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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불교 쪽에 가까운 사람이 되다    
글쓴이 : 일산김정희    12-09-14 22:35    조회 : 7,775
 
그 해 봄은 더디게만 왔다.
우울했다. 왜 우울했는지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그 이유는 잊었지만 하여간 많이 우울했었고 그 때 찾은 곳이 강화 석모도 보문사였음은 확실히 기억한다. 불교 신자가 아닌 내가 보문사를 찾은 까닭은 철 이른 바닷가를 청승맞지 않게 혼자 볼 수 있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썹바위 마애불 앞에서 바다를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싶었다.
 
더디기만 한 봄이었지만 이미 대지는 봄을 안고 있었다. 비포장도로였던 보문사 가는 길은 봄을 품은 땅으로 인하여 수렁이 되어 있었다. 그 땅은 보문사를 향하던 버스를 잡고서 놓아주지를 않았다. 헛바퀴 만 돌리고 있는 버스는 자신의 힘으로는 그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
“젊은 남자 손님들 내려서 버스를 밀어주세요.”
버스 기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버스에 타고 있었던 젊은 남자들을 내리게 하였다. 모두 내려서 밀라는 기사의 주문이 없었음을 그저 감사하며 창 밖의 남자들을 멀거니 내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 버스 안의 한 스님이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됩니다. 버스 안에 있는 우리들도 마음을 합쳐야합니다. 내가 하나, 둘, 셋을 하면 모두 힘을 모아 마음을 모아 ‘영차’하고 외칩시다.”
“하나, 둘, 셋” “영차”
"하나, 둘, 셋“ ”영차“
버스는 마침내 빠져 나왔고 버스 안의 우리는 모두 동지가 된 기분이었다.
 
봄의 수렁을 이긴 것은 버스 엔진의 힘도, 버스를 민 젊은 남자들의 힘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는 말도 안되는 유치하기만 한 내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그 날 보문사 마애석불 눈빛이 머무는 서해 바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져주는 치유의 바다였다. 그 바다가 치유의 바다였던 까닭은 부처님과 같이 바라보는 바다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사랑해야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 인 것을 깨닫게 한 그 사건 때문이리라.
 
나는 그날 결정했다. 나는 비교적 불교 쪽에 가까운 사람 되기로 .
 

이순선   12-09-15 23:53
    
정희씨! 이렇게 짧은 글로도 강한 메세지를 줄수 있다니 그대의 재치있는 글솜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렇지요 !.사람의 마음이지요.
그 마음속에 진실한 사랑이 있다면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지요.
그 마음으로 우리 일산반이 하나가 되어서 갈 수 있다면  어디엔들 못 가겠어요.
지나간 삶의 치유의 바다인들 못 가겠어요.
우리도 한 마음으로 버스안의 승객처럼" 하나, 둘, 셋"!

긴 머리를 팔랑거리며 저를 도와준 정희씨!
벌써 일산반에 마음이 와 있지요?.
사랑 하고 축복합니다.
안정연   12-09-16 02:03
    
김선생님! 아니 그 나이보다 1ㅇ년은 젊게 보여 놀랐습니다.
발랄함과 거침없는 말솜씨와 모습은 영낙없는 젊은이였습니다.
글도 거침없이 잘도 쓰시는군요.
열심히 배우시고 필력을 길러서 좋은 글 많이쓰시고 이름도 날려 보세요.
김인숙   12-09-16 22:45
    
짧은 한 마디 글에 전달하고픈 모든 것이 끝났으니 정말 매력 있어요.
우린 너덜구레한 쓰레기 글로 혼미하게 만드는 재주를
타고 났나 봐요.
이젠 저도 좀  싹뚝 자르는 가위 하나 준비 해야 겠어요.
매력 만점 이예요.
김성희   12-09-19 23:13
    
함께한 사람들에게서 마음을 보고, 느꼈군요.
좋았던 기억을 많이 가지면 삶도 덩달아 넉넉해 지겠죠.
상큼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앞으로 좋은글 기대합니다.
오윤정   12-09-20 10:36
    
선생님의 첫 글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위트와 자유로움이랄까?
글 한번 쓰실 때마다
대단한 점프력을 보여주시더니
이번 글에서는 짧은 글속에서
많은 것을 담아 내시네요.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한지황   12-09-20 21:10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잇었지요.
작년 겨울 가족들과 강원도로 겨울여행을  떠낫는데
갑자기 폭설이 쏟아내려 언덕길을 올라갈수가 없었어요. 
남편은 운전대를 잡고 아들과 딸 ,나 셋이 힘을 합쳐 끙끙대며 밀어서
겨우 올라갈 수 있었던 추억!
세상은 온통 하얗게 뒤덮였고 다니는 차도 없었던 외딴 곳
그래도  가족이 함께 있었기에 전혀 두렵지 않았지요.
아찔한 순간에도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것은
긍정적인 마음이라는 김정희님의 믿음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해준 글,잘 읽고 갑니다.
공인영   12-09-22 18:43
    
비교적 불교쪽에 가까이 가기로 한 정희씨, 응원합니다.
어느 날 불쑥, 인생의 등불을 밝혀주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책 한 줄의 문자향에서 삶의 방향을 잡게 되기도 하니
그것은 그렇게 되기를 열망하는 사람만이 얻는 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 소망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축복일지도요.^^;;

벗들의 칭찬을 모아보니 발랄하고 재치있고 웃음 가득한
어여쁜 분이 확~~~~실하다는 생각입니다.
나이들수록 겸허하게 자신의 내면을 자주 바라보려고 한다면 
우리 삶은 큰 욕심을 줄이고도 풍요롭고 가득한 행복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김정희님께 그런 것들을 기대해도 좋은 것 같은데요.^^
가장 중요한 그대의 마음결들, 열심히 쓰고 채색하며
일산반에서의 생활이 재밌고 유익하길 빌어드려요. 파이팅!
이은숙   12-09-26 08:47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짧은 글이 주는 선명한 힘을 보았습니다.
궂이 길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완성도 높고 공감할 수 있는 멋진 글이 될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도 너무 근사해요. '비교적 불교에 가까운 사람이 되다' !!!
너무 멋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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