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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중년!    
글쓴이 : 박병률    23-03-01 04:33    조회 : 2,493

                                        아직 중년!


 강원도 청평 소노펠리체 빌리지 골드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리 와 있던 딸들과 사위 손자가 우리 부부를 맞이했다.

 한쪽 벽에 풍선을 매달아 놓고 칠순을 축하합니다라는 금빛으로 새긴 글씨가 선명했다. 식탁에는 케이크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작년에 딸들이 말하길, 내 칠순 때 해외여행을 보내줄까요?”라고 물어서 식구끼리 모여서 밥을 먹자고 했는데 잔치가 벌어졌다. 자식들이 행사 준비를 하면서 장소와 의상에 대해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주인공은 청바지에 커플 티를 입고, 다른 식구들은 청바지에 흰색 티를 입고 오시오라는 문구를 보고 아내와 나는 청바지에 보라색 티를 입었다. 점심때쯤 집에서 출발 홍천강을 지나 굽어진 도로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손자 둘이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다른 사람들보다 큰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손자 둘이 합창하듯 말했다

 “할아버지 오래 사세요!”

 “그래 오래오래 손자랑 재밌게 살자.”

 라고 말한 뒤 손자들 엉덩이를 토닥였다.

 식사를 마치고 야외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가족사진을 찍었다. 나무들은 잎이 떨어져서 뼈대만 앙상하고 나무 주변에 낙엽이 쌓여있었다. 잔디가 깔려 있고 리조트 건물은 한 동씩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 지붕이 뾰족해서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주변으로 산이 둘러있고 골프장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 딸들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딸은 감독이요 우리 부부는 배우(?)가 되었다. 아내와 손잡고 나란히 걷는 모습과 아내와 나,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손으로 하트를 날리는 모습이며, 아내가 낙엽을 한 움큼 손에 쥐고 내 머리 위로 뿌릴 때 사위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6학년에서 7학년으로 신고식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잔디밭을 걸었다. 우리를 반기듯 가을비가 이슬이 내리는 것처럼 머리를 적셨다. 우산을 폈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산이 보이고 안개가 산등성이에 걸쳐있다.

 산을 가리키며 아내한테 말했다

 “여보, 분위기가 외국에 온 느낌이 드네!”

 “나이 든 게 당신은 기분 좋은교?”

 “, 아직 중년이여!”

 내가 웃으면서 유엔에서 정한 나이를 말했다.

 유엔UN2015년 새로 제시한 나이대를 보면 18~65세는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는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으로 분류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내 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버지는 환갑도 못 쇠고 돌아가셨는데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 많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들도 벌써 몇이 하늘나라로 갔으므로.

 아내한테 나랑 살아줘서 고맙소!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라는 말 대신 휴대폰에서 <임영웅 노래 - 별빛같은 나의 사랑아>를 틀었다.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얼마나 내게 필요한 사람인지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요

 잔디밭을 걸으면서 아내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 중간에 아내한테 말했다.

 “여보, 노랫말에 내 마음이 다 들어있네. 결혼한 지 어느덧 강산이 네 번이나 변했구려!”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오래전 일이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을 마중하듯, 과거가 풀리고 미래가 감기는가.

 칠순이 지나 팔순이 된 선배들을 만나면 나한테 좋은 때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선배들 나이 칠십일 때는 70km로 달리고 팔십 나이 때는 80km로 달린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그만큼 빠르게 지나간다는 뜻이다. 선배들 마음은 청춘인데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서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단다.

 어떤 선배는 유서도 써놓고, 연명치료 거부 신청서도 쓰고, 재산도 어떻게 정리할까 궁리 중이라고 했다. 삶은 어찌 보면 혼자서 밤길을 가고 눈길을 걷는 것과 같다. 밤에는 불빛을 따라가고, 산길을 걸을 때 눈이 많이 와서 길이 어딘지 분간이 안 될 때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듯, 선배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죽음을 모르고 살다가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장기기증은 오래전에 해서 운전면허증에 기록이 돼 있으므로, 새해에는 보건소에 들러 연명치료 거부 신청서를 쓸까!

 

                                                한국산문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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