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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그림 찾기    
글쓴이 : 노정애    24-09-12 09:03    조회 : 2,620

                               숨은 그림 찾기

 

                                                                                         노 정 애

 

 엄마가 울었다.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울었다. 3일 전 엄마는 2층에 있는 이웃집에서 놀고 내려 오다가 넘어졌다. 이웃 어른이 119를 불렀다. 부산에서 오빠가 병원으로 달려갔고 창원 사는 남동생도 합류했다. 다행히 두 계단 정도 남았을 때여서 머리에 커다란 혹과 약간의 찰과상, 몸 여기저기에 타박상이 생긴 걸로 그쳤다. MRICT 검사에서도 이상은 없었다. 하루 입원 후에 집으로 왔다. “쉬면 좋아지겠지가 어제 저녁 엄마의 말이었다. 오빠와 남동생이 가고 혼자 밤을 보낸 아침 6시에 나에게 전화를 한것이다.  

 많이 아프시냐? 물으니 어지럽고, 온몸이 쑤신다. 약 먹으면 좋아지겠지. 자꾸 너희들 힘들게 해서 어쩌냐.” ”. 울고 있는 엄마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오빠 부부, 동생 부부, 진주에 사는 언니까지 모두 직장인이다. 내가 가야 했다. “제가 오늘 갈게요.” “멀다. 걱정마라.”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차를 가지고 400킬로가 넘는 길을 달렸다. 잠깐 휴게소에 들렀지만 환청 같은 소리에 서둘러 핸들을 잡았다.  

 

 엄마는 지난해 1월부터 일주일에 세 번, 노인 주간 돌봄 센터에 다녔다. 센터에서는 핸드폰 앱인 밴드에 그날 드신 식사와 간식,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놀이, 노래나 체육활동, 가벼운 재활 치료등 하루 일과를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 자세히 올렸다. , , 금 저녁이면 밴드에 들어가 활동 내용을 읽고 올라온 동영상과 사진에서 엄마를 찾았다. 독사진도 가끔 있지만 40여 분의 어르신이 다니는 곳이라 다른 분들 사진을 확대해서 숨어있는 엄마를 찾는 숨은 그림 찾기를 했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만들고, 팔다리를 움직여 운동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장단을 맞추고, 박수를 치며 활짝 웃고 있었다. 내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아이처럼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아흔을 바라보는 엄마. 난 잘 지내는 것을 확인하며 새로운 모습이 신기해 틈만 나면 동영상과 사진들을 봤다. 전화를 드리면 오늘 모자를 만들었다. 공놀이 게임에서 일등을 했다. 짝꿍이 생겼다.”며 그날의 일들을 잘 기억해서 전해주었다. 목소리에 활기가 넘쳤다. 엄마 생일이 있는 4월과 아버지 기일이 있는 8월에 김해에 가면 모시고 왔었다. 10여 일의 서울 나들이는 매년 해 왔던 일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두 번 모두 고은(센터 이름)에 가야 된다며 퇴짜를 놓았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얼마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결석중이다.  

 

 4시간 반 만에 김해에 도착했다. 엄마는 어지럽다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울고 있지는 않았지만 먼길 어떻게 왔냐?”며 내 손을 잡는데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나는 당신의 말벗이 되고 식사를 챙겼다. 밀린 집안일을 하고 당장 필요한 것들을 사서 날랐다. 동네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고 기운을 차렸을 때 언니가 보고 싶다는 말에 진주에도 다녀왔다.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움직임은 어눌했다. 내 팔에 매달리듯 걷고 넘어질까 무섭다며 몸을 사렸다. 매일 아침이면 마당에 나가서 운동을 하고 동네 분들과 어울리곤 했는데 마당에 나가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한 달에 한번 진료와 약을 처방 받는 병원에 함께 갔다. 오랫동안 엄마를 담당한 주치의는 어지러운 원인을 알기 위해 23일 입원해서 검사를 받아야 하니 빨리 보호자를 데려오라고 했다며 나를 봤다. 지난달 혼자 병원에 다녀왔다.”를 자랑처럼 말하면서 ? 보호자와 함께 오라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푸념했었다. 사진 속 건강한 모습에 노인 요양 4등급을 받은 치매 초기의 엄마였는데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다음 날 입원을 했다. 통합 간병인이 있는 병실이라서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나머지는 오빠에게 부탁하고 8일 만에 집으로 왔다. 갈 때와 다르게 서울로 오는 길은 너무 멀었다. 몇 번이나 휴게소에 들렀다.

  오빠가 검사 결과를 알려왔다. ‘뇌의 혈관들이 많이 좁아졌고 혹처럼 튀어나온 곳도 보인다. 이런 이유로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어지러웠다.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는 가능하다.’ 입원해서 집중 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니 다행이었다.

 3주간의 힘든 치료를 마친 엄마가 퇴원했다. “내 집이 최고다.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며 전화 속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다음 주에 당신의 생일이 있었다. 그때까지 병원에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회복되어 집에 온 것은 우리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퇴원 축하 겸 생일잔치를 하자며 주말에 가족들이 김해로 모였다. 이번에는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히 갔다. 인천에 사는 외손자 부부가 남매를 데려 왔고 진주에서 외손녀 부부도 딸아이 둘과 왔다. 식당을 빌려 생일 밥을 먹고 축하 꽃다발과 선물을 드렸다. 봄꽃이 활짝 핀 카페의 정원에서는 꼬맹이들이 뛰어 다녔고 가족들은 엄마와 함께 사진을 찍겠다고 자리 다툼을 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며 활짝 웃으시는 당신. 우리 형제들은 내년에 있을 구순잔치(졸수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하면서 주인공이 건강해야 가능하다고 했을 때 엄마가 자신 있다며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센터에서 월요일 소식을 올렸다. 건강하게 돌아온 엄마가 반가웠는지 독사진이 있었다. 물론 사진 속에 숨어 있는 당신도 열심히 찾았다. 활기 넘쳤던 몇 달 전 모습을 다시 보니 내가 눈물이 났다. 이렇게 즐거운 소풍 같은 시간이 조금만 더 계속되어 나의 숨은 그림 찾기가 이어지길 바라며 엄마를 보고 또 봤다.

 

                                                                   <한국산문> 202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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