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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노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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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것은 소중한 것이여 <Good & 굿, 내 사랑 배뱅이>    
글쓴이 : 노정애    12-05-16 17:46    조회 : 5,572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
 
                                                                                                             노문정(본명:노정애)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 앞 건널목에 서 있다.  어림잡아 5,60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함께 관람할 동지가 많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소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많아졌다는 생각도 잠시, 신호가 바뀌자 뛰다시피 건너가는 그들은 나와는 반대 방향인 오페라 극장 쪽으로 떼지어 몰려갔다.  그곳에서는 지금 2개월 넘게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중이다.
  이 공연은 평균 객석 점유율 87%, 하루 평균 2천 장 이상의 티켓 판매로 공연 50일만에 10만을 돌파했다.  10만원이 넘는 R석 또는 S석이 전체 좌석의 반수가 되는 912석인데, 큰  비용 지불에도 관객이 모이는 데는 작품성과 극이 주는 재미, 광고, 기업문화 사업의 협찬 등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도대체 아바는 어느 나라 사람이란 말인가.
  수입된 오페라나 뮤지컬의 인기몰이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우리 것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300석 규모의 아담한 자유소극장으로 향하며 마음은 김빠진 맥주처럼 씁쓰름했다.  ‘왔구나....왔소이다’ 이 창이 바로 배뱅이굿이다.
  현재 87세의 고령이며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인 이은관 명인의 소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은나 배뱅이가 누군인지 극의 흐름은 어떠한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배뱅이굿은 소도 소리의 하나이다.  서도 소리는 황해도와 평안 지역인 관서 지방의 소리를 총칭해서 부른 것이다.  언제부터 불려졌는지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예로부터 거친 풍토에서 북방 이민족과 함께 살아온 서도 지방민들의 생활 속에서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소리로 노랫가락에도 그들의 생활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조선 전기부터 서도 지방 사람들의 벼슬길이 막히자 그 설움을 푸념으로 읊은 수심가가 가장 유명하다.  특징은 고음을 한없이 질러 격렬히 떨고 다듬어서 명주실을 뽑듯이 내려놓는 것이다.  1890년경부터 소리꾼들에 의해 만들어진 배뱅이굿은 해방 이전까지 서울에서 무대가 마련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고 전한다.
  극의 줄거리는 황해도에 사는 김, 이, 최정승은 형제 의를 맺었는데 그들에게 모두 혈육이 없었다.  어느 날 세 사람은 절에 가서 백일기도를 하여 각각 딸 하나씩을 낳았는데, 최정승의 딸이 ‘배뱅이’이다.
  이 셋은 쑥쑥 자라 둘은 시집을 가고 배뱅이만 남았는데 시주하려온 금강산 마곡사 상좌중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상좌중은 싸리나무로 엮어 만든 채독 속에 숨어서 배뱅이와 사랑을 나누다가 다시 오겠다며 떠나버리고 기다리던 배뱅이는 상사병으로 죽는다.
  최정승 내외는 황망히 떠난 딸의 넋이나마 불러보고 싶어 이를 이루어 주는 사람에게는 재산의 절반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그때 평양의 젊은 건달이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산을 기생집에 모두 탕진하고 강산 유람을 다니다 주막집에서 배뱅이네 진오귀 굿을 듣게 된다.  건달은 주모에게 배뱅이의 사연을 듣고 무당 행세를 해 넋을 불러주는데 이때 나오는 소리가 ‘왔구나...왔소이다’이다, 그럴싸한 시기극은 성공하여 최정승은 그에게 재산의 절반을 준다.
  극의 구성은 산천기도, 현몽, 배뱅이의 출생, 성장, 연애, 죽음, 장사, 무당의 굿, 주막집, 마지막 굿 날, 귀로 등의 순서로 되어 있다.  국악의 줄거리와 소리는 그대로 둔 채 현대식 국악 뮤지컬로 바뀐 것이 이 공연의 특징이다.
  주모 대신 하루 살롱의 섹시한 마담이 트롯을 부르며 신세 한탄을 할 때는 가요와 국악이 흥겹게 어우러졌다.  팔도의 무당들이 굿판에서 재주를 뽐내며 브레이크댄스, 힙합, 째즈까지 선보여 신세대 춤꾼과 소리꾼들이 모두 모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들 사이에는 외국인도 있어 극의 흐름에 신선한 바람을 넣어주는 청량제 역할도 했다.  아바의 음악이 어울릴 것 같은 그는 국악에 심취되어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창을 부르는 중간에 북 장단과 관객의 소리 장단이 어우러지면서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해 역시 우리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를 작, 연출한 박정욱도 서도 소리 입문 20년째인 젊은 소리꾼이다.  극을 이끄는 재미와 독특한 그만의 스타일 덕분에 2시간 내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팝송이나 가요, 외국의 뮤지컬에 익숙해져 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국악에도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 무대인사를 하는 그들에게 모든 관객들이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나 또한 우리소리가 10만 관객을 모으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하며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쳤다.
 
                                                                        <책과 인생>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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