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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와 양복장이    
글쓴이 : 오길순    19-02-21 14:10    조회 : 5,135

                                         김치와 양복장이

                                                                                                  오길순

                                                                                                                                             

수필은 무엇일까? 자화상을 그리는 일이다. 삶의 진한 고백이다. 자신의 몸부림을 거울 속에 비추는 일이기도 하다. 기쁨 슬픔 노여움 분노 등 추억과 경험들을 다양하고 진솔한 묘사와 표현으로 형상화 한 성찰의 글이다.

시인 윤동주는 우물에 비친 자신을 자화상으로 표현했다. 고백의 거울로 우물이 등장했다. 그 속에는 고독과 자연, 애증과 연민, 화해와 추억 등이 서려있다. 남다른 관찰과 성찰이 독자들에게 오래 회자되는 작품으로 남은 개성일 터이다.

좋은 수필은 양복 장인이 잘 지은 옷에 비유하고 싶다. 최상의 주제와 소재를 고르려는 수필작가처럼 양복 장인도 좋은 원단과 안감 속심 단추 등 소재선택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한 옷이 오래 가는 명품으로 탄생하는 것처럼 수필작가가 정성을 다했을 때 목화송이처럼 은근히 눈부신 수필이 탄생할 것이다. 실밥까지도 가다듬는 양복의 장인과 군더더기를 뜯어내는 수필작가 또한 마지막까지 유사하다고 하겠다.

좋은 수필은 잘 숙성된 김치에 비유해도 좋으리라.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김치가 된다는 말이 있다. 뽑힐 때 한 번 죽는다는 것처럼 수필제목과 주제를 정성껏 뽑고, 칼로 나눌 때 두 번 죽는 것처럼 수필얼개를 잘 나누고, 소금 뿌릴 때 세 번 죽는 것처럼 언어를 치밀하게 짜며, 고춧가루 뿌릴 때 네 번 죽는 것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쓸 일이다. 다섯 번째, 양념을 잘 버무려야 맛깔스런 김치 맛이 나듯, 적재적소 마무리는 품격 있는 자화상으로 그려질 것이다.

수필은 기다림과 명상 끝에 얻는 글이기도 하다. 옥동자를 낳으려는 임부는 태교에 정성을 다한다. 숙성된 글 역시 작가의 정성이 감동을 준다. 그래서 독서, 영화, 연극, 박물관, 여행 등의 체험은 수필의 입덧이며 태교가 될 것이다. 기다림에서 익은 작가의 명상과 성찰이 청순한 호흡처럼 다가올 때 독자는 감동을 공유할 것이다.

수필은 또한 비유가 들었으면 좋겠다. 시나 격언, 속담, 정보 등으로 설득력을 높일 때 보다 오래 남는 수필이 되리라 본다. 인간생로병사 역시 상처 입은 독자에게 길게 호흡하는 쉼터의 그늘로도 될 터이다.

버스로 외출하는 길이었다. 어떤 여성이 벌떡 일어났다. 기어이 나를 자리에 앉혔다. 그도 머리가 하얬는데 이상했다. 돌아와 생각하니 나보다 젊었지 싶었다. 경로석 자리에서 갈등했을그 여성, 서로의 세월무게를 달아보았을 여성의 눈썰미, 그리고 어쩌면 함께 나이 먹어가는 인간의 안쓰러운 회한 등이 어우러진다면 외출이라는 수필도 가능할 터이다.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때로 한 줄 문장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할 때가 있다. 그 한 줄이 수필전체의 맛을 좌우하기도 한다. 좋은 제목 또한 필수덕목이다. 대문 같은 글의 제목이 바람직하지 않으면 본문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이 적어질 일이다.

수필가는 때로 마전장이라고 여긴다. 누런 광목이불호청을 빨고 푸새하고 다듬이질해야 빛나는 피륙이 되듯, 마음을 마전하는 일이 수필쓰기라고 생각한다. 물 한 방울,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사랑하는 수필작가. 김치명인처럼, 양복명장처럼 최고급 작품을 지으려는 마음, 그런 열정이 좋은 자화상을 그리려는 마전장이의 소재라고 여겨진다.

양복 한 벌의 과정은 지난하다. 수필도 상상의 디자인을 접목하고 때로 과감한 마름질로 수정할 때 좋은 작품으로 탄생할 것이다. 옷에 맞지 않은 액세서리는 사족이듯 덕지덕지 군더더기는 작품을 흐린다. 초고를 잘 짜고 퇴고에 정성을 다한다면 작가의 깊은 심상이 깃든 진솔한 자화상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178명 수필가가 쓴 <<새로운 수필 쓰기>>윤재천 엮음.2018.12. 문학관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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