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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객관적 방관자    
글쓴이 : 박철우    12-07-05 09:05    조회 : 6,334
아직은 서투른 대학병원과의 만남이다. 접수를 해야하고, 기다리고, CT촬영 결과 또한 미리 미디어실에 맡기어야하고, 기다리고, 또한 대학병원 카드를 만들어야하는 등 나름 길고 긴 단계를 밟아야만 나에게 통.보.해줄 사람을 만난다. 통보를 받기전 왜래 진찰이라 불리우는 공간에서 숨을 죽인채 기다린다. 그 공간은 엄숙하다 못해 숙연해지는 감정이 도는 곳이다. 상황에 따라. 경우에 따라 틀리겠지만, 애써 힘겨움을 숨긴 듯 하기도 하고, 방금 옆에서 짧은 머리로 남편과 통화를 하는 아주머니 처럼, 검사 결과가 좋아 내년을 기약하며 가는 분도 있다. 그러나 저마다 다 이야기가 있다. 비통하고 슬프지만 희망이 있다고 하는 이야기들.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꽉찬 대기실 안에 그 격정과 희비와 초조 그리고 희망이 교차하는 이 터질듯한 공간이 의식적으로 차갑게 온다. 고요하다. 시끄럽지만 침묵이 있다. 그러고는 이내 마치 ‘쨍그랑’ 하고 깨어지는 침묵에 잠겨 있던 의식이 다시 돌아 온다. 방안이다. 순백의 천사라고 하였는가. 허옇게 분칠한 방안과 허연 가운을 입고 내 기록을 흝으면서 기다리는 이, 그리고 순백의 책상, 조명, 마치 그 무엇 하나 백색이 아니면 안될 듯 한 공간에 홀로 이물질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으로 초조히 기다린다. 그리고 터지는 통보. 12분을 원칙으로 하는 대화아닌 대화. 통보. 처음에는 멍하니 긴장한 탓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게 “아 네… 그렇습니까?” 연신 반복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슴에 암덩어리가 있다더라. 그리고 그것이 이미 가슴뼈를 파먹었더라… 일타 이타 삼타. 그렇게 정신없이 두들겨 맞으니깐 고작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심각한가요?” 였다. 아직 약간의 정신은 있나 보다, 나 죽는겁니까라고 물어보지 않은걸 보니… 어쨌튼 이에 역시 아주 짧은 답변 “한 주먹만한게 가슴에 있는데 정밀 검사를 햐야 깃수가 정해집니다.” 기수가 도대체 무엇이고간에 어쩌면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상대방으로부터 과도한 역겨움이 느껴진다. 이 역겨움은 당황스러움은 접수처에 가서 다시 한번 나를 당혹케 한다. 젊은 여성이 마주하고 돈 몇천원을 손에 쥐어주며 한다는 소리가 “중증 암환자 혜택으로 처음 접수비에서 돌려드립니다.” 장난하나. 아직 나의 병이 내게 온 것을 인지 하지 못한 상태에서, 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그러한 좌절과 슬픔과 분노를 채 느끼기도 전인채 그저 병원의 순서를 밟아 가는 과정인 것일 뿐이였는데... 인지. 아직 나의 아픔에 대한 병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기 전. 그러한 두서 없는 상하 좌우 그 어느 방향감 조차 없이 구름위를 걷는 듯한 몽환적 상태에서 그 몇푼안되는 돈을 꼬깃 가방에 넣으며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 싶더라. 중.증.암.환.자. 내가 전해 들은 것이 머리속에서 채 인지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것이 전산상으로 나는 이미 중증암환자였다. 아무렇지 않듯 나 역시 한개의 또 다른 환자일 뿐 아무런 감정없이 기계적 반응을 보이는 이와,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죽음을 다시 한번 되 환기 시켜주는 사람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곳에 객관적 방관자만이 웃음을 머금고 친절아닌 친절한 행위를 하고 있더라.

문영일   12-07-05 17:08
    
무슨 암이라 하시는지 감이 안 잡히는군요.
'객관적 방관자만이 웃음을 머금고 친절아닌 친절한 행위를 하고 있더라.'라는 끝 맺음이 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병원이란곳이..
제 친한 친구(이름을 대면 아는 분들도 많습니다만)의 투병기,
혈액암 2년동안 투병하며 완전무균실에서 조혈모세인지 .. 여하튼 기적적인 회복기에 받은 진단이 '위암 2기입니다. 반쯤 잘라내고 또 이년이 경과 그리고 다시 2년만에 진단 ' 간암'입니다. 또 어느 만큼 잘나 내었습니다.
예후가 좋는 병이던 나쁜병이던 세가지 수술을 6년동안에 다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간암 수술 받은 지 4년 경과 지금요? 건강 해져서 동창모임에 나오면 의사는 마시지 말라는 술인데 막걸리 두 잔 정도 마십니다.
한참 때 보다 체중(80K)은 줄었으나 (65K)오히려 날씬한 노신사 태가 납니다.
그 친구 기적같은 병이력을 묻는 사람들께 "까짓 인명재천! 의사 시키는 대로 했다' 딱 그 한마디입니다.
환자의 마음을 먼저 고처주는 게 명의가 아니겠습니까? 담담하게 쓰신 글 보고 대담하신 분이라 생각되고
너끈히 완치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건강과 건필을 아울러 기도 드립니다.
유시경   12-07-07 01:48
    
박철우 님. 젊은 나이에 하얗고 차디찬 병원에서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요. 저 역시 이십대 초반에 아기를 낳고 백일 만에 대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의사나 간호사의 삶은  어떤 면에서 작품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프고 슬프고 괴롭고 그리웁지만 직접적으로 다가가거나 쉽사리 표현하지 못하지요. 가령 그분들이 환자의 감정에 흡수되어버린다면 환자보다도 절망감이 몇 배로 커져서 일하시기 힘들지도 몰라요.
계절, 날씨, 나무, 돌멩이, 꽃 같은 자연의 움직임이나 생태활동을 통해서 인간의 감정은 더욱 증폭되기도 하지요.
메디컬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의사들이 자신의 진료실로 돌아와 감정을 폭발하기도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자신을 추스르고 냉정해야 하는 게 여러 사람 대하는 일인 것도 같아요. (조심스럽기는 하나, 그래도 접수처에 있는 여성분의 말투는 좀 심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박철우 님은 아직 젊으시니 더욱 빠르게 완쾌되고 계시리라 믿어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쓰셨다는 것도 눈에 보이고요...
훌훌 털고 건강하게 일어나셔서 더 좋은 수필 세계로 새롭게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문경자   12-07-14 11:47
    
정말 힘겨운 나날을 병원에서 지내시다니 많이 힘들겠어요.
그렇다고 마음을 놓으시면 안됩니다.
항상 긍정적인 눈으로, 마음으로 보면 편안해 질겁니다.
그들도 사람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직업이니 그렇게 담담하게 환자를 대할 수 밖에 없겠지요.
다 털어버리고 좋은 쪽으로 마음을 먹으면 편안해 질 것입니다.
하루 빨리 건강이 좋아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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