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자신의 정신연령이 매우 박약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아들보다도 철이 없다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하늘에 박혀있는 촘촘한 별을 보면서 그 간격이 광년이라는 단위를 붙여야 할 정도로 멀다거나, 그 먼 거리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신비롭게 느껴질 수가 없고, 우주는 끝이 있을까? 끝이 있다면 그 뒤에는 또 뭣이 있을까? 하고 호기심을 갖는 것 자체가 영락없이 초등학생의 그것이다. 아들은 초등학교 삼학년인가 되었을 때 혼자 치과에도 다녀오고, 포경수술도 스스로 의원을 찾아가서 해결하고 오는 녀석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미 누가 시키지도 않은 막중대사를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해결하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의 나이에 애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러한 아들에게 우주가 어떻고, 별이 어떻고, 콩팔칠팔하는 애비를 “아버진 참! 이 바쁜 시간에 별걸 다 궁금해 하세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우주는 지극히 우연한 기회에 대폭발과 함께 시작이 되는데, 우주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시간도, 물질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공허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공간도 없고, 형체도 없고, 물질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여러분은 이해가 되는가? 우주를 살펴보면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 못할 부분이 참으로 많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또한 그중 하나인데, 블랙홀은 형체도 없는 것이 별이나 행성을 닥치는 대로 삼키고도 체적이 늘거나 그 형체를 드러내지 않는가 하면 중성자별은 밀도가 워낙 커서 각설탕 1개 분량의 질량이 1억 톤이나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우주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의 원리로나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 무신론자지만 이 대목에서만큼은 전지전능한 절대자의 능력을 빌리지 않고서는 해답을 구할 길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시간도 멈추고,(아예 시작이 없었으니) 공간도 없고, 형체도, 물질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라는 표현 또한 적절하지 않겠지만,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른바 ‘빅뱅’이다. 빅뱅을 시작으로 우주는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여 137억년이 흐른 지금도 그 팽창은 계속되고 있다. 빛의 속도 그 이상으로.... 여기서 ‘빛의 속도’를 상정하는 이유는 우주의 경계는 최소한의 빛(光子)이 미치는 영역까지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빛은 그 밝기가 소멸해 없어질 때까지 희미하게나마 그 고유의 속도로 끝없이 내닫을 것이며, 천체의 무리(群) 또한 일정한 속도로 그 간격이 넓어지고 있으므로 빛의 속도 + 천체의 팽창속도 = 우주의 팽창속도로 봐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우주의 크기를 위 설명대로 빛이나 천체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한정시켜야할지 아니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더라도 공허한 공간을 전부 포함시켜야 할지 그렇게 될 경우 공허한 공간 뒤에는 또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빅뱅에서 시작된 우주의 나이가 137억년이라고 할 때, 우주의 팽창속도가 광속이라고 한다면 우주의 반지름은 137억 광년이 된다. 그러나 빅뱅초기에는 인플레이션에 의해 광속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였으며, 앞서 말한 빛과 천체의 팽창속도를 더하여 우주의 반지름이 390억 광년이라는 계산결과를 도출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값은 참으로 무의미하며 그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 390억 광년이나 되는 곳을 가볼 수도 없거니와 광속보다 빠른 팽창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이 당장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 설명은 3차원의 존재인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우주의 경계에 대한 설명이고 실제로 우주는 4차원으로 휘어져 있어 빛이 출발하여 하염없이 진행하면 언젠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3차원의 공간 안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추측하며 현재에 살고 있다. 하늘을 보면 3차원의 공간만 보일뿐이고, 저 아득히 먼 곳에는 우주의 경계가 있으며, 또 어디엔가는 분명 우주의 중심이 있을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실제우주는 4차원의 시공간으로 휘어져 있고 중심도 경계도 없다고 한다. 우리의 눈에 우주가 4차원으로 휘지 않고 3차원공간으로만 보이는 것은 3차원의 존재인 우리인간의 시각적한계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끈이론’에서 제시하는 심층우주는 11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고작 4차원을 이해할까 말까하는 3차원의 존재인 우리가 과연 11차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의 두뇌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대뇌피질의 세포 수는 약140억개로 보통사람들은 그 140억개의 세포 중에서 5%인 7억개만 사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인간의 잠재능력 또한 거의 무한에 가깝다는 말인데, 만약 그 140억개 중에서 사용비중을 높여 5%가 아닌 100%수준으로 늘려 사용한다면 11차원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춘기시절 나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의문을 가지고 고민한 적이 있다. 차제에 폭로하건데 당시 나는 고등학생신분으로 술집을 드나들기도 하고, 기타나 야전(야외전축)을 메고 또래들과 어울려 거리를 배회하는 등 불량학생으로 사춘기를 보냈는데, 그 텅 빈 머리로 무엇을 얼마나 깊게 생각을 했었겠냐마는 당시 제기한 문제는 인생의 황혼기에 든 지금도 변함없이 신비하고 궁금할 따름이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목적도 없이 우연히 만들어진 섹스의 부산물일까?” “수억의 정자 중에서 하필이면 ‘나’라는 정자가 어머니의 난자에 투입되었을까?”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은 과연 신이 만들어 놓은 창조물인가?”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사후세계는 존재하는 걸까?” “나 자신은 본래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차원이 다른 어떤 곳에서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는 허상이 아닐까?” “나의 일생은 이미 어떤 형태로 프로그램 되어있고 그 프로그램에 의하여 실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좁고 텅 빈 머리에 감당할 수 없는 생각들을 비집어 넣다보니 나의 머리는 벌써 삼십 초반에 백발이 들기 시작했는데, 아마 이시기부터 백발의 뿌리가 형성되고 있었던 게 아닌가싶다. 위의 의문 중에서 일생이 어떤 형태로 프로그램 되고 그 프로그램에 의하여 실천되고 있다는 생각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기발한 것 같다. 신이 자신을 모델로 하여 인간을 만들었다고 치자!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지적능력이 5%만 작동되도록 조절해두었다면, 그리고 어느 시기에 인간스스로가 그 여분을 전부 사용할 수도 있다면, 우리의 IQ는 현재 약100의 수준에서 대략2000을 상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거의 신의경지에까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도 되면 11차원을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차원을 조절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
우주에는 약1400억개의 은하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약1000억개~4000억개의 항성이 있으며, 각각의 항성은 수많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그 행성들의 숫자는 대략 지구상의 모든 백사장에 있는 모래알을 전부 합친 숫자보다도 많다고 한다. 모래알보다도 많은 행성. 그 많은 행성들 중에 하필이면 지구에만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최근 외계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얼마 전 NASA에서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선 속에서 대를 이어가면서 100년 동안 우주를 여행한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발표한바있다. 이른바 '100년 스타십 프로젝트‘(The 100 year Starship project)인데, 100년 동안 우주를 얼마나 멀리까지 갈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즉 1977년 NASA에서 발사되어 36년째 항진을 계속하고 있는 보이저1호. 현재 초속17km의 빠른 속도로 태양계를 막 벗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참고로 총알의 속도가 초속1km가 채 안되는데, 인간이 만든 물건으로는 최고의 속도로, 그리고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로 들어서고 있는 보이저1호. 외계의 지적생명체와 조우할 경우를 대비해 지구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Centaurus’자리에 속한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인데 지구에서 거리가 약4.2광년으로, 앞서 소개한 보이저1호가 직선거리로 항진을 계속한다고 해도 4만년이상 걸린다고 한다.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와 조우할 수 있는 날이 그리 가깝지만은 않을 것이다.
주로 생명체는 별 주위의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위치에 속한 ‘골디락스지대’에서 탄생이 가능하다는데, 최근 우주광학기계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골디락스영역에 속한 지구형 행성들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주어딘가에는 우리말고도 지적생명체가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 빠른 우주선을 개발하거나 앞서 말한 우주의 다차원을 이용하여 언젠가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우주의 신비에 젖다보면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궁금해진다. 끝없는 우주, 모래알처럼 많은 별들 속에서 한낱 먼지보다도 더 작은 지구.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너무나도 보잘 것이 없다. 그러나 우주를 구성하는 것은 작은 원소에서부터 출발하고, 먼지가 모여 우주를 이룬다. 따라서 우리는 먼지로써 존재할 것이 아니라 먼지가 모여 흙이 되고, 땅이 되고, 마침내 우주가 되는 길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