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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돌아갈래    
글쓴이 : 김민지    21-12-30 13:35    조회 : 67


나도 돌아갈래

 

 

김민지

 

화분에 물도 줘야 하고...”

친정엄마는 다음에 또 오겠다며 떠났다. 손주들의 방학이면 딸네 집에 올라와 꼬박 한달살이를 한다. 아이들 재롱에 즐거워하다가도 고향에서의 생활은 지루하고 외롭다며 돌아갈 날을 걱정하곤 했다. 예민한 성격 탓에 친구가 많지 않아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서 티비만 본다는 엄마는 기억력이 같은 나이의 다른 여성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그런 엄마가 막내딸 집에 오면 손주들과 매일같이 맛있는 것을 사 먹으러 다니고 쉼 없이 이야기하고 함께 마트며 백화점이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엄마는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과 어여쁜 빛깔의 물건들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막상 사자고 하면 집에 있는 옷들도 죽기 전에 다 못 입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다 아는 그 옷들. 삼십 년도 넘은 엄마의 옷들은 여전히 엄마의 옷장 한가운데 늘 새 옷처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마음 놓고 사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당신의 삶이 때로 억울하다 여긴 적은 없었을까. 아동복 코너에 멈춰 선 엄마는 내가 한사코 말려도 손녀의 공주치마를 당신 쌈짓돈으로 사주었다.

수아는 늘 제 편을 들어주는 외할머니 곁을 맴돌았다. 외할머니의 바지 주머니 속엔 달콤한 사탕이 한 움큼 들어 있었고 아이는 마치 사탕 단지라도 되는 것처럼 몰래 그 안에 손을 집어넣곤 했다. 엄마는 손주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구성진 전래동요를 불러주었다. 길가에 핀 들꽃과 나무의 이름을 척척 알려주고 매미와 잠자리 등을 맨손으로 잡아주었다. 이따금 내가 버릇없는 아이를 혼낼라치면 엄마는 늘 아이를 품에 안고 등허리에 업으며 달아났다.

수아 혼내지 마라! 자도 아직 애기다 애기. 일곱 살이 뭘 알겠노!”

다섯 살이 뭘 알겠노 하시던 말이 이제 일곱 살이다.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동안 자주 내게 물었다.

엄마도 나중에 할머니가 돼?” 작은 얼굴에 문득 심각한 표정이 스쳤다.

 

 

친정엄마가 고향으로 떠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잠에서 깬 수아가 안방으로 들어와 내 옆에 누웠다. 잠결에 부드러운 아이를 끌어안고 아침인사를 건넸다.

수아야 잘 잤어?”

.”

나는 다시 잠이 들 것 같았다.

엄마, 그런데...”

.”

내가 엄마가 되면 엄마는 할머니가 돼?”

아직 말이 늦은 아이는 아주 천천히 제 할 말을 찾아 이었다.

그렇지. 엄마가 할머니가 되지.”

그럼. 다른 할머니는... 돌아가?”

... 외할머니 말이구나. 나는 망설였다. 죽음에 대한 첫 질문이었다.

. 외할머니는 돌아가시지.”

돌아가면 어디로 가는 거야?”

. 하늘나라에 가는 거야.”

아이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폈다.

하늘나라엔 하느님도 있고 무지개 요정들도 있어. 할머니는 거기서 행복하게 지낼 거야.”

아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엄마.”

?”

할머니가 돌아가면 나도 같이 돌아갈래.”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한국산문> 5월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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