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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새    
글쓴이 : 김수정    12-04-28 17:21    조회 : 7,030
 
고양이와 새
 
 
  
 “푸드덕 후다닥!”
 갑자기 거실 쪽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놀라 나가보니 고양이가 새를 잡아와 거실 안에서 몰고 있었다. 날개를 다치고 공포에 질린 작은 새는 날지도 못하고 푸드덕 거리며 고양이에게 쫓겨 다니고 있었다. 순간 당황하여 나도 그들을 같이 쫓았다. 셋이 거실에서 맴을 돌며 한참을 난리를 친 끝에 간신히 고양이를 피하여 새를 잡을 수 있었다.
 내 손에 안긴 새는 불안하여 심장이 터질듯했고 고양이는 사냥 본능으로 바짝 긴장한 채 날카로워져 있었다. 우선 급한 대로 얼기설기 구멍이 있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찾아 새를 넣어주었다. 고양이가 사냥해 온 새를 구하여 급조한 바구니 새장으로 격리시킨 것이다. 바구니 안에서도 새는 푸드덕 거리며 안정하지 못했고 고양이는 바구니 앞을 떠나지 못했다.
 보호림과 연결되어있는 우리집 정원에는 새가 많이 날아왔다. 잔디마당의 풀씨를 먹으러 오기도 하고, 과실수가 몇 그루 있어 그 열매를 취하기 위해서도 왔다. 아침이면 모여드는 새들을 위하여 빵 부스러기나 곡식을 정원에 뿌려주기도 했다.
 어느 날 생후 일 개월 된 아기 고양이를 분양받게 되었다. 고양이는 처음 키워보는지라 그 사냥본능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양이를 데려온 후로는 새 모이 주던 것을 멈췄다. 모이를 따로 안 주어도 우리 정원에는 새가 참 많이 날아왔다.
 
 고양이가 어릴 때는 작고 연약하여 실내에서만 키웠다. 그래서 새와 고양이의 악연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창가에 붙박이 인형처럼 앉아 있거나, 스토브 앞에서 불을 쬐다가 털에서 연기가 폴폴 나기도 하는 아기고양이는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특히 외동아이의 고양이 사랑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생후 칠 개월로 접어들면서 동물병원에서 권하는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날씨가 좋은 날은 정원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고양이가 처음 바깥세상으로 나갔던 어린 시기에는 높은 나무에 올라가 7-8시간씩 못 내려오고 울기도 했다. 나무에서 떨어질 때 날카로운 가지에 배를 찔리면 치명적 상처를 입는다는 글을 보고 놀라서 111에 전화를 걸었다. 이 나라는 111에서 경찰서와 소방서 그리고 구급차를 연결해 준다. 소방서에 연결되어 상황을 설명하고 사다리차를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소방서에서는 48시간 이상 못 내려오면 구조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그 전에 위험했지만 자력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처음에는 높은 나무에 올라가 못 내려오고 울더니 차츰 지붕에서 휙휙 날아다닐 정도로 대범해졌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 매미 같은 곤충을 산 채로 잡아 나에게 갖다 주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고양이가 먹이를 상납하는 것은 신뢰와 정성의 표현이라 했다. 새를 산 채로 잡아 집으로 물고 온 것도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잡혀온 새는 날개를 다쳐서 십여 일정도 새장 안에서 보호해야 했다. 동생이 자기네 정원에서 빈 새집을 구해다 주고 나뭇가지로 횃대도 만들어 주어 바구니 새장은 아늑해졌다. 과일, 곡식, 파리, 매미 등 주는 대로 잘 먹어 건강해진 새는 다가가면 먹이 주는 줄 알고 새장에서 반기며 다가올 정도로 친해졌다.
 
 아들은 새가 걱정되면서도 어느새 자라 새를 사냥한 고양이가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건 참 혼란스러운 감정이었다고도 했다. 나에게 고양이를 칭찬하지 않아 상처를 주었다고 야단친 것도 아이였다. 그러고 보니 사냥은 고양이의 본능이 아닌가! 가장 멋진 사냥을 해왔는데 칭찬은커녕 잡아온 새를 빼앗고 오히려 그 먹이를 지극히 돌보니, 배신감을 느꼈는지 고양이는 기운이 없어지고 구석에 혼자 멍하니 있는 것이었다. 전처럼 가족에게 다가오지도 않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가 상처를 받아 우울해진 것 같이 보였다.
 
 한편 새는 매일 먹이를 주며 보살피니 내게 익숙해졌는지 새장을 청소하느라 바구니를 열어도 날지도 않고 바구니 위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데 야성을 잃어버리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날개가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는 인근 숲 깊숙이 들어가 날려 보냈다. 새는 숲에 들어가 날려주어도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건강하게 잘 살아라.’혼자 말을 하며 새보다 먼저 등을 돌려야 했다.
 
 새를 날려 보내고 돌아오면서 사랑과 책임감에 대하여 생각했다. 집에 새가 많이 오는데 적적한 마음에 고양이를 분양받았다. 고양이가 정말 사랑스러운데 집에 오는 새들에게는 천적이 되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새를 잡아온 이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주었다. 이제는 고양이가 뛰면 방울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들으면 새들이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방울 목걸이를 단 이후, 다시는 새를 잡아오지 못하였다.
 
 
- 한국산문 201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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