄의 연속이었다. 눈이 부시도록 현란한 사원들을 구경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단순 소박한 이들의 생활에 비해 이처럼 황홀하고 찬란한 사원을 지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궁금했다. 언뜻 심신깊은 민족의 종교적 열정이라 생각도 해 보았다. 잘 준비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 내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거기에는 환생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에게도 죽음은 강건너 불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정한 사람들 과의 이별이 가슴아팠고 나도 서서히 죽음을 접수하게 되었다. 어쩔수 없이 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운명으로 받아들여진 내 종교에서 위로를 찾으려했다. 그것은 부활이다. 하지만 부활은 너무 먼 곳에 있다. 언제, 어디서, 성경이 보여주는 부활과 최후심판의 날, 성경에서 만난 부활은 나에게 너무 어렵고 혼란스러웠다. 한동안은 나를 꼭 닮은 내 손녀딸에게서 부활의 의미를 찾기도 했다. 여기 미얀마에서 나는 새로운 해답을 얻었다. 환생을 꿈꾸며 이승에서의 모든 고통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부활의 신비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환생의 신비에 온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나는 환생에 대한 불교의 심오한 교리는 모른다. 그러나 다음 세상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들과 만나 나도 막연하게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했다.

언젠가 여행 찬넬에서 본 장면이다. 네팔의 이름모를 산기슭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두 여인을 어느 PD가 인터뷰했다. 하얀 눈이 듬성듬성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이른 봄날이었다. 이렇게 추운날 어째서 이런 고행을 하느냐는 물음에 그녀들은 대답했다. 한번의 삶으로는 부족한, 이루고 싶은 많은 꿈이 남아 있다고.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도 반드시 사람으로 태어나 이승에서의 못다이룬 꿈을 펼쳐 보겠노라고.

 

눈이부셨던 사원들을 뒤로하고 전리품으로 가져온 부처님의 머리카락이 봉안되어 있다는 쉐산도 파고다를 구경했다. 거의 수직으로 된 계단을 난간에 의지해 힘겹게 올라갔다. 5층 테라스에서 바간의 탑 전경을 전체적으로 볼수 있었다. 옅은 안개로 인하여 주변에 흩어져 있는 탑들이 더욱 신비로웠다.

유럽으로 건너간 불교가 소승불교인 이유일까? 여행 첫날부터 무리지어 다니는 서구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5층 테라스의 아슬아슬한 난간에도 젊은 쇼펜하우워의 후예들이 일몰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승불교는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워(1788-1860)에 의해서 유럽에 연결되었다. 그의 논리는 불교적이며 철학도 불교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쇼펜하우워의 불교사상은 니체에게 영향을 주었고 이 후 유럽의 많은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이 불교를 받아들인다. 특히 프랑스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에서 불교사상을 형상화했다. 잘 알려진 <<어린왕자>>는 불교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생텍쥐페리(1900-1944)의 작품이다.

생전의 법정스님은 <<어린왕자>>를 읽고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스님은 <<어린왕자>>를 불교의 경전인 <<화엄경>>과 비교하면서 왕자의 죽음에서 불교사상을  이야기한다

 다음날의 일정은 푸르른 물의 도시 헤호(Heho)였다. 바간과 만달레이에서 화려한 사원 구경에 지친 눈의 피로도 풀겸 볼 거리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자연호수이다.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의 덕분일까? 방문한 수상마을에서 만나본 소녀들의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았다.

 

여행 마지막 날 우리 일행은 양곤(Yangon)에 도착했다. 학창시절 세계지리 시간에 열심히 외웠던 버마의 수도 랑군이다  미얀마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라는 쉐다곤 파고다에갔다. 거대한 종 모양의 탑은 2500년 전 지어진 사리탑으로 탑의 전신이 모두 금판으로 덮혀있다. 금은 총67톤이며, 매년 기증받은 금으로 계속 개금을 하고 있다. 불탑의 꼭대기에는 76캐럿의 다이아를 포함 아름답고 진귀한 수많은 보석들로 치장되어 있다. 그곳은 엄숙한 불교사원이 아니었다. 디즈니랜드의 어느 환상적인 성을 떠 오르게 했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였고 가족들은 다정하게 모여앉아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동행한 교수님은 쉐다곤 파고다를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과 비교하였다. 어찌되었건  나와는 다른 종교의 사원에서 그지없는 평온함과 무한한 자유를 느꼈다.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있다면꼬마들과 즐겨부르던 <마법의 성>을 흥얼거리면서 나는 드넓고 휘황찬란한 사원을 쉼없이 헤집고 다녔다. 마법에 걸린 맨발의 공주가 되어 다음 세상에서 사람으로 태어나는 환생을 꿈꾸면서.

                                                                                                                                       2015.<<한국산문>>.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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