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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활극    
글쓴이 : 정민디    17-07-25 21:48    조회 : 9,030

                                            서부 활극

                                                                                                                            정민디 

     1992년 엘에이 429폭동은 흑인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과잉 공권력을 휘두른 경찰관들에 대한 무죄방면으로 촉발된 최악의 인종 폭동이었지만 미 주류 사회의 편견과 일부 미디어의 의도적 왜곡 속에 한흑 갈등이 부각되면서 한인 사회는 최대 피해자가 되는 악몽을 겪어야 했다한인 업소 2300여 곳이 약탈 또는 방화로 4억달러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폭도들을 막기위해 나섰 던 인명 피해도 50여명이나 됐었다한인은 젊은 청년 한명이 희생됐다.

  남편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천하는 날이 폭동이 일어난 날이 될 줄이야그의 이민 목적은 실로 철없고 단순했다총을 사 모으는 것과 고급외제차 타는 것이었다이유는 그럴 듯 했다누구나 총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도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남편은 어렸을 때 많이 본 서부영화에 나오는 쌍권총 찬 카우보이 존 웨인이 돼보는 게 로망이었던 게 틀림없다웬만큼 살만하자 소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콜트루거스미스 웨슨베레타 등이었다그냥 등록만하고 사면 되는 간단한 과정이다총 쏘기 연습을 할 부속품들도 날로 늘어났다네 식구가 연습장 벌판으로 가서 귀마개를 하고 사람 신체 모양의 과녁에 눈심장 등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몸이 휘청했다.

  흉흉한 새로운 유언비어가 떠돌아 애들을 살피려 나는 일찍 퇴근하고 있었다운전대를 잡고 백미러로 가게를 쳐다보니 남편은 지붕으로 올라가서 제법 카우보이 같이 쌍권총을 들고 무법자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손이 둘 밖에 없으니 나머지 총은 옆 가게들에게 다 빌려줬다

1966년 제작된 마타로니 웨스턴’ 스타일의 서부영화인 <황야의 은화 1이라는 영화가 있었다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의 셔츠 포켓에 있던 은화가 총알을 막아 목숨을 구하는 장면이 있다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을 남편은 필시 그것을 흉내 내어 내가 지금껏 과부가 안 된 것 일지도 모른다.

 당시 호주에서 양털을 수입하여 도매업을 하고 있던 우리 가게도 지켜야 했다비교적 값이 나가는 거라 조금 긴장이 됐다커다란 통 유리창을 나무판자로 못질을 해 막았다가게 근처에는 비교적 온순한 히스패닉들이 많이 거주하던 곳이라 위험은 조금 덜 하였으나 그들도 늘 차별 받던 처지들이어서 이 틈에 뭐라도 좀 건지자 하는 심정이었는지 문 닫고 간 가게를 부수고 별로 돈도 되지 않는 것들을 낑낑대며 가져갔다큰 꽃병이라 든가 침대 매트리스책꽂이의자 같은 것 들이다우리 종업원 호세는 집에 일찍 보내고 폭동이 잠잠해 지면 연락하겠노라 했다선 임금을 줘서 보냈다양털 깔개도 두 장 주었다.

 흑인 동네에서 돈 벌어가지고 해가 지면 좋은 학군이 있는 백인지역으로 고급차 몰고 퇴근하는 한인들이 곱게 보였을리가 만무하다. 429폭동이 번지면서 위화감을 준 노란얼굴들을 타깃으로 삼았다우리는 얼굴에 까만 칠을 하고 가게를 버리고 도망을 가고 폭도들은 물건을 훔치고 불을 질렀다이것은 마카로니 웨스턴이 아니고 김치 웨스턴 이었다.

  한인 라디오 방송국은 정규방송을 중지하고 24시간 폭도들이 출몰하는 곳이나 불이 나는 곳 등 피해 상황을 실시간 접수했다예를 들자면 우리 가게 쪽으로 폭도들이 몰려오고 있어요어디어디 불이 났어요.” 그런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성금도 답지 했다방송을 들음으로써 공포는 가중되고 덧 붙여 유언비어도 속출했다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은 세크라멘토 주도에서 출발은 하였으나 한인 타운으로 진입하는 마지막 부자동네 베버리 힐즈에 장갑차를 주차하고 백인들도 보호할 겸 머물며이 싸움이 언제 끝나나 관망하고 있었다사태가 진정되자 장갑차를 몰고 머리에 철모를 쓰고 장총도 차고 느릿느릿 한인 타운으로 들어왔고동시에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도 한인타운을 방문했다. ‘세월호 7시간’ 보다 더 모르고 있었는지 며칠 후에나 방송국에 와서 쏼라쏼라 아이고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을 꼬’ 위로하고 뭔가 행동했던 방송국의 공로도 치하하며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다 물어 줄 께’ 하고 떠났다그랬으나 세금을 낸 기준으로 보상을 해 주는 전제여서그 동안 많은 한인들이 현금장사를 하고 제대로 세금 보고를 안 해 어차피 다 어렵게 되었다.

  1991년 3월 남부 LA지역의 한인마켓에서 주인 두순자와 15세 흑인 소녀가 다투던 끝에 아줌마가 소녀를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1년후,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폭동 과정에서 흑인들이 한국인과 기타 아시아인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덩치가 커서 슬펐던 소녀는 서부활극을 보지 않은 아줌마를 만난 게 비극이었다진정 카우보이 정신을 몰랐던 아줌마가 뒤에서 치사하게 총을 쏘았던 것이다아줌마는 정당방위로 풀려났다판사는 두순자가 재범의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4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과 함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결국 이 판결로 인해 흑인들의 사법시스템 및 한인들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었다.

 ‘위협을 당한다’ 그러면 총을 쏴서 내 목숨을 지킨다’ 가 미국에서 방어용으로 총을 소지하는 주요 핑계가 된다미국 전역에서 총을 쏘아대는 활극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폭동 이후남편은 현실에서의 활극은 영화만큼 재미있지 만은 않았는지 총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2017년 7월호 한국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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