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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즉통(窮崱通)    
글쓴이 : 김학서    24-08-03 17:10    조회 : 5,894

궁즉통(窮崱通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입구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형형색색의 옷으로 치장한 사람들 그리고 상의는 흰색 셔츠, 하의는 검정 바지나 치마를 입은 학생들이 뒤섞여서 북새통을 이뤘다. 그들 각자가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쓰고 있는 우산들도 한몫 거들었고.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하며 속으로 놀랐다.

눈에 확 들어오는 옷을 입은 사람은 대부분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었다. 자세히 보니 거기에는 한국의 각지에서 수학여행을 온 중고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흰색 상의와 검정 하의 차림의 교복(?)을 입은 사람들은 일본의 각지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한국 학생이나 일본 학생 불문하고 비가 오는데도 무엇이 그리 좋은지 즐거워서 하하 호호하고 있었다. 하긴 굴러가는 개똥만 보아도 '까르르'하는 나이니까.

풍성하고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교토는 매력적인 문화와 역사가 가득 찬 도시로 일본 사람들이 사시사철 찾는다고 한다. 한국 사람 역시 일본 여행의 명소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그중에 청수사(淸水寺)는 교토를 방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코스다. 일본말로는 기요미즈-데라하며, ‘물이 맑은 절이라는 뜻이다. 일본 북법상종(北法相宗)의 대본산이다.

오사카 패키지 여행 2일 차의 첫 번째 목적지는 교토 청수사(淸水寺)였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버스를 탈 때부터 비가 내렸다. 그보다 더 문제는 어디를 가나 아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화장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유독 집을 떠나면 신경이 예민해지는데……. 그래서 나라, 지역 불문하고 여행지에 도착하면 습관적으로 먼저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 지부터 찾는다. 청수사(淸水寺)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은 불안했으나 안에 들어가면 어딘 가에 화장실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아내와 함께 가이드가 나눠준 입장권을 들고 입구로 들어섰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서서 그걸 확인하였다. 그분을 보며 일본은 이제 초고령화 단계에 적응을 잘해서 나이 많은 분에게도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제공되며 공존하는 사회로구나라는 걸 확인했다. 입구를 지나 본당에 도착했으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하며 주위를 살폈으나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비를 맞으며 경사가 심한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에 도착하니 왼쪽으로는 산과 연결된 세 개의 대나무에서 물이 졸졸 흘러내렸다. 가이드가 버스에서 이야기했던 사랑’ ‘장수’ ‘지혜의 샘이다. 다른 사람들은 장수’ ‘지혜대신 건강학업을 꼽기도 했다. 비가 오는 중에도 그 물을 체험해보려는 여행객들이 줄을 선 모습이 보니 그들은 좋다는 건 다 해봐야지 하는 군중심리에 빠져있는 듯했다. 우리나라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서양인이나 아프리카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높게 쌓은 축대인 부타이(무대;舞台)가 보였다. 본당에서 산을 내려다보는 테라스인데, 교토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했다. 못을 하나도 쓰지 않았지만 견고한 구조로 얼마 전 있었던 지진에도 끄떡없이 버텼다고 했다. 원래는 본당에 있는 관세음보살에게 바치는 춤을 추거나 공연하는 자리라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기요미즈-데라 내 최고 인기 장소로 매년 1212일 한자의 날에 일본의 '올해의 한자'를 발표하는 곳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경치도 경치지만 나의 최대 관심사는 화장실을 찾는 일이었다. 내가 급한 건 아니었지만, 아내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에 더욱 그랬다. 처음 들어간 청수사(淸水寺) 입구로 되돌아올 때까지도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는데……. 결국 입구 주변을 전부 살피며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곳까지 찾아다녔다. 그러나 공중화장실은 보이지 않았고, 한쪽에 꽤 큰 건물만 보였다.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청수사(淸水寺) 사무실인 듯해서 뒤로 돌아가 보니 다행히 사람들이 들고 나는 쪽문이 있었다. 염치불구하고 그쪽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모두 앞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사무실이 있었다. 인기척을 내니 젊은 여성 직원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화장실이 있나요?”

우리가 뭘 필요로 하는 지를 파악한 그녀는 문밖으로 나와 친절하게 컴컴한 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직원들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사무실 화장실이었다.

볼 일을 다 본 우리 부부는 불을 끄고 나오면서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렸으나 청수사(淸水寺)를 떠나면서 몸과 마음은 훨씬 상쾌해졌다. ‘궁하면 통한다(窮則通)’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깨달았기에.


(한국산문 8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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