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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우스 쾅! 쾅!    
글쓴이 : 김은비    26-08-31 09:52    조회 : 10

마우스 쾅! !

 

김은비

 

줄다리기의 묘미는 긴장감이다. 줄이 어느 한 팀으로 기울어지기 전에 긴장하면서 지켜보는 게 경기의 재미다. 뇌병변 장애가 있어서 신체적인 제약이 있는 나는 학교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씨름, 줄다리기 등을 할 때마다 직접 우리 팀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먼 곳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런 긴장감은 스포츠나 체육대회 경기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다. 어른이 되어서 알고 보니 줄다리기는 경기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임이 아니었다.

나와 엄마의 심리적인 줄다리기는 예전부터 팽팽하게 이어져 오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여유를 두고 즐기면서 일을 마무리하는 편이다. 엄마는 미리 일을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편이라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나하고 정반대라 충돌할 때도 많았다. 고집이 센 나는 학교 과제를 하거나 약속이 생겨도 내 방식대로 처리하곤 했다. 30대가 되어 직장인이 되어서도 똑같았다.

엄마는 이런 내가 맘에 안 들어서 보이지 않는 묘한 신경전이 일상에서 길게 이어졌다.

그런데, 충격적인 일이 결국 생기고 말았다.

아뿔싸, 살면서 이런 일이 생길 줄 예상이나 했단 말인가. 드디어 살면서 길게 이어졌던 나와 엄마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고 만 것이다!

2026324일 아침 850.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재택근무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갑자기 ! !’ 소리가 나면서 마우스가 책상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세게 떨어지는 바람에 마우스는 고장이 났다. 다행인 건 똑같은 마우스를 미리 사둔 게 있어서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 무단결근을 면했다. 원래 859분까지 출근 체크를 해야 하는 데 뜻하지 않은 마우스 사건으로 921분에 출근 체크를 해 지각이라는 표시를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엄마는 쯧쯧. 네가 맨날 게으름 피우고 늦잠 잘 때부터 알아봤다.”라고 말하면서 새 마우스에 건전지를 넣고 바꿔 주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다시 의자에 앉아서 출근 체크를 하자마자 회사 담당자분들께 지각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카톡을 보냈다. 답장은 괜찮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생기면 모바일 크롬으로 들어가셔서 출근 체크를 하시면 됩니다였다. 애초에 순발력도 없던 나는 그런 생각도 미처 하지 못했다. 절대로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았던 나와 엄마의 줄다리기는 엄마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사실 마우스를 세게 떨어트려서 고장이 난 건 예전에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 !’ 소리가 유독 마음에 깊게 박혀 들어 왔다. ‘머리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평소와 같이 업무를 이어갔다. 상황이 왠지 모르게 어이가 없었다. 아프면서도 치료가 되는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막 나쁘지도 않은데 기쁘지도 않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일을 다 끝내고 퇴근하고 나서도 ‘‘! !’ 소리가 잠들 때까지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날, 나는 출퇴근을 하면서 처음으로 지각을 했지만, 위험한 순간이 생길 때마다 보호해 줄 경고음이라는 선물을 마음에 비축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간혹 마음속에서도 ! !’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는 아마 살아가는 동안 위험할 때마다 나는 나를 지켜주기도 하는 경고음이 되지 않을까. 나는 아직 살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몇 번이나 더 있을지 잘 모른다. ‘! !’ 소리에 놀라기엔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서도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앞으로 혼자 남겨질 나를 걱정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 !’ 소리가 되어 마음속 깊이 들어온 건 아닐까. 나는 이 ! !’ 소리를 함부로 쉽게 꺼내지도, 지우지도 못할 것이다. 무겁지만 한층 더 강해진 마음으로 내일을 향해 한 발짝 더 내디딜 것이다.

 

세상아, 어디 한 번 나랑 한 판 붙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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