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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리틀 호수공원    
글쓴이 : 박지희    26-03-07 12:27    조회 : 79

제목: 나의 리틀 호수공원

박지희

 

TV 화면 속에서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천천히 펼쳐졌다. 빌딩 숲 사이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 공원의 설계를 주장한 프레드릭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뉴욕에 이 공원을 안 만든다면, 나중엔 그만큼의 정신병원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일침을 가해서 탄생한 공원이 센트럴파크라는 것이다. 가로 850m 세로 약 4km 정도의 대형 도시공원으로 축구장 480개의 넓이다. 사람에게는 자연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이 뒤늦게 증명된 듯하다.

 

우리 동네엔 뉴욕의 센트럴파크의 작은 귀퉁이 만한 호수공원이 있다. 호수 공원을 중심으로 10년 사이에 아파트가 성냥개비통처럼 빽빽하게 들어섰다. 혹자는 호수공원이 아니라 연못공원이 아니냐고 했지만 그래도 졸졸 흐르는 개천을 따라 중앙 호수 공원을 한 바퀴 돌면 한 시간 반이나 걸린다. 작정하고 두 바퀴를 돌면 2만 보는 거뜬히 넘는다. 이 곳은 내 삶의 좌표를 다시 맞추는 중심점이다.

 

언젠가 무기력과 번아웃이 깊어지던 시기가 있었다. 사람 만나는 것도 싫고, 일하기도 싫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날들, 게다가 아들의 사춘기는 몇 년째 지속되고 있었다. 조금 지나면 괜찮다는 주변의 위로에도 아랑곳 않고, 꼭 닫힌 방문뒤로 끝나지 않는 기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닿지 못했다. 뭘 어떻게 해야 회복될지 알 수 없을 때, 나는 집 근처 호수공원으로 향한다.

 

호수는 하늘이 내리는 기상을 거절하는 법이 없다. 고스란히 받아내어 매 순간 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뙤약볕 아래에선 뜨거움을 견디고, 장마의 계절엔 흙내음을 증명한다. 인생 또한 통제할 수 없는 계절의 법을 살아내야한다. 살을 에는 추위를 통과하지 않고서 만개한 봄의 환희를 이해할 수 없듯. 호수공원은 한 번도 화내지 않는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물밑은 복잡한 생태계가 있을 것이다. 잔잔한 물결도 물결이듯이, 말 한마디에도 쉽게 울컥하는 내 마음도 복잡했다. 혼자 걸으며 그 고요함 속에 혼자 있을 때, 나는 더 위로받는 듯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풍경처럼, 그냥 자연 속에서 숨 쉬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되는 건 특별한다. 영화는 겨울, 혜원이 고시에도, 연애에도 실패한 채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낯익은 시골집에서 엄마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스스로 작물을 심고, 수확한 걸로 직접 요리해 끼니를 해결한다. 그렇게 사계절을 천천히 보내며 혜원은 조금씩 변화한다. 그 시간 속에서 혜원이 진짜로 깨달은 건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력을 느낀 것처럼, 호수공원이 내게 그런 존재였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곳에서 나는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다. 들이치는 풍파를 피하지 않고 모든 계절을 통과한 뒤 차오르는 내면의 빚을 묵묵히 기다린다. 탄탄대로를 달리는 SNS속의 행복한 사람들에게서는 정작 자신을 잃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진짜 치유는 공유의 프레임 바깥에서 일어난다.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을 멀리하고 진짜 휴식을 위해 호수공원을 매일 찾았다. 나의 센트럴파크. 호수공원. 나에겐 이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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