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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부멍게    
글쓴이 : 윤기정    22-01-11 01:52    조회 : 2,652

멍부 멍게

 

윤기정

내가 나를 모르겠다.’는 푸념을 들을 때면, 누구나 심중에 또 다른 나를 숨기고 있다는 고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동감이다. ‘너 자신을 알라던 철학자는 자신을 잘 알았는지 궁금하다. 그도 그러지 못하니까 한 말인 성 싶기도 하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철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명제가 아닐까?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연구는 서구의 중세 시대를 지나 인본주의가 확립되면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교육계의 중심 화두였던 이 연구가 요즈음은 기업체나 관공서 등 인적 관리가 필요한 단체에서도 중요한 업무로 다루는 모양이다.

초등학교장 대상의 연수에 참가하여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를 한 적이 있다. 결과가 어땠는지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대신에 강사가 우스갯소리로 한 성격 유형은 지금도 기억한다. 잠재적 교육과정의 효과가 더 크다는 속설이 그래서 생겼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의 능력이나 속성을 똑똑하다/멍청하다부지런하다/게으르다로 대립 항을 설정한다. 하나는 가로축으로 또 하나는 세로축으로 잡아 ‘+’ 형으로 교차 시키면 네 개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똑똑하고 부지런하다, 똑똑하고 게으르다, 멍청하고 부지런하다, 멍청하고 게으르다의 영역이다. 각 영역에서 대립항의 첫 글자를 따면 각각 똑부, 똑게, 멍부, 멍게가 된다. 네 가지 유형 중 내가 교사라면 어떤 유형의 교장이 좋겠는가? 다시 말해서 어떤 유형의 교장과 지내기가 편할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 반대는 어떤 유형일까? 라는 의문이 이어졌다.

다양한그래봤자 넷이지만-의견과 반론이 맞선다. 나쁜, 즉 지내기 불편한 교장의 유형은 정답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유형이 있었다.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유형 하나에 대부분의 사람이 폭소로 수긍한다. 최악이랄 수 있는 그 유형은 멍부. ‘멍청한데다 부지런하기 까지강사는 우스갯소리에서 진실을 보라고 그 예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얼핏 똑부, 똑똑하면서 부지런한유형의 리더는 상처 안 나게 때리는 싸움꾼처럼 교활하게 괴롭힐 것 같지만 그래도 눈치는 볼 것이다. 이에 비해 멍부는 마땅한 대책이나 벗어날 방법이 없어 보이기는 한다. 멍청하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옹고집들이 적지 않은 것도 걱정 되는 조합이다.

사람의 역량을 똑똑함과 멍청함, 부지런과 게으름을 기준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이런 문제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똑 부러지는 기준도 없을 수밖에 없다. 검증을 거친 성격검사거나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멍부 멍게판정도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 것인지가 목표이지, 또 다른 구별과 차별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닐 것이다. 사람을 범주화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일일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범주이고 유형이 아닐까?

선생님들이 환영하지 않는 장학사 출신으로 두 학교를 거치면서 7년을 보냈다. 장학사 출신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넉넉한 눈금을 사용하자고 마음먹었지만 불필요한 일이었다. 고래는 칭찬으로 춤추지만 사람을 춤추게 하는 것은 인정과 믿음이면 충분했다. 넉넉하건 촘촘하건 미리 자()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신뢰와 필요로 하는 분야의 지원이면 선생님들은 신이 나고 행복했다. 7년 동안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는 다른 문제다. 조금은 모자란 척, 느린 척하며 손해 보는 듯이 사는 사람들에게 정이 더 간다. 나도 그렇게 산다고 살았지만 다른 이들이 그렇게 느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나를 모른다. 다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흐! 그러고 보니 멍게.

 2021. 12<책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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