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음악 듣다가 어찌 눈물이 나던지... 하면서 음악 올리는 방법 배우러 일초집에
들르시겠다고.
"그 음악 손동숙씨집에 살짝 들어가 도둑질해 왔어요." 했더니
"그런 도둑질은 얼마든지 해도 괜찮아요. 나랏 돈 다 횡령해서 부자된 놈들 집에 쳐들어가
도둑질 좀 제대로 해서 가난한 사람들 다 나눠줍시다."
"좋아요!" 우리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안여사님, 잠은 안오고 무얼 좀 써보려고 극적거리고 있는데
내 속에서 소리가 들려요. '참아라 참아! 지금 너 자신을 표현해보겠다고?
노력하지 마. 비유로나 뭐로나.. 그냥 지금은 니가 본 진도 앞바다의 참상을 스케치만 해놔. 글구
니가 좋아하는 시인들이 쓴 걸 자꾸 읽기나 해'
내가 좋아하는 시인? 금방 떠오른 분, 황동규... 그의 '비가' 중에서 몇 줄만 여기 올려봅니다.
말없이 사라진 사람들
그 폭력적 없음 속에서
나는 눈을 뜬다
나까지 들어 있는 그 없음 속에서
나는 다시 눈을 뜬다
담뱃불이 손끝에서 아프게 타고
그 아픔에 붙일 말들이 생생하다
('비가' 제12가 중에서)
길고 큰 기다림이 있어도
기다림이 있어도
큰 바다에 해가 져갈 때의
고요한 진동, 박명, 그 빛뿐이로다
('비가' 제 8가 중에서)
일초선생님,
연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요즘 제가 카알 힐티의 글을 읽고 있는데요.
"지상에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견해에서 보면,
이 세상에서 모든 셈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 뒤의 삶이 있는 게 틀림없다'라는
구절이 있더군요.
부정, 부패, 상처들...에 대한 답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