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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제목 짓기는 어떻게?    
글쓴이 : 김창식    13-11-11 11:18    조회 : 10,896
                                          수필 제목 짓기는 어떻게?                  
                                               
1. 대상과 인식(복습)
 
 우리가 보는 일상의 모든 것은 그것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의 상징 체계이다.
 모든 대상은 그것만이 아닌 종합선물세트이다즉, 한 개의 사과는 보는 이에 따라;
 
  1) 가판대 위 사과: 보통사람
  2) 사과의 학명, 종과 속: 과학자
  3) 선약과(善惡果): 종교인
  4) 가상의 사과: 게임 페인
  5) 그림자로서의 사과: 철학자
  6) 표상으로서의 사과: 철학자
  7) 존재하지 않는 사과: 철학자
  8) 사과 아닌 어떤 다른 것: 예술가
  Tip: 플라톤의 이데아(Idea)론 및 칸트의 물자체(Ding-An-Sich) 개념 참고
 
2. 제목의 중요성
 
 “눈은 영혼의 창(), 제목은 수필의 창()”
 “제목은 독자와 만나는 최초의 접점이자 통로
 Tip: 제목만 보아도 글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음
 
3. 제목 짓기의 정석
 
  가. 주제를 함유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이 으뜸
  나. 차선으로 소재, 인물과 연관 지어도 괜찮음
  다. 키워드, 모티프, 결정적인 대사를 차용하거나,
  라. 별 관련 없는 제목을 주제와 막판에 연결하기도
  마. 비속어, 유행어, 고사성어, 신파조 제목은 피함
  바. 내용과 관계되고, 그럴 듯하며, 무언가 있어 보이는 제목
  Tip: 글의 제목은 어쨌거나 글 속에 있다!
 
4. 명 수필 감상 및 토론(피천득 인연’)
 
 소재는 한 일본인 소녀와 얽힌 인연, 주제는 세월의 흐름과 관계에 대한 성찰
 
  가. 좋은 점
    - 객관적고 담담한 서술과 우미한 문체
    - 사건 전개에 따른 점층적인 비유로 심리의 전이를 보여줌 
     (스위트 피>목련>시든 백합. 입맞춤>악수> 인사)
    - 현재대과거과거현재를 넘나드는 이중 액자형 서술구조
    - 기억을 환기하는 매체인 우산, 꽃 등 장식물의 적재적소 사용
    - 소설적 기법인 치밀한 복선의 설정(‘그림책’ ‘쉘부르의 우산’)
 
   나. 단점은? 
    -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있어 감동 훼손 우려
    - 마지막 문단(관계에 대한 깨달음)이 없었으면 평범한 회고담에 그쳐
    - 소녀와의 관계가 아름답지만 승화 돼 있진 않고 사춘기적 감상에 머뭄
 
5. 그럴 듯한 제목의 예
 
  '11월의 은유' '봄의 잠깨임' 여름의 잔해' '가을 변주(變奏)' 겨울의 환(幻)'
  '저무는 강제자리’ '빈 자리' 구르는 돌’  침묵의 바다‘ 폭포와 분수
  시간의 재'어제 내린 비' 돌연변이 토끼풀’ 시지포스의 바위
 
6. 바람직하지 않은 제목
 
  ‘사랑’ ‘우정론’ '정의에 대하여' ‘행복과 행운’ ‘필연과 우연’ ‘늙으면 죽어야 해
  '관계의 성찰' 놀고 있네’  '너무 싫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운다고 오랴마는'
  '과거를 묻지 마세요' '앙천불괴(仰天不愧)’ '수구초심(首丘初心)'
 
7.  클릭 클릭 (다음 글에 제목을 짓는다면?)    ㅡㅡㅡㅡㅡㅡ
 
꼬마가 꽃밭을 둥둥 떠다니는 비눗방울에게 물어보았다.
  "넌 왜 그렇게 둥둥 떠다니니?"
  비눗방울이 몸을 흔들어 대답했다.
  "작은 친구야, 꽃밭 구석구석 피어있는 꽃과 풀들, 그리고 그 사이를 요리조리 날아 다니는 나비를 한꺼번에 담을 수 없어 이리저리 떠도는 것이란다."
  한번은 소년이 바닷가에 와서 등대에게 물었다
  "아저씬 왜 그렇게 멀뚱하게만 서 있어요?
  등대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난 바닷길을 비추지. 바람에 시달리는 작은 배에게 촛불 같은 작은 위안을 주는 것이야."
  이어서 등대는 이낀 낀 무쇠 머리를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저 하늘엔 별이 떠있지 않니? 하늘 길을 열어주는 것은 그 친구의 몫이란다. 별은  또 네 친구이기도 하잖니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일이 있고, 난 다만 그걸 참견하고 싶지 않을 뿐이거든."
  소년은 유년을 묻고 그곳을 떠났다. 이윽고 그가 다시 고향을 찾게 되었을 때더 이상 꽃밭을 비행하는 비눗방울도, 검푸른 바닷길을 비추던 목이 긴 등대 아저씨도, 하늘 보자기를 수놓던 찬란한 아기별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일시에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보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해서 아주 없어진 것일까? 청년이 된 소년에게 이제 누가 답을 해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