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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하는 전시 퍼포먼스    
글쓴이 : 이루다    19-05-17 10:25    조회 : 4,274


소통하는 전시 퍼포먼스   

이 루 다 -


 

 나는 예술작품들이 있는 공간에 들어설 때면 몸에 새로운 기운이 들어차는 것만 같다.

 작품을 응시하는 동안 피사체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감각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났을 때는 까닭 모를 설렘도 느껴진다.

 한동안 일에 떠밀려 전시를 자주 관람하지 못한 게 아쉬워 지난 가을 런던에 머무는 동안에는 다리가 아파서 걷기 힘들 정도로 미술관을 돌아다녔다

 여러 차례 방문했던 런던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TATE MODERN(테이트 모던)은 템즈 강가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건물을 신관과 구관으로 개조하여 수많은 작품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공공문화시설이다익숙한 피카소로스코몬드리안앤디워홀백남준 작품들 외에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메인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넓은 Turbine Hall(터빈홀공간에서 Tania Bruguera(타니아 브루게러작가의 퍼포먼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타니아 작가의 작품이 흥미로웠던 것은 그 공간에 사람이 들어서지 않으면 진회색 바닥 외에는 어떤 작품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작가는 여러 명의 관람객들을 신발을 벗게 하여 설치된 바닥에 함께 누웠다가 일어나도록 이끌었고 그 자리에는 인체가 닿은 부분만 밝은 색의 자국이 남아 여러 개의 얼룩 같은 그림을 만들어냈다

 터빈홀에 설치된 타니아 작가의 바닥은 열에 반응하여 변색되는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사람의 체온으로 색이 변하는 바닥재였다참여자들의 그룹을 나눠 나란히 눕기도 하고 원형으로 눕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흩어져 구르기도 했다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큰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관람객들의 참여도가 높았고 자연스럽게 공동체로서퍼포머로서 움직이게 되는 상황이 감상자들도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참여자들은 자신의 체온으로 만들어낸 신체의 일부 모양을 한참 쳐다보곤 했는데 이런 행위 자체도 자신의 흔적을 돌아보는 듯 한 퍼포먼스로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졌다발자국몸자국을 비롯해 정지된 그림자 같기도 했던 이 작품은 관객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하여 이루어지는 행위로 하나의 큰 그림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작품을 대하는 호기심 어린 자세진지한 표정에서 다양한 메시지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지극히 인간중심인 나로서는 사진도그림도 풍경이나 추상화보다 사람의 몸얼굴의 형체가 나타나는 작품에 강하게 끌리는 편이다정지되어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에 눈길이 가는 것이 본능이기도 하지만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전시공간은 작품을 여러 시각으로 더 깊이 감상할 수 있고 생기를 느낄 수 있게 되는 ‘살아있는 미술관’으로서 더 많은 영감을 받게 한다

 타니아 작가의 작품이야말로 눈으로 보기만 하는 전시회가 아닌 관람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그들이 곧 작가가 되고 작품을 진행시키는 중요한 구성원이 되는 작품이다감상자이자 참여자가 된 이들에게 이번 퍼포먼스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고 함께 만들어낸 작품으로 오랜 여운이 남을 것이다

 

 이렇듯 창작자가 단순히 문화생활 향유의 기회를 주는 것만이 아니라 관객의 자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어야 한다예술을 더욱 친숙하게 하는 소통이 앞으로의 문화 예술 산업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아닐까.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젊은 층의 관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SNS의 인증 샷을 올리는 문화여가생활의 트렌드가 된 만큼 관객들은 점점 더 새로운 작품 감상의 경험을 기대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예술의 형태와 의미가 바뀌듯 전시와 공연의 형식도 계속 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국내에서도 젊은 아티스트들이 예술적 실험과 관객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융합된 복합적 퍼포먼스가 많이 시도되고 기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민지   19-05-17 22:13
    
이루다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공감이에요. 창작자가 관객에게 소통의 기회를 주는 공연이나 전시가 개인적으로도 훨씬 더 재밌더라구요.  이루다 선생님의 함께 하는 공연, 기대해보겠습니다^^
공해진   19-05-22 14:19
    
소통으로
관객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주제가 흐릅니다.
건필바라며
자기 분야를 너무 사랑하사 애정을 느끼게 합니다.
박재연   19-05-23 08:05
    
느즈막히 올리셨네요. 첫 작품 축하합니다. 글쓰는 예술가로서 새로운 영역을 일궈나가시고 아울러 회원들에게도 새롭고 참신한 자극이 되리라 기대됩니다  파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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