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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박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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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글쓴이 : 박옥희    14-02-21 12:46    조회 : 5,262

      글쓰기

 나는 요즈음 글쓰기 공부에 빠져있다. 2012년 유월 문화쎈터 수필 연구반에 등록했다그러나 글쓰기가 두려워 한동안 구경꾼이 되어 수필반 주변을 맴돌았다.

 갑자기 수영을 배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유난히 물을 무서워했던 나는 오랜 시간을 수영장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수영 코치와 우리 아이들의 짜증을 눈치채고 눈을 꼭 감은 채로 물에 뛰어 들었다. .

지난해 말 수영코치의 매서웠던 눈초리와 닮은 임 교수님의 눈빛이 무서워 서툰 글 두 편을 내어 놓았다. 겁 없이 글쓰기에 풍덩 뛰어든 셈이다. 그러나 수영과 달리 글쓰기는 여전히 두렵다. 이유를 생각 해 보니 나의 짧은 우리말 문법 실력과 어휘력, 거기다 띄어쓰기까지 나를 주눅들게 한다.

 문학사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글쓰기를 잠깐 찾아 보았다흘러간 작가 알베르 카뮈의 글쓰기는 이렇다.기본적으로 그는 문체의 화려한 수식을 피한다. 그의 글은 간단 명료하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에 따라 그의 글쓰기는 크게 변화한다. 무신론적 실존주의 작가로 알려진 그의 작품 중 대표작인 <이방인>을 예로 들어 보겠다.

 이 작품은 16, 25장으로 구성된 소설이다1인칭인 로 이야기 되는 주인공 뫼르소는 보잘 것 없는 회사의 사원으로, 권태감에 사로잡힌 청년이다. 그는 무의미하고도 기계적인 동작만을 되풀이 하면서 살아간다.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은 다음날 일상적인 일을 다시 시작 해야 했고, 그러니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의식에는 수동적인 권태감 뿐이며 본능에 가까운 감각에만 매어 달린다. 어머니의 죽음도 애인인 마리와의 정사도 그의 의식을 흔들어 깨우지는 못한다. 그의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희망도, 물론 신도 없다. 죽음에 대한 저항 또한 없다. 그에게는 오로지 권태와 무관심만이있을 뿐이다.

 어느날 주인공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태양 때문에 살인을 한다. 그러나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 직전에서 졸고있던 그의 의식은 깨어난다. 그리하여 뫼르소는 일종의 행복감 마저 느낀다는 것이 이 작품의 내용이다.

<이방인>1부의 배경은 낮과 밤이 분명하고 강열한 태양이 있는 알제의 해안이다.

 카뮈는 이러한 배경위에 자신의 설명이나 내적 자아의 이야기를 전혀 내뱉지 않는 냉혹한 주인공을 등장 시킨다. 이러한 주인공을 작가는 극도록 짧고 간결하게 표현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끝내고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주인공의 회상 장면이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했다. 사장은 내게 친절했다. 그는 나에게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어머니의 나이도 물었다. (중략정오가 되어 점심을 먹기 위해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나오기 전에 손을 씻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나는 손을 씻는 시간을 아주 좋아한다.

 주인공은 서술에 있어 침착한 태도를 보여 주면서 물리적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관계되는 것만을 명확하게 적고 있다. 어느 비평가는 이렇게 쓰여진 언어의 특성을 비분석적 어휘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은 서술자의 의식 상태나 체험을 설명하려 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현상에 충실 하려는 언어를 말한다.

무관심하고, 감정이 단절되고, 메마른 1부의 주인공의 의식은 2부에서 크게 변화한다.

자신의 과거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의 다른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에둔 그는 영혼의 내적 갈등과 고뇌를 보여준다. 변호사가 이야기 하고 있는 동안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닌 생애, 지극히 빈약하지만 집요한 기쁨을 얻었던 추억에 사로 잡힌다.

1부에서의 짧고 명확했던 문장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의식의 변화에 따라 길고 느슨하게 이어진다.

여기 카뮈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긴 뮨장을 소개해 보겠다.

 어두컴컴한 호송차 안에서, 나는 좋아하던 어떤 도시의 거리며, 이따금 혼자 만족해하던 어떤 시각의 귀에 익은 친숙한 소리들을 피곤에 지친 마음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건져올려 다시 되새겼다. 이미 햇볕의 열기가 죽어버린 하늘로 울려 퍼지는 신문팔이들의 외치는 소리,공원 숲에서 우는 새들의 마지막 울음 소리, 샌드위치 장사의 소리, 시가지의 높은 빌딩 사이의 구부러진 골목 길에서 울리는 전차의 기적 소리, 그리고 항구에 어스레한 밤이 내리기 전에 하늘로 반사되는 불분명한 어떤 소리들- 그러한 모든 것들이 떠올라 나는 장님이 길을 더듬어 가듯 추억을 더듬었다.

 차가움까지 느껴졌던 작가의 간결했던 문장은 과거를 회상 하면서 점점 길어진다. 여기에 더하여 그는 문법을 뛰어넘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프랑스어에는 특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다양한 형태의 과거동사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동사 자체에 부사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글의 묘미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카뮈의 과거 동사 사용과 함께 많은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1부의 주인공은 극도로 메마르고 냉혹하다. 작가는 이러한 그를 똑똑 끊어지는, 우리의 단순과거에 해당되는 과거 시제를 의식적으로 시종일관 사용하여 주인공의 냉혹함을 표현한다. 이러한 독특한 과거 동사의 사용에 대하여 카뮈의 문장은 섬 이다라고 표현한 비평가도 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추억에 사로잡히는 주인공의 의식을 작가는 반과거라는 과거 시제를 이용하여 표현한다. 이 동사의 특징은 과거의 사실을 현재로 끌어오는 불어에만 있는 독특한 형태의 과거 시제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가면을 벗어버린 그는 영혼의 내적 갈등과 고뇌를 보여준다. 또한 작가가 사용한 과거 시제를 통하여 이야기되는 주인공의 과거를 우리는 그의 현재의 경험으로 느끼게 된다.

 과거를 회상하는 글, 특히 행복한 시절을 회상하는 글을 쓰면서 나는 기본적인 시제 사용에서 자주 잘못을 저지른다. 과거 시제를 써야하는 문장에서 당당하게 현재 시제를 쓰기 때문이다. 행복했던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되돌리고 싶은 간절한 염원이 작용한 때문이 아닐까?

 어렵게 시작했던 수영이 지금은 내가 즐기는 운동이 되었다. 특히 수영 코치의 매서운 눈초리도, 경쟁자도 없는 한가로운 수영장에서의 자유 수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늦었지만 어차피 뛰어든 글씨기도 형식과 문법규칙에 매이지않고 자유롭게 즐기고 싶다.

                                                                                      2013.<한국산문문>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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