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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의 상상력과 칸트의 선험지식(II)    
글쓴이 : 김창식    19-01-05 17:13    조회 : 8,028
                                     수필의 상상력과 칸트의 선험지식(II)
 
                                                                                                              김창식
 
4. 상상력과 선험지식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유명한 개념이 생각난다.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을 아우른 독일의 관념철학자 칸트는 인간사고의 기본 구조와 인식에 이르는 경로를 '선험지식(Wissen a priori)’으로 설명했다. 인간은 경험을 하지 않고도 사물과 현상의 인과성, 보편타당성에 대해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식의 수용 틀과 용량 또한 비슷하다는 것이다. 칸트의 개념은 인간에게 내재한 상상력(innate imagination)’을 설명함에 있어 좋은 인유引喩가 될 수 있다. 칸트의 선험지식상상력으로 치환해보자.
 
 누구에게나 어떻게든 보고 배운 것이 있다. 동화책, 위인전, 명작문고, 초중고 교과서 등은 읽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이런 저런 경험도 쌓았을 것이다. 이에 더해 경험하지 않은 사실도 유추와 추론으로 어느 정도 본질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다만 상상력 또한 골치 아픈 사유를 동반하는 인식 체계이자 통로인고로 즐겨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수필을 쓰며 누구에게나 본디부터 주어진 상상의 힘을 빌려 일상적 소재에서 의미를 걷어 올리고 미적 울림이 큰 주제로 형상화하면 어떨는지?
 
 다음은 상상의 힘을 빌려 쓴 수필의 용례이다. 편의상 나의 글을 발췌 인용한다. 나는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의 전차병으로 참전한 적이 없다. 독일어를 전공하고 가끔 우스개로 '독일병정' 소리를 듣긴 했지만. 나는 천지가 열리고 닫히는 듯 폭풍우치는 광란의 바다에 가보았거나, 바다 속 깊은 곳을 탐사해본 적도 없다. 어릴 적 집 어른들이 물가에 가지 말라고 해서. 영화나 TV에서 비슷한 장면을 보았을 뿐이다. 또한 나는 오래 전 탑골공원에 가서 상자 안에 갇힌 쥐를 구경하며 안타까워한 적은 있지만, 쥐가 되었거나 쥐의 입장에서 인간을 조롱한 적은 없다. 쥐 해에 테어났지만. 쥐가 나오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았을 뿐이다.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상상력을 상상한다. '음, 그게 그러니까….'아마 그랬을 거야.’ ‘혹 그러지 않았을까?’ ‘아무렴 그렇고말고!’
 
5. 상상력을 발휘한 수필 쓰기 사례
 
#오래 전 본 영화가 생각난다.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독일기갑사단이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며 벨기에 접경지역에 있는 쇠뿔 모양의 삼림지대인 '아르덴'으로 향한다. 추위에 언 병사들의 얼굴은 푸르뎅뎅하다. 탱크부대가 진격을 멈춘다. 눈발이 흩날리고 자작나무가 귀신울음 소리를 낸다. 탱크 뒤에 도열한 병사들이 입술을 들썩여 신입 전차병 시절 배운 군가(Panzerlied)를 부른다. 서치라이트 푸른 불빛이 구름에 반사돼 천지를 밝힌다. 철십자훈장을 목에 건 지휘 장교가 채찍을 들어 전방을 가리킨다. 포격이 시작된다.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수목이 잘려나가며 움푹움푹 구덩이가 파인다.
                                                                                                                                          -<탱크>
 # 바다의 겉이 아니라 은밀한  속살과 장기, 피돌기를 보려면 볕도 들지 않은 어두운 밑바닥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해파리 떼가 공정대처럼 낙하하고 날씬한 뱀장어가 악기의 현처럼 물길을 흩뜨리는 곳. 자줏빛 물풀이 미친 여자의 서러운 울음처럼 나풀대고, 덩치 큰 곰치는 미욱한 새색시처럼 바위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강철 근육과 지옥의 눈을 가진 대왕문어가 마술보자기처럼 몸집을 오므렸다 펼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검고 노란 띠를 두른 잔 물고기 떼가 일사분란하게 방향전환을 하며 제식훈련을 펼치는 곳. 그곳에 물길의 본류, 해저의 정밀, 침묵하는 바다의 모습이 있으려니
                                                                                                                             -<해변의 카프카>
 
#종로3 탑골공원쥐 한마리가 뿔뿔 기어가자 작은 널빤지 벽이 나타난다. 작은 동물이 방향을 틀어 출구로 향한다. 구경꾼들이 박수를 치려는 순간, 미련한 쥐가 쪼르르 멀어지더니 다른 곳을 헤맨다. 짜증이 나려는 순간 설핏 의심이 든다. 쥐가 우리를 비웃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면 너희들이 웃고 재밌어 한다는 말이지?" 그러고 보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쥐가 얼핏 우리를 쳐다보았다. 쥐의 붉은 눈에 연민과 슬픔이 일렁였던 것 같기도 하다. 쥐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래, 내가 이처럼 망설이고 어쩔 줄 몰라 하면 너희들이 즐거워한단 말이지? 다음번엔 더 어려운 문제를 내보시지. 스프링 장치가 달린 쥐덫도 여기저기 설치해 놓고 말야.
                                                                                                                   -<쥐는 이렇게 말하였다>
 *유튜브 강의 자료. 원제목은 <문학적 상상력과 비센 아 프리오리>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흑구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신인상, 한국수필작가회문학상
부평삶의문학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2011/2012)

안해영   21-06-29 12:39
    
수필에서 상상력(허구)이 어느 정도 가능할까요?
실제  자신이 격었던  일이라면 지난 과거도  유추하여  쓸 수 있겠으나
그랬으면 좋았을 것 같은 경우도  실제 있었던 것 처럼 치환이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