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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퍼톤스 클럽투어    
글쓴이 : 심희옥    26-01-17 16:22    조회 : 501
   페퍼톤스 클럽투어5(최종).hwp (91.0K) [0] DATE : 2026-01-17 16:22:27

페퍼톤스 클럽투어

 

심희옥

 

저는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를 매우 동경합니다. 대중가요를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십 대 후반까지는 가수 김동률의 발라드를 쭈욱 좋아하다가 페퍼톤스라는 그룹을 알게 되었습니다. 3집 앨범 SOUNDS GOOD!을 통해 팬이 되었는데, 혹시 페퍼톤스를 아시나요? 신재평이 리더로 이장원과 듀오인 밴드입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동기로 그들이 내세우는 선전 문구는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라고 합니다. 실제로, 수많은 명곡 중 행운을 빌어요같은 노래를 들으면 그렇습니다. 티브이나 라디오에서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여서 들으면 아실 거예요. 그러고 보니, 그들은 대중음악을 하는 게 맞네요.

클럽투어는 매년 여름마다 개최하는 행사입니다. 둘이서 처음으로 발명해 낸 프로젝트로 페퍼톤스 이후로 나오는 락밴드들이 롤모델로 한다는 것을 들었어요.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전국의 소규모 공연장을 대관하고 투어를 하는 것이지요. 저는 2023년에 공연했던 광주와 전주공연을 잊지 못합니다. 이 시기에는 전 세계에 COVID-19(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역병이 창궐했습니다. 무사히 잘 이겨내고 오래 수그리던 몸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시간이 오네요. 광주송정역에서 택시를 타고 동구 광산동에 있는, 문화의 전당로에 위치해 있는 보헤미안 소극장에 왔습니다. 굿즈를 샀는데, 슬로건과 타투를 구매했어요. 호두과자선물을 관계자 언니에게 전달해 드리고, 카페에 가서 목을 축이고 왔습니다. 이곳은 광주 시내 중심가에 터를 잡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문화의 거리입니다.

비현실적인 공간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이 익숙함이 주는 분위기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또 너무 오랜만에 페퍼톤스 클럽투어를 열어서 낯선 기분은 숨길 수 없었어요. 평소 같으면 퇴근길에 페퍼톤스 음악을 들을 시간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라 매일의 루틴이 몸에 베 그런지 조금은 나른하고 졸려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얇은 졸음을 깨웠습니다.

이윽고, 마지막 점검이 끝나갈 시간이 되고, 잠시 솜사탕 같은 침묵이 이어진 뒤, 밴드의 멤버들이 차례로 나오고, 장원이 문을 빼꼼히 열고 귀공자처럼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관객들은 일제히 귀청이 터질듯한 함성으로 장원과 뒤이어 오는 재평을 반겼습니다. 많게는 말쑥한 차림으로, 조금은 허름한 차림으로 바싹바싹 친밀하게 붙어 서 있는 우리 팬들은 더워서 땀이 나고 그래서 그것을 소리로 분출시키는 듯했습니다.

4년 만에 보는 실물 영접은 그야말로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들을 지극하게 바라보며 반가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재평의 따뜻한 눈빛, 장원의 24시간 돌아가는 눈 속의 전구. 모두 가까이 있어서 너무너무 마음이 뿌듯하고 따스해짐을 느꼈습니다.

클럽 투어는 ‘Freshman’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 매몰되어 들어는 봤지만 어색한 노래들. 그들은 뜨거운 광휘로 휘감아 오지만, 그새 감을 잊고 뻣뻣해진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점차로 주위 팬들에 의해 동화되어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페퍼톤스의 노래를 잘 교육받은, 그래서 페퍼톤스 노래로 똘똘 뭉쳐진 한 소녀, 남학생, 아가씨, 아저씨, 주부였습니다. 몸이 덜 풀려서 그런지, 내일 전주 클럽투어 때는 더 많이 노래 위를 걷고 싶었습니다.

페퍼톤스 밴드는 그들만의 빛나는 레퍼토리로 좌중을 휘어잡았습니다. 우리는 착해져서 순한 양인 것처럼 늑대인 그들에게 걸려들 듯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온 우주시여 이 노래에 화합하시라. 열락과 환희에 땀 흘릴 줄 아는 재평과 장원이 빚어낸 공연에서 저는 발견했습니다. 두 우주가 세상을 향해 비상하는 저 모습을.

기억에 남는 곡은 태풍의 눈이었습니다. 직접 들어보니 그 사운드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태풍의 눈은 잠시 우리 안의 잔가지를 흔들다가 마음속에 태풍의 중심으로 날아들었습니다. 꿀의 향기가 그윽하게 피어오르던 그 시절의 기억이 연소되었습니다. 파편적으로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런 반응을 보였던 어린 시절, 멋 모르게 까불기도 하고, 소리 내지르며 좋아했던 날들이 미숙했지만, 아름다웠더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때, 유난히도 크게 들렸던 재평의 New Hippie Generation은 영원토록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그들의 대표적 장끼 중 하나로 내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페퍼톤스 그들도 인스타에 계정을 만들면서 함께 공연의 리스트를 꾸려가자고 제안하였습니다. 투표했는데, 아쉽게도 찍었던 노래는 안 되었지만, 그래도 여름날이라는 곡을 좋아합니다. 재평이 만든 밤의 멜로디가 생각나서이기도 했지만, 71일 그날은 수줍게 앉아 있는 새색시의 치맛바람처럼 페퍼톤스가 너무 감미롭게 불러줘서 순간, 이 우주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인제는 함께 공연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함께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시간, 노래들은 하염없이 흐르고, 우리의 마음은 하나인 온 순간을 말이에요.

무엇보다 그들의 합주가 무척 세련되었습니다. 불협화음도 들어보기에 따라서는 화음이게 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재능에 놀라고 기타, 베이스, 피아노, 드럼이 한데 어우러져 테크니컬 한 사운드를 만들어내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번쩍번쩍 조명이 우리 머리 위에 빛을 쏟아붓고, 땀 잘 흘리는 장원의 얼굴에 이슬 같은 땀방울이 반짝이는 시간, 모든 일을 잊은 채 이 황홀경에 사로잡혀,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헛갈릴 정도였습니다. 멤버들 간에 합은 나날이 발전해서 이젠 한 몸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조금은 기운이 빠진 거 같지만, 여전히 그 기는 살아있는 장원의 기지, 응원합니다. 그리고 장원이 자꾸 나이 이야기해서 좀 슬펐습니다. 그리고 어제 머리 해서 그 파마약이 땀으로 변해 눈이 따갑다며, 통증을 토로했습니다. 어찌하나요. 안 됐지만, 슈퍼 락스타는 그렇게 머리도 산뜻하게 다듬어야 하나 보다고 생각했어요.

재평의 건강하고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한 말이 짠했습니다. 그래, 오늘도 잘 왔다고, 서로 포옹할 수 있다면. 클럽에서 오래 서서 다리는 아프지 않았는지, 너와 나의 발등은 붓고, 기타와 베이스의 현이 고운 결로 피어나, , 우리들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하루의 마감 시간이구나. 저는 정말 아쉬워했습니다.

클럽투어 이틀째, 날은 밝아오고, 여름에는 비가 온 뒤 날이 더 푹푹 찝니다. 그게 자연의 이치이죠. 이러한 날씨 속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축복이라고 여겨집니다. 익산으로 가서 전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서울행에 몸을 실어야 했습니다. 어제의 기적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다 꿈이고 한바탕 소풍 같은 공연을 또 기대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고, 그것이 때로는 무상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빛깔과 모양으로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드려나. 어제보다는 한결 수월해질 거 같았습니다. 어제는 이 긴 대장정의 스타트였으니, 당황도 하고, 관객과도 서로 결을 맞춰야 하는 단계였으니까요. 아마 회를 거듭할수록 재평과 장원이 아, 하면 우리가 어하는 손발이 맞는 공연이 되기를 빌었습니다. 당장은 어제보다는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을 기대하며 완산구 고사동 영화의 거리 더 뮤지션 공연장 앞에 있었습니다.

공연이 다하고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재평의 비음 섞인 노래는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목마른 침묵, 장원의 번뜩이는 희언은 그래도 뒤돌아보면, 돌아가는 석양 아래 기차 안에서 좋은 기억으로 재생될 거 같았어요. 그 많은 목록을 다 연습하느라 나의 뮤지션들 고생 많았습니다. 다음 공연에는 존재감 없이 멀리서 관람하지만, 또 좋은 추억 만들 날을 새롭게 기다리며 다짐해 보았습니다.

실로 4년 만에 전남 광주와 전주에 개최된 이 공연은 저에겐 여러 가지를 의미합니다. 4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영원히 푸르를 것만 같던 장원에게 공진단까지 먹게 하는, 전체의 지난한 나이 듦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펜들마저 인제는 공연 후 페퍼톤스에게 사인을 요청하지 않는 성숙한 팬 문화로 발전했어요. 그런 비슷한 것을 장원은 연륜이라 했습니다. 팬들도 제각기 그동안 역병을 견디며 말할 수 없는 고충으로 힘들어했을 것이고, 식상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했던 기간이었습니다.

나에게는 코로나 시기 때 코로나 블루가 있었습니다. 정말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나. 가끔은 나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노래들은 내게 위안이 되어 주었어요. 스무한 살 때 들었던 김동률의 노래가 그러했고, 서른 하나에 보았던 페퍼톤스의 뮤직비디오가 내가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갈 때마다 힘을 내게 해 주고, 용기를 가지게 하며, 삶을 살게 해 준 노래들이었습니다.

페퍼톤스 클럽투어 공연에서 받은 에너지를 기둥 삼아, 또 하루하루를 근근이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장원이 그랬는데, 이번 공연은 코로나를 뚫고 한 4년 만의 공연이라 여운이 좀 오래갈 듯싶다라고 말 한 것에 공감이 가는 바입니다.

너무 오래 기대해서였을까요. 끝나고 나니, 허무함이 끝없이 밀려왔습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여행이나 독서, 공연을 경험한 후,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어쩌면 그리운 것을 향해 일생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돌이켜보면, 저는 그 누군가를 오랫동안 기다리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든, 연락이 안 되는 친구이든, 멀어져 간 동료교사들, 나의 학창 시절 선생님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등 저는 잠시 두 눈을 감고 말게 되네요. 가녀리게 흐르는 눈물은 사람을 속일 수 없어요.

각설하고, 생각보다 별 탈 없이 끝나서 다행이었고, 날씨도 장마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천우신조로 화창하다 못해, 더워서 그것도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바라봅니다. 페퍼톤스의 팬들의 함성이 여전히 이어지기를, 서울에서 제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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