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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 꽃다발 용돈 박스    
글쓴이 : 김은비    26-07-08 10:27    조회 : 33

장미 꽃다발 용돈 박스

김은비

 

5월은 유난히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달이다. 장미와 튤립이 피어있는 이달은 한 달 내내 화려하게 칭칭 온몸을 휘어 감는다. 이런 생동감이 느껴지는 계절이 오면, 나도 유난히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도 가벼워져 활동량도 더 많아지게 된다. 특히 가정의 달이라서 가장 가까이에서 지냈던 가족들을 한번 생각하고 제대로 챙겨주는 달이다. 평소에 나는 거의 남자같이 무뚝뚝한 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성격이 누군가에게 이벤트를 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이벤트를 받는 것도 참 좋아한다. 예전에는 어린이날을 정말 좋아했지만, 무던해진 지 오래다. 대신 직장인이 되고 돈을 벌게 된 이후부터는 어버이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집 자식들은 부모님들께 어버이날이나 생신 때 용돈 몇백만여 원과 함께 깜짝 이벤트를 해준다. 나는 월급이 많지 않다 보니 이번 어버이날은 20만 원의 용돈을 엄마 아빠한테 드리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나는 뇌병변 중증 장애인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한테 직접 이벤트를 해드리지 못한다. 엄마 아빠 계좌로 이체해 드려도 되지만 이벤트를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멋없음이 싫었다. 직접 이벤트를 못 해주다 보니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막상 대신 부탁할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내 마음이 인스타그램에도 전해졌을까. 내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4월 벚꽃 사진을 혜인이라는 친구가 제일 먼저 하트를 누른 게 들어왔다. 하트를 설레는 마음에 안고서 친구에게 먼저 카톡으로 연락했다. 용돈 박스에 든 돈봉투에 현금 40만 원을 넣어 택배로 보내달라는 내 부탁을 친구는 흔쾌히 들어줬다. 그래서 친구한테 미리 장미 꽃다발 용돈 박스를 카톡 선물하기로 보내고 친구 계좌에 40만 원을 이체했다.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 아빠한테 이벤트 해줄 생각에 내 마음도 장미처럼 빨갛게 점점 부풀어 올랐다.

드디어 어버이날 하루 전날인 57, 친구가 보낸 장미 꽃다발 용돈 박스가 우리 집으로 택배 배송이 됐다. 엄마가 택배를 집 안으로 들여와서 택배를 뜯었다. 뜯은 용돈 박스가 계속 두근두근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용돈 박스에 떨리는 작은 내 마음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평상시에 아무렇지 않게 택배를 뜯고 박스를 버리는 엄마가 용돈 박스를 꺼내며 붉은빛의 수줍은 미소를 보인다. 그 시간에 아빠도 집에 있었기에 엄마의 미소가 아빠에게도 자연스럽게 옮겨져 옆으로 가득 퍼져 나간다.

엄마 아빠는 장미 꽃다발 속에 든 용돈 40만 원을 20만 원씩 나눠 가지면서 나에게 고마움이 들어간 작은 애정 표현을 한다.

 

은비야 고마워

 

이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은 비로소 장미 꽃다발처럼 환하게 널리 퍼져갔다. 엄마는 박스에 든 장미 조화 판을 꺼내 거실 한가운데에 놓는다. 가족들이 평소에 성격이 무뚝뚝한 편이라서 애정 표현을 안 해 그동안 숨겨왔던 가족 간의 사랑이 집안에서 활짝 피어올랐던 순간이었다.

나는 우리 집 거실 중앙에 놓여있는 빨간 장미 조화 판을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곤 한다. 빨갛게 도드라진 장미꽃들처럼 우리 집안의 분위기도 언제까지나 항상 붉은빛 사랑의 분위기가 내내 감돌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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