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르 부르르 문자가 왔다. 친구 남편에게서 온 부고 문자다.
여보세요.
아픈 건 알고 계셨죠?
네 (밝은 목소리로) 내일 갈게요.
어머니가 오랫동안 아파서 수원에 사는 내 친구는 주말마다 일산에 왔다. 요양원에 가시면 될 텐데 절대로 가지 않겠다며 집에서 버티셨다. 평일에는 근처에 사는 둘째 언니가, 주말에는 큰언니와 내 친구가 집안 일을 도왔다. 5년이란 시간 동안 일산에 왔지만 얼굴을 보지 못했다.
내 친구 혜선이는 피아노 학원에서 만났다. 내가 피아노를 배울 때 그곳 선생님이었는데 나랑 뜻이 맞았다. 그 이후 나는 결혼을 했고 그녀도 그 다음해 결혼을 했다. 신기하게도 나와 결혼식 날짜가 같았다. 그녀는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그 해에 회사가 합병이 되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복숭아가 가득한 장호원에서 슈퍼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찜질방 매점,호프집을 인수했다. 이젠 놀아도 되지 않냐고 했지만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며 일을 계속했다.
호프집에 한번 놀러간 적이 있는데 엄청 컸다. 주방에서 직접 닭을 튀기고 있었다. 주방장을 구하는 일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자신이 한다고.
장례식장에 가니 엘리베이터위에 전광판이 있다. 요즘은 이런것도 있구나. 젊은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가 많이 슬프겠다. 갑자기 내 친구 얼굴이 나온다. 아니.. 요즘은 상주 얼굴도 보여주나? 잘 찾아오라는 건가? 3층에 내리니 딸들이 보인다.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다. 손녀들도 상복을? 그런데 언니들은 그냥 평상복이다. 이상하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내 친구도 이제 조금 편해지겠지? 바쁜가? 남편 시켜서 문자나 하고, ‘지’가 하지.
살짝 웃음을 감추며 꽃을 놓으러 들어갔다. 나이 들어서 돌아가셨으니 호상이지.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들어보니 영정사진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가 보인다. 그제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시간이 순간 멈췄다. 내가 꼼짝도 못하고 있자 그녀의 남편이 물었다. 모르셨어요? 몰랐다고 했다. 왜 말을 안 했느냐고. 2년 전 마지막으로 만나고 나서 바로 폐암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너무 말기라 손 쓰기도 늦었고 바로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어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고. 장례식도 나에게만 알렸다고 했다. 주저앉아 울었다. 혼자 있는 시간 얼마나 외로웠을지 짐작되지 않아 또 울었다.
연락하지 바보같이. 어쩐지 내가 너무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역시 기양씨는 씩씩하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아이가 올 시간이라 그곳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을 하다 길가에 세웠다. 다리가 떨려서 도저히 운전을 하기가 어려웠다. 아...티비에 나오는 장면이 거짓말이 아니구나. 장례식장에서 기절을 하거나 나처럼 가다가 차를 세워서 운전을 못하겠다는 장면이. 어찌어찌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한 달 전에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본인이 요양원에 들어 가셨다면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을까? 그냥 운명일까? 너무 원망스럽다. 친구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가족여행을 갔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안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울었다고 한다. 작년에 그녀의 딸이 결혼을 했다. 남자친구와 같이 인사를 왔다. 축하한다고 그리고 친구가 생각나서 또 울었다. 이렇게 좋은 순간 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모가 엄마자리에 앉느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저었다. 무슨일이 있어? 아빠가 너무 싫어하세요. 요즘 수원에 재개발이 많은데 어머니 이름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고 반반씩 돈을 넣었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와 동생이 비슷한 시기에 죽고 나니 이모가 돌변을 했단다. 돈이 참 무섭다.
어딘가에 그녀가 살아있을 듯하다.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너무나 보고 싶다. 복숭아를 닮은 그녀는 참 예쁘다. 친구의 딸이 새집으로 이사했다며 놀러 오라고 한다. 그곳에 가면 친구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