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문경자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moon3727@naver.com
* 홈페이지 :
  아궁이    
글쓴이 : 문경자    19-02-03 17:29    조회 : 1,467

아궁이

 

문경자

     

.  가을비가 내렸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거실 바닥에 앉아 신문을 읽는데 엉덩이가 차서 온 몸이 앉아 있기를 거부한다.  아궁이가 가까운 구들 막의 따듯함이 그리운 날이다.

     이럴 때는 할아버지가 지펴주는 아궁이 불이 생각난다. 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로 여동생과 같이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다. 어머니는 아궁이 불을 헤집으며 한숨을 쉬고 부지깽이로 부뚜막을 치며 얼굴은 불빛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 나의 시린 손을 잡아 아궁이 앞에서 따듯하게 불을 쬐게 하였다. 아낙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집살이 매운 맛을 얘기하며 서로를 다독거려주었다. 그 아궁이 앞에 할아버지가 앉아 있다. 나뭇가지를 분질러 아궁이 속을 채워주고 할아버지는 안방에 들어 왔다. 샛문 사이로 불이 붙은 나뭇가지들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봄이면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라고 하여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가까운 동네 앞산으로 갔다. 그곳에는 무덤이 많고 무섭기도 하였다. 그 옆에는 큰 연못이 있었다. ‘이게 네 도끼냐’ 하고 물속에서 산신령이 나올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하루는 친구들과 나무를 하러 그곳에 간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야윈 얼굴을 생각하며 부지런이 땅에 떨어진 솔잎을 긁어 모았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긁어서 바닥에 칼쿠리 자국이 있었다. 베게 만큼 모아서 새끼줄로 단단히 묶어 겨우 머리에 이고 내려오는데 저 건너편 산에서 ‘깅자야 이리와. 깅자야 이리와 봐라’ 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나무를 이고 친구와 같이 소나무 사이를 빠져 나오는데 더 크게 들렸다. 나는 머리에 이고 있던 것을 집어 던지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음박질을 쳤다. 겨우 집에 도착하니 할아버지는 굳은 표정으로 나무는 안 해오고 왜 그냥 왔나 하며 화를 냈다. 할아버지 얼굴이 산신령 얼굴로 겹쳐졌다. 아궁이에 들어갈 나무가 없으니 큰일이다. 하고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한 숨돌리고 나서 할아버지에게 자초지종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서야 나에게 웃어 주었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악몽 같았다. 곳에는 삿갓을 씌워놓은 애장터가 있었다. 햇빛은 쨍쨍하고 산새들이 우는 소리에 무서웠다. 그럴 때는 내 다리를 잡아 당기는 것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불을떼는 아궁이가 없어 나무를 하는 사람이 없다. 산에 가면 솔잎들이나 삭정이가 쌓여있다.

  그것을 보면 그때 할아버지가 힘들어 하던 때가 생각난다. 아궁이에 불을 떼 노란 빵도 쪄 쪄주었다. 할아버지는 아궁이 앞에서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려고 눈을 질끈 감고 입으로 ‘후’ 하고 분다. 입심이 약한지 잘 살아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하였다. 지금은 아궁이 불 대신 손으로 탁 켜면 동그랗게 원을 그린 가스 불이 춤을 춘다. 이날 따라 시커먼 입을 벌리고 붉은 꽃을 삼키며 매운 연기만 하얗게 피어 올랐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겨우 불을 살려 노란 빵을 쪄주었다. 빵 이름이 눈물 젖은 노란 빵 이었다. 마당 앞에 서있는 감나무 잎이 예쁜 모습으로 꽃 단장을 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아궁이 속을 훔쳐 보았다. 가지가 삭은 감나무도 땔감으로 쓰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굶주린 아궁이는 할아버지가 어떤 먹이 감을 산에서 구해 올까 아니면 그냥 굶게 하려나 하고 아궁이는 입이 심심하였다. 나도 이제는 꾀가 나서 산에 나무하러 가기가 싫어졌다. 그러니 할아버지는 화도 낼 만하다. 동네 앞 정자나무도 울긋불긋 옷을 갈아 입었다. 할아버지는 아궁이에 들어갈 나무를 준비 하느라 하루에 한 번은 산으로 갔다. 다리가 불편하여 힘이 드는데 손녀들 추울까 봐 부지런히 산을 오가며 나무를 해서 지게에 지고 돌아왔다. 차곡차곡 나무를 뒤 안에 쌓았다. 겨울은 춥기도 하지만 넉넉하고 배부르게 밥을 먹은 기억도 별로 없다. 할아버지도 없는 살림에 겨울을 넘기려면 얼마나 걱정이 많았을까! 아버지는 우리들을 돌보지 않았고 멀리 떨어져 살았다. 조금의 돈은 부쳐 주었지만 턱없이 부족하였다. 이웃 친척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셈이다. 할아버지는 평생 우리 때문에 고생을 하였다. 날씨가 추워지니 방안도 자꾸만 냉기가 잦았다. 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는 얼굴에 주름이 시커멓다. 연기에 그을리고 마음고생에 엄마 없는 어린 두 손녀가 그려준 검은 그림자였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아궁이 속에 고구마를 노릇하게 구워 주고 간식을 만들어 주었다.

할아버지는 억센 손바닥으로 따듯한 곳을 찾기 위해 방바닥을 더듬었다. 손바닥이 스칠 때 마다 칼쿠리로 나무 긁는 소리 같았다. 아궁이가 가까운 구둘 막에 우리를 재우고 방문 앞 찬바람이 윙윙 나는 방문 앞에 할아버지는 잔다. 어느 날은 자다 가 일어나 도회지 사람들이 연탄불을 확인 하 듯이 부엌으로 나간다. 나무에 불을 부쳐 다시 군불을 지폈다. 아궁이 불이 창호지에 비쳐 방안이 환하다. 아궁이에 불이 다 탈 때까지 지킨다. 화제도 잘 일어나 아궁이 단속을 잘 해야 했다.

 

 지금은 아궁이에 장작이나 삭정이로 불을 떼서 방을 덮이는 집은 드물다. 가끔 지인들의 집을 방문해보면 벽난로를 만들어 장작불을 지폈다. 그러나 옛날 할아버지가 피우던 아궁이의 불빛 같은 멋은 아니었다.

가을비가 내리니 방바닥이 차고 몸도 겨울이 오는 것을 알리는지 으스스하여 보일러를 켰다. 이렇게 간단하게 방을 데운다. 그러니 아궁이에 불을 부치는 것은 잊은 지 오래 되었다.  할아버지가 지금 살아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따끈한 모과차 한 잔에 신식 구둘 막에 앉아 마주 보며 웃음을 짓고 싶은 가을 끝자락이다.


 
   

문경자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29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26540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27289
29 아궁이 문경자 02-03 1468
28 비틀어 짜며 -문경자 문경자 12-30 2547
27 지네는 무서워 문경자 07-14 4082
26 쓴 감자를 먹어보셧나요 문경자 06-03 3991
25 밥 묵자 문경자 11-13 3095
24 해가 쪼개지듯 붉은 살을 문경자 11-13 2850
23 추자는 예쁘다 문경자 11-13 2791
22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경자 11-13 2683
21 깨소금맛 문경자 11-13 2549
20 양다리방아 문경자 11-13 2708
19 아카시아 문경자 08-05 3041
18 양말을 빨래하는 남자 문경자 08-05 2765
17 깅자야(경자)축하한다 문경자 08-05 2570
16 더덕 꽃 왕관 문경자 08-05 3137
15 응수는 문경자 07-01 258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