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둥둥! 남덕유산산행 코스 : 영각사-영각재-남덕유산-서봉-월성재-바랑골 계곡-황점마을 소요시간 : 5시간(10:30-15:30) 
온 나라를 들썩인 메르스 영향으로 근 한 달만에 등산을 해본다. 오늘 등산 코스는 남덕유산이다. 남덕유산(1507m)은 거창 북상과 함양 서상 그리고 장수군 계북이 경계하며 솟아있는 산으로 덕유산의 향적봉에서 남으로 약 15km 지점에 위치한 덕유산의 제 2의 고봉이다.
백두대간의 분수령을 이루는 남덕유산 입구에서 간단히 체조를 하고 바로 등산길로 들어섰다. 등산길 초입부터 울울창창한 나무와 숲이 우거져 있다. 길 위로 하늘이 보이지 않고 초록 그림자만 어슬렁거릴 뿐 주변은 온통 피톤 치드 향기가 불을 뿜고 계곡 사이로 맑고 고운 물이 졸졸 흐른다.
등산길 주변에는 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이름모를 수수한 꽃이 활짝 피었다. 길은 길이라도 다양한 특성을 지닌 길이 열려있다. 흙길이 조금 있지만 대부분 바위길을 다듬은 돌길이다. 그리고 700개나 된다는 철제 사다리 길이 하늘 높이 뻗어 있지만 듬성듬성 놓여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전후좌우 풍경을 조망하며 철제 사다리길을 오르다보면 별 어려움 없이 정상에 도달한다.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면 등산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른다.
바위길 위에서 빨리 가려고 모난길을 무리하게 오르다 보면 돌부리에 걸리거나 넘어지기 쉽상이니 쉬엄쉬엄 등산길 주변 풍경을 구경하면서, 둥근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마음의 여유가 저절로 생긴다.
멀리 지리산과 맥을 같이 하는 남덕유산 줄기를 타고 오르니 육십 년전 요동쳤던 한국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박힌 듯하다. 사람은 가고 역사는 흘렀지만 그 산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땅을 피로 물들었던 그 상처가 지금도 어디에선가 신음하는 듯 이념과 투쟁, 전쟁의 역사속으로 영혼이 자유로이 왕래한다.
어쩌면 육십 년 전의 영혼이 현재도 살아 숨쉬고 백두대간의 줄기따라 지금도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전쟁을 겪은 세대나 겪지않은 세대나 남덕유산 언저리를 오르면서 6.25동란 전후 산의 상처를 숱한 영화와 소설가의 작품에서 한 두번쯤 간접 경험을 한터라 단지 어느 한 명산을 등산 한다는 의미를 넘어 등산길이 역사의 길이 되기도 하니 등산길 주변의 풀 한포기, 돌 하나에도 전쟁의 상흔과 남덕유산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천천히 걷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골이 깊으면 산도 깊다지만 첩첩산중 남덕유산 속깊은 골에는 오래된 나무와 넝쿨, 관목이 숲을 이루고 세월의 더께와 비바람에 견디지 못한 나무가 고목이 되어 그 자리에서 고사목 아닌 고사목으로 누워있다. 쭉쭉뻗은 고목은 맑고 향기로운 산의 정기를 빨아서인지 죽어서도 미끈하고 살아있는 나무에 의지한 채 침대가 되기도 하고 쉼터가 되기도 한다.
 바위만 기묘한 것이 아니다. 남덕유산의 고목은 저마다 독특한 모양새로 수백 년을 산 듯 그 생김생김이 낯설지 않다. 쓰러진 고목은 썩지 않고 바위를 걸터있거나 혹은 다른 나무에 걸터 마루처럼 등산객의 쉼터를 제공하고 또 어떤 고목은 아치형으로 휘어져 한 편의 작품을 연출한다.
오랜만에 등산을 하다 보니 가슴이 먼저 산을 알아보고 요동을 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등산 주변에는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내걸은 심장 돌연사 주의를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군데 나부낀다. "국립공원 사망사고 1위 심장돌연사! 당신의 심장은 안녕하십니까?"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심부전 등 심혈관계질환자는 특히 유의하라는 자세한 설명과 호흡곤란, 가슴 통증, 맥박 불규칙, 안면 창백, 어지럼증, 두통, 구토 증상 등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그리고 구급요청119 안내까지 작달막한 정사각형 현수막에는 등산 주의를 알리는 문구가 깨알같이 박혀있다.
많고 많은 산을 가봤지만 남덕유산처럼 등산 길 주변에 등산 주의를 알리는 현수막은 드물게 본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박수를 보낸다. 오랜만에 등산하거나 앞서가려는 등산객 그리고 질환이나 노년층 등산객에게는 꼭 주의를 알리는 현수막이라서 등산 내내 마음의 알림음으로 들릴 듯 하다.
남덕유산에서 실제 등산하다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자도 있다 하니 험하고 가파르거나 수직 철제 사다리를 오를때는 절대 무리하게 오르지 말고 쉬어가면서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좋다.
영각사에서 남덕유산 정상까지 중턱에 오르면 사방의 풍경이 쾌도난마 시원하고 그림같아서 앞만 보고 걷거나 빨리 걷는다면 남덕유산의 진미를 알아 볼 수 없다.
등산을 할때는 절대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어야 한다. 태어나서 초등학교때부터 사회에 나와서도 경쟁사회에 오래도록 내몰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경쟁과 쟁취라는 마귀에만 반응하니 산에 와서도 자기도 모르게 그저 타인보다 앞서 가야한다는 쓸데없는 욕심덩어리는 산 초입에서부터 버려야 한다.
생명의 신비, 끈질김과 고단함은 남덕유산에도 깊이 배여있다. 바윗길 사이에도 어디서 날라왔는지 홀씨가 뿌려져 돌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어린 식물이 앙증맞다. 돌에 채이더라도 돌 사이에 핀 어린 식물은 밟지 않는다. 돌 사이로 힘들게 자라는 어린 식물을 무심코 밟다간 당신의 가슴에 알게모르게 미운털 하나 스스로 박을 수도 있으니 등산길에 걸리적거리더라도 가급적 식물은 건드리지 말고 우회해서 걷자.
남덕유산 정상 부근에 오르니 풍경이 장난이 아니다. 한 폭의 진경 산수화가 따로 없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사방을 둘러보니 어화둥둥 기기묘묘 절경이요 가경이다. 대부분 산 정상 바위산은 기묘해도 맨 낯을 드러내고 햇살에 이글거리지만, 남덕유산 정상 주변은 사량도 산처럼 기묘하지만 바위산은 일부를 드러내고 그 아래는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 병풍같은 바위산을 숲이 둘러싸니 한 점의 산수화다.
한 봉우리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백두대간을 연결하는 능선답게 능선마다 솟은 봉우리가 띠를 이루며 점입가경이다. 닭벼슬 같은 깃대 나무가 바람에 흐느적 거리고 지그재그형 철제 사다리 주변으로 수천, 수 만개의 바위가 따로또 같이 모여 병풍 바위 봉우리를 만든다. 그 바위 사이로 조물주는 나무를 심어 병풍 바위는 한 폭의 산수화처럼 우뚝 솟아있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산하를 굽어보니 골마다 심심산골이요 등산길 마다 우거진 숲과 나무로 뒤범벅된 치유의 산이다. 아름다운 봉우리를 넘는 길마다 철제 사다리가 듬성 듬성 놓여 있어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처럼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철제 사다리 끝에는 흰구름이 금방이라도 물이 되어 뚝뚝 떨어질 듯 하다.
장쾌한 봉우리 가까이로 파란 하늘 사이로 새털같은 흰 구름이 봉우리에 부딪칠 듯 스쳐간다. 멀리 희끄무레한 구름이 지나가고 골과 골 사이로 듬성듬성 마을과 구불구불한 길이 아름답게 놓여있다. 등산길에서 한국의 구불구불한 논길의 아름다움을 새삼 실감한다. 나무를 보면 잘 안보이지만 숲을 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많다. 길 속에서 찾지 못한 길은 길 밖에서 길을 찾으니 이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한국의 논길, 들길은 농민의 땀과 피가 배어 만들어 졌으니 구불구불한 논길이 직선길 보다 더욱 아름답다.
당초 삿갓봉까지 일정이 짜였으나 시간적 어려움으로 포기하고 월성재에서 합수곡 바랑길을 타고 계곡 길가를 따라 하산했다. 하산길도 등산길처럼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고 계곡에는 수량이 많다. 티없이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그 흐르는 물소리가 심장까지 파고든다. 그 청아한 물소리를 찾아 계곡으로 들어가서 발을 담그니 얼음처럼 차가워 연방 물속에 발을 넣었다 뺐다하니 최고의 발 맛사지를 하는 셈이다.
삿갓봉을 둘러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황점마을에서 여유를 가지며 벌꿀 찌꺼기가 들어갔다는 두메산골 막걸리가 달짝지근하다. 담백하고 장쾌한 남덕유산 등산길에 땀방울이 이마에서 구슬처럼 한 방울, 두 방울 바닥에 떨어진다. 속세의 찌꺼기가 모두 땀으로 배수되고 바윗길을 오르면서 저절로 발바닥 맛사지가 되고 기묘한 절경에 매료되면 가슴 맛사지도 저절로 되고 찌든 삶의 때도 조금은 벗겨진다. 영각사에서 남덕유산 정상까지 오만가지 풍경을 담음 산과 나그네가 하나 되면 남덕유산은 저절로 어화둥둥 내사랑 춤과 가락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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