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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서울디지털대학 예술제를 다녀와서    
글쓴이 : 김선봉    16-12-01 11:55    조회 : 5,395

  택시기사가 다 왔다며 차를 세운다. 티머니로 계산하고 내리며 내 눈은 주변을 훑어본다. 내 시야에는 커다란 건물이 보이고, 그 뒷 편에 있으리란 감이 왔다. 항상 이 느낌이 맞는 건 아니지만, 그럴지라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오가는 사람들의 흐름을 보면 건물 뒷 편으로의 이동이 많다. 그곳으로 간다.

 

  잠시 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난다. 마침 그 계단입구엔 홍보물이 붙어있었다. 그 벽보를 보던 아주머니 두 분이 말한다. "여긴가 보다. 어라? 근데 홍보물이 떨어졌네."라며 떨어져서 너덜거리는 벽보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내가 찾아가려는 목적지와 일치한다.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예술제>.

 

  지하로 내려가니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오랜만에 스승과 제자의 만남, 졸업 후 그동안 못봤던 졸업생들의 만남, 또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만남 등으로 시끌벅쩍 했다. 시간이라는 녀석이 잠시 장난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뒤 예술제를 진행한다는 방송을 듣고 들어가 앉는다. 장내 불이 다 꺼진다.

 

  어둠속에서 갑자기 불이 켜지며 환해진다. 사람들이 의지하는 시각정보를 차단하면 주의를 끌 수 있다. 관심을 이끌어서 집중시킬 수 있다. 개회 시의 영상이 올라오고 그 시를 읊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곤 다듬어진 목소리로 연기한다. 성우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가꾸고 연습했으니 듣기 좋다.

 

  잠시 후 어두워진다. 곧이어 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또가 등장하더니 객석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약방에 감초처럼 이방도 등장해 너스레를 떤다. 서로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객석은 이 질식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침묵하기 마련이다. 이 침묵이 길어질 때 몰입의 단계로 빠져든다.

 

  그리곤 동화극이 펼쳐진다. 양말을 소재로 했다. 짝 잃은 양말의 처지를 인간의 외로움, 그리움과 결합시킨 내용이다. 삶의 방식은 한 가지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세상엔 한 가지만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건 주입식 교육의 부작용이다. 이어서 시낭송이 이어진다. 나름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낭송한다.

 

  뒤를 이어 소설극이 펼쳐진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설을 쓰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단편영화가 시작되었다. 간략히 보고나서 수필낭독이 이어진다. 이미 졸업한 두 분의 선배가 나와서 대화하며 낭독하는 순서였다. 가수와 성악가도 등장해 무뎌진 우리의 문학적 감수성을 촉촉히 적신다.

 

  평소에는 문학적 감수성에 젖을 여유가 없다. 이 감수성이 젖어있지 않으면 장애물로 작용한다. 젖지 않으니 뻑뻑하다. 고달픈 삶이 더 빡빡해진다. 기계는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일을 칠한다. 이 기름이 기계와 기계의 충돌을 완충시켜 마찰률을 낮춘다. 하물며 사람의 경우도 여유 없는 삶은 고달프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은 생각을 하고 자유로운 상상을 원한다. 상상력의 원천은 표현하려는 문학적 열망에서 나온다. 우리사회는 문학이 대접받는 사회도 아니다. 더군다나 마음 놓고 상상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장치가 돼있다. 검열과 통제의 뿌리는 깊다.

 

  사또와 이방은 중간중간에 나와 분위기를 장악한다. 분위기가 느슨해지거나 산만해지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노련하다. 관객들이 한눈 팔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약간 아쉬운 부분은 있다. 행사진행이 매끄럽지 않다. 준비 부족도 보인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부분은 옥에 티가 되겠다.

 

  초대장에 보면 학과개설 13주년을 맞아 예술제를 연다고 적혀있다. 이런 예술제는 자주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제를 준비하려면 많은 이들의 문학적 기량이 발휘된다.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이 자체로 문학이 대접받는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다. 활용하지 않는 학문은 배워서 무엇하나?

 

  서울디지털대학교로 전화해 물어봤다. 이 예술제가 언제 열렸냐고. 그러자 2008, 2011, 올해인 2016년에 열렸단다. 행사가 중간중간 열리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정기적 행사로 자리매김 시켜야 하리라 본다. 문화산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없다. 스스로 문화산업을 펼치면 된다.

 

  그날 모든 예술제 행사가 끝나고 근처 식당에서 뒷풀이가 시작되었다. 저녁식사와 술자리가 동시에 펼쳐졌다. 모든 지원은 동문들의 기부와 후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 이러한 동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한차원 높은 에너지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동문들의 뜨거운 열정은 예술제의 정기적인 개최로 화답하면 된다.

 

  허기진 사람은 식사로 배를 채우고, 술이 고픈 사람은 술로 배를 채웠다. 세상을 사노라면 크고작은 문제와 만난다. 그에 따라 우린 고뇌하며 괴로워한다. 또한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 성취감과 희열을 느낀다. 혹은 그 문제 앞에 무릎 꿇을 때 좌절하고 체념하며 쓴 맛을 본다. 이러한 모든 감정들이 녹아든 게 예술제다.

 

  삶은 축제의 한마당이다. 육체적인 배고픔은 어느 정도 벗어났다. 그렇다면 이젠 정신적인 배고픔을 채워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문화산업이다. 서울디지털대학의 예술제는 이러한 사람의 정신을 살찌우는 활동이다. 필요에 따라 개최할 것이 아니라 정기적이며 주기적인 행사로 자리잡아야 한다. 내년도 예술제가 기대된다.
2016.11.30.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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