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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굿 <한국산문 >2022.1_ 한류특집    
글쓴이 : 김주선    21-12-24 12:38    조회 : 1,308

K-굿 / 김주선

 

 독일 뒤셀도르프에 사는 친구에게 한국의 굿열풍을 들은 건 이삼십 년 전이었다. 사실 믿기지는 않았다. 베를린에서 진혼굿을 하는 김금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편견이 심해 남의 나라까지 가서 왜 저러나 싶어 심드렁했다. 무엇보다 기독교인이었고 미신이라고 터부시할 때라 별 관심이 없기도 했는데 오히려 독일인 친구들이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신비한 무녀 비단 꽃(금화)에 열광했단다. 에너지가 폭발하는 매력적인 무속 의식에 푹 빠져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도 있었는데 관련 자료가 컨테이너 한 대 분량이라며 그 열의를 놀라워했다.

드라마, 가요, 영화, 심지어 음식이나 부동산에도 케이(K) 콘텐츠가 붙는 요즘,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열기는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K-굿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을 것이다.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된 문화사절단에 무당 김금화가 있었다. 한국의 전통 무속을 무대에서 소개할 참이었다. 무녀들이 차려입은 옷차림을 보고 영사관 직원이 나라 망신시키러 왔냐며 극구 말렸다. 다른 프로그램이 다 끝나도록 무대에 못 오르다가 카펫을 걷어 낼 즈음 공연 관계자 한 명이 등을 떠밀어 겨우 공연하게 되었다. 김금화는 단 15분간 한국의 전통 무속문화를 보여주고자 죽기 살기로 굿을 하며 맨발로 작두를 탔다. 짧지만 강렬한 굿판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넋을 잃고 바라본 외국인들의 박수가 터졌고 자리를 떠난 관객들조차 다시 돌아와 춤추고 난리가 났다.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오른 계기로 장장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미국에서 굿을 공연하였다. 그 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세계 곳곳을 누볐다. 순회공연과 강의를 했고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와 민속 신앙으로서 우리 굿을 알렸다. 아마도 종합예술로 높은 평가를 받은 한류의 시초가 아닐까 싶다.

김금화는 음지로 숨을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나아가 사람들과 더불어 마음을 정화하고 영혼을 달래고자 했다. 더더욱 사명감에 불타 세계를 누비며 굿을 했다.

그즈음 한국언론에서는 짧게 다루었지만, 외국에서는 한국의 샤머니즘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보고 한류 바람이 일었다. 한국인은 나라 망신시키고 다닌다며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 유럽은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가정도 있었고 한국 샤먼에 대한 선입견 없이 인정하였다.

 

유럽에서 금화가 공연 중일 때, 겅중겅중 춤을 따라 하던 관객이 기절하다시피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다.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등 별의별 사람들이 다 생겼다. 요즘 K-팝 아이돌 공연을 보면서 혼절하는 경우와 같다고 할까. 온몸과 마음으로 공연을 함께한 최고의 관객은 유럽인이었다. 심지어 파리 공연 때는 표가 없어서 되돌아간 사람들도 있었다. 국내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미신이라며 괄시하고 천대할 때, 신비하고 강렬한 이방의 샤머니즘을 한국 문화로 이해하고 존중해주었다.

그중에는 굿도 하고 신딸이 되어 내림굿을 받은 독일 여성 안드레아 칼프도 있었다. 이탈리아 로마대학에서 교황 진혼굿을 할 때는 김금화를 이방의 한 종교인으로 존중하고 대우해 주었다. 교황청에서 부르는 김금화의 수식어는 만신이요, 무용가요, 동양의 종교인이었다. 모든 한류가 그렇듯이 정작 우리는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데 세상 밖 사람들의 눈에 비추어진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보고 그제야 따라서 열광한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거, 굿은 우리의 민속 신앙이었다.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였고 동네잔치였다. 굿이 열리는 날은 만사를 제쳐두고 함께 모여 기원하고 복을 빌었다. 그러다가 유신 시절 새마을운동 때 미신타파를 앞세워 가정에서 시루떡만 올리는 안택굿도 못 하게 국민을 계몽했다. 조그만 시골에 교회를 짓고 첨탑 끝에 십자가를 세워 서양 종교를 믿어야 천당 가고 미신을 믿으면 지옥 간다며 무녀를 쫓는 마녀사냥을 했다. 행정관계자가 건달을 시켜 굿당을 깨부수고 불을 지르자 신을 섬기는 사제의 길을 마다하고 도시로 스며들었다. 젊은 사람들은 굿을 무서워하고 귀신 보듯 관람조차 기피 했다. 사사로운 굿이나 하며 점치는 일도 겸한 돈벌이로 전락하자 무당의 이미지는 추락하였고 악의 축으로 보기도 했다.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의 이름을 빌려 잔꾀를 부리며 돈을 버는, 사리사욕에 눈먼 무당 때문은 아닐까. 비싸도 너무 비싼 굿 비용과 부적값은 살림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례여서 전수자까지 싸잡아 욕을 먹는 현실이다. 지금도 전국의 굿판에는 많은 외국인이 찾아오는데 일부 종교단체에서 버스까지 대절하고 와 굿을 방해하는 것을 보면 무속은 여전히 대우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설가이며 민속학자인 이원섭 선생은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불교에 심취했다가 다시 무속과 민속연구에 평생을 보낸 기인이다. 한때 그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무속신앙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제작일을 도왔다. 나는 집사 직분을 받은 세례 교인이었지만, 굿을 종합예술 콘텐츠로 만드는 그의 집념에 샤머니즘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굿은 페스티벌이다.’라고 정의한 그는 전통 굿을 공연 예술화하는 일에 앞장섰고 K-굿을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의 가파른 길에서 전통문화를 배척하고 타파의 대상이 된 무속신앙을 한국 대중문화의 반열에 올리고자 한 노고를 나는 안다. 그는 굿은 종합예술이고 즐기는 예술 콘텐츠로 바라봐주길 바라며 2년 전 작고한 중요무형문화재 김금화를 기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K-굿! 이미 K-콘텐츠 반열에 오른 풍물굿이나 사물놀이, 난타와 그 근원은 같다. 자손의 안녕과 복을 빌기 위하여 정화수를 떠 놓거나 새로 지은 밥 한 그릇을 부뚜막에 먼저 퍼 놓는 어머니의 마음도 뿌리는 같을 것이다. 친구에게 독일에서 우리 굿의 열풍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던 편견은 이제 나에게 없다. 오래전에 불었던 바람이 다시 한번 뜨겁게 불어오길 바라며 제2의 김금화가 세계의 굿판에서 한바탕 뛰어오를, 페스티벌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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