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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손가락    
글쓴이 : 오길순    19-02-21 13:23    조회 : 4,928

            새끼손가락

쾌속정은 살같이 달렸다. 순풍에 돛을 단 듯, 수평선 해무 속으로 하얗게 미끄러졌다. 짝사랑 미소년을 만나려는 소녀의 마음이 그러할까. 하늘과 맞닿은 망망대해 너머에서 금세 그가 나타날 듯도 하여 울렁거리는 마음, 고요한 파도에 실었다.

 201867, 묵호를 떠난 여객선은 물 맑은 봄 바다로 조용히 나아갔다. <사공의 노래>가 들리는 듯, 지그시 눈을 감은 일행들도 명상에 잠겼다. 이 배는 해 맞으러 독도 가는 배, 어기여 디여라차! 부유물 한 점 없는 동해는 노래 말처럼 청정으로 마음을 휘저었다. 세 시간 남짓 잔잔히 울렁거리는 파도를 타고 가면 화산섬 독도가 기다릴 것이었다.

 내게는 꿈의 섬이었다. 초승달로 얼굴을 가린 수줍은 소년처럼 보일 듯 말 듯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아무나 뱃길을 열어 주지 않는다니 예상하기 어려운 풍랑이 걱정되었다. 그래도 언젠가 가리라, 독도를 꼭 만나리라, 새끼손가락 걸 듯 홀로 약속을 했었다.

10여 년 전 독도 앞에서 돌아선 적이 있다. 울릉도에 들어선 이튿날 갑자기 발령된 파랑주의보 때문이었다. 아쉬운 발길 차마 돌리는데 바다를 뒤집을 듯 사나운 풍랑은 다시 올 엄두를 접게 하고 말았다. 삼등여객선 화장실까지도 함부로 엎어진 여객들과 한 덩이 배 멀미를 할 때는 바다가 노란 괴물 같았다. 여객선을 통째로 삼킬 듯 공포스러웠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 울릉도에서 87.7킬로이다. 뱃길 이백 리, 육지라면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일 터였다. 전생에 덕을 베푼 사람만 허락된다며 진담처럼 농담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3대를 적선해야 입도(入島)가 가능하다며 해학으로 풀어내는 이도 있었다. 모두들 가고 싶은 마음 절실해 보였다.

이 번 독도탐방 길은 한국해양재단초청이었다. 문인과 화가 등 예술단 60명은 강릉에서 하루를 머문 후 묵호항에서 일찍 울릉도로 향했다. 세 시간 울릉도 뱃길에서 당일 오후 예정인 독도 길도 순항하기만을 바랐다. 미풍은 하루를 장담한다는 듯 머릿결을 살며시 쓰다듬어주었다.

그래도 울릉도 회항기억이 날 때마다 멀미약을 마셨다. 4회분이나 복용하고도 가슴은 강박증처럼 두근거렸다. 다행히 단 한 사람도 멀미를 하지 않은 것은 주최 측 덕분이었을 것이다만반의 준비를 갖춘 때문이었다.  

  드디어 그리던 부두에 접안하는 순간, 독도 경비대 네댓 명이 거수경례를 할 때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수평선 너머 난간에서 우리를 한참이나 기다렸을 일렬횡대경비대, 일행들도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훔쳤다. 빙산은 바다에 숨긴 채 수수만년 첫 일출을 한 반도에 전해준 일각(一角), 오로지 갈매기와 파도를 벗 삼아 의연했을 절해고도. 그 곳을 철통처럼 지켜온 독도청년경비대들 앞에서 양손 높이 태극기를 흔들 때는 독립투사인 양 힘이 솟았다.

독도는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아려오는 아픈 새끼손가락이었다. 내 몸의 저 오른 쪽 끝에서 펌프처럼 피돌기를 전해주는 엄지발가락도 같았다. 그 소중한 곳을 노리는 타국을 향해 호랑이 눈을 번득였을 불침번 청년경비대들을 보니 오지군무하는 아들을 만난 듯 숙연해졌다. 초코파이 등 위문품을 전달하는 주최 측의 배려에 외로움도 조금은 떨쳐졌으리.

강 건너 선산 지키듯 한반도의 굳센 막내.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신동국여지승람...모두가 우리가 지켜온 땅임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었다. 1696년 안용복이 일본의 백기수와 담판한 사건은 울릉도가 조선영토임을 확인받은 증명이다. 그럼에도 1905년 을사보호조약 당시 일본 스스로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편입했다. 우리의 눈과 입, 귀를 막은 지난 날을 반성은커녕 침탈의 디딤돌로 여기는 그들이었다. 20055월 일본 시마네현 오키에서 발견된 기록도 그들이 마쓰시마라고 부르던 섬이 독도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울릉도 안용복의 비석 앞에서 혈관 깊숙이 꿈틀거리는 충정으로 모두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독도는 오른손 소중한 새끼손가락이었다. 수수만년 한 반도 피돌기를 펌프질 해 온 엄지발가락이기도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하듯 호미곶 너머 날마다 일출로 한반도를 비춘 막내. 그 소중한 막내가 있어 한반도가 있었다. 그 마중물이 있어 한반도 빛이 영원할 것이다. 

 

 

독도 에세이 <<가슴에 담아온 독도>>2018.11.28.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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