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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드레 지드 일기중에서    
글쓴이 : 손동숙    12-07-31 08:54    조회 : 2,941
앙드레 지드의 일기

나의 생애에서 어떤 것도 항구적이지 못했고 확실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무엇을 닮으려고 하거나 달라지려고 애썼다. 다가오는 운명을 확실히 알 수 있었던 때가 없었으니, 모든 것은 낯선 피조물일 따름이었다. 나이가 서른 여섯에 이르렀지만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과연 인색한지, 방탕한지, 절제가 있는지 탐욕스러운지....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옮겨가는 중에도 나는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며 나의 운명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36세)

... 자기 자신을 회복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 그러나 마흔이 넘은 사람일지라도 무언가를 결단 내릴 수 있는가? 스무 살에는 내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기나 했던가?
모든 것을 주시하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나 자신의 어떤 면에도 자신이 없었고 나와는 아주 다른 그 무엇에 관심을 쏟았었으니.... (42세)
 
매매일, 그리고 하루종일, 나는 이 질문에 대하여 자문해 본다, 아니 오히려 이 질문이 스스로 나에게 물어온다.
“죽는다는 것은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나는 삶은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에게는 죽음이 특별히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삶은 등한시했던 사람이 죽음을 어렵게 받아들일 것이다.
(52세)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늙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지 않는 한 나는 나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아마도 호기심도 시든 것 같고, 새벽이 와도 별 다른 감흥이 없다, 눈부신 해돋이를 볼 때에도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 나를 잠들게 해줘” (64세)

나는 시력이 많이 약해졌을 뿐 아니라 쉽게 피로해 진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로 좋지 못하다. 그러나 일시에 이 지구를 떠나는 것보다는 서서히 떠나는 것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달래곤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동시에, 무엇인가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67세)

너무 실례되지 않는 일이라면 나는 나를 버리고 싶다. 정말 나 자신이 지긋지긋하다.
이제 더 이상 인생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생각조차 없어졌다. 또 다시 자신감을 회복할지는 가물가물할 뿐이다. 나는 겸손을 가장하며 남의 비위를 맞추기에만 급급해 왔다. 너무 죄를 많이 진 듯한 기분이다. (74세)

나무가 시든 잎을 떨구듯이 내 마음의 낡은 생각을 털어 낼 수 있다면!
아무런 후회없이 마른 나뭇잎처럼 신선함이 사라져 버린 생각들을 털어 버릴 수 있다면!
그렇지만 오 주여 낙엽의 빛깔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7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