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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지옥탈출    
글쓴이 : 서미숙    25-12-09 17:47    조회 : 22

                                                                 개미 지옥 탈출

 

                                                                                                              서 미숙 (천호반)

 대학원 졸업 필수 요건이 있다. 첫째, 논문을 쓴 뒤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둘째, 전공 종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셋째, 학교에서 규정하는 영어시험 기준에 통과해야 한다. 학교에 가보니 졸업이 아닌 수료생들이 많았다. 학기 안에 논문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어도 나름 복병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가지씩 도장 깨기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영어였다. 영어는 시간도 제법 걸릴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토익점수를 제출하거나 대학원에서 보는 영어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아니면 대학원 영어 대체강좌를 듣고 중간, 기말고사를 통과해야 한다. 나는 대학원 대체강좌를 수강료를 내고 신청했다. 일찍 서둘러서 하기 위함이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과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듣는 것 중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나는 당연히집에서 수업하는 것으로 신청했다. 신청자는 30명 정도 되었다.

 우리 30명의 학생들은 그날부터 영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몇 주 전부터 공지사항이 문자로 발송되고 교재 구입 부터 줌으로 수업하는 방식과 규칙까지 까다로운 알림이 발송되었다. 워낙 공지사항이 강력했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수업 준비를 했다. 드디어 숨이 막힐 것 같은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영어 교수님의 출석으로 속속 컴퓨터 화면에 30명의 얼굴들이 보였다. 교수님은 한ㅇㅇ 교수님이다. 집에서도 남편과 아들들이 한 씨인데 교수님도 한 씨를 만난 것이다. 그런데 연예인 홍ㅇㅇ씨를 닮았다. 머리가 없고 시원했다. 하지만 눈망울은 초롱초롱 했다. 이어폰을 착용한 젊은 친구들도 있고 더러 나처럼 중년의 사람도 있었다.

 첫 수업에서 교수님은 수업 방식을 설명했다. 화면에서의 탈출을 1초도 안 봐준다고 했다. 지각, 결석은 수업 거부로 여겨 점수가 차감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귀를 귀울였다. 또 수업 참여도 핸드폰이나 외부에서의 접촉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과제를 안 해오면 그 또한 점수 차감이 될 거라고 했다. 듣는 내내 스트레스가 차올랐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그 뒤로 우리 모두는 도화지 만한 화면 속의 노예가 되었다. 화면에 문장을 띄우고 2초 안에 번역을 해야만 했었다. 교수님 마음대로 아무나 호명해서 번역과 문법을 시켰다. 틀리면 교수님의 잔소리가 귀를 찌르고 창피하기가 그지 없었다. 문법은 문법대로 머리가 아파왔다.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우리는 몇 달 동안 스파르타 교육을 받았다. 처음 수업시간에 중년의 전ㅇㅇ 선생이 소란스럽게 일어났다 앉았다 밖에 나갔다 들어갔다 우리 눈과 교수님의 눈을 거슬리게 하자 교수님의 경고가 무섭게 떨어졌다. 어째 불안했다. 첫 수업 때부터 만만하게 보는 듯했다. 저 자세로 끝까지 완주 할수 있을까 염려되었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30명의 학생들은 다크 써클이 내려오고 머리도 부스스 한 채로 화면 속의 출석으로 이어졌다.

 드디어 중간고사가 있던 날, 남편이 학교에 태워다주며 잘 보라고 응원한다. 나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강의실에 도착하자 교수님이 한 번에 알아 보시고 서 선생님 안녕하세요?”인사를 건네셨다. 화면 속의 인물들이 실물 영접의 순간이 온 것이다. 실물을 보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중간의 화장실을 갔다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ㅇㅇ선생이 아는 척을 한다. 이 선생은 지금 숨이 멎을 것 같아 강의실에 못 들어 가겠다고 했다. 디자인학과 박사 과정인데 영어가 자기 목을 조여올 줄 몰랐다며 하소연을 했다. 나 또한 그 말에 동의하며 우리는 하소연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화이팅하며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은 그야말로 쥐죽은 듯 조용히 모두들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교수님은 그동안 만났던 기간 동안 가장 편안하고 친절하셨다.

 시험지가 내 앞에 도착했다. 눈을 크게 뜨자고 다짐했다. 떨려오는 심장 소리는 나만의 것은 아니 었으리라. 여기저기 긴장 속에 펜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긴장감이 다가오니 나의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 수전증이 있었던가? 떨려오는 손은 이내 엉클어진 글씨체가 되고 집중에 집중을 하니 눈은 앞으로 쏟아졌다. 역시 모르는 것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나의 머리는 멈추어 버렸다. 단어의 뜻이 기억이 안난다.. ..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몇 분 남았다고 알려주셨다. 문제를 다 푼 사람들은 시험지를 내고 나갔다. 우리 몇 명은 남아 있었다. 몇 개의 문제는 펜이 가는 대로 써 버렸다. 그리고 교수님께 간단하게 인사드리고 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잠깐 벤치에 앉아 있으니 이ㅇㅇ 선생과 다른 여자 유ㅇㅇ 선생이 나왔다. 우리는 하소연의 장을 만들었다. 한참을 영어에 대해 이야기 했고 기말고사를 잘 보자고 다짐하며 헤어졌다.

 그 이후 계속되는 수업에 우리는 지쳐갔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다. 나는 턱걸이를 해서 기말고사 성적으로 승패가 갈리게 되었다. 그래서 더 집중해야만 했다. 하루종일 온통 영어 하는 날이 허다했다. 생활이 안 되었다. 누구 말대로 하얗게 불태웠다. 실패해서 또다시 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기말고사 날이 다가왔다. 나는 수전증을 예방하고 나가려는 심장을 잡아놓기 위해 약국에서 우황청심환을 사 먹었다. 모든 게 준비되었다. 적군이여 내게로 오라! 나는 씩씩한 장군이 되어 있었다. 절대로 떨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지만 그 긴장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첫 장부터 답이 훤히 보이는 게 아닌가? ! 신이시여 저를 사랑하시나이까? 번역도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몇몇 문제는 잘 모르겠다. 할 수 없이 손 가는 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교수님께 너무 감사해서 미리 사놓은 맛있는 호두 파이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다.

 조금 있으니 이 선생 유 선생이 기진맥진하며 나왔다. 거의 초토화 되어 있었다. 특히 유 선생은 기운이 하나도 없고 중간고사 때보다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알고 보니 며칠 전에 장염으로 고생해서 수액을 맞고 왔다고 했다. 시험 중에 화장실 갈까 봐 조마조마하며 시험 봤다고 했다. 웃으면 안 되는데 이 선생과 나는 까르륵 배를 잡고 웃었다. 지옥에서 탈출한 자들의 웃음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먼저 합격 소식을 본 사람이 톡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날이 되었다, 새벽 6시에 합격 소식을 보게 되었다. 나는 뛰어난 점수는 아니지만 합격했다. 너무 기뻤다. 사실 기말고사 보면서 합격을 예상했었다. 가족 단톡방에 세 남자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다. “축하한다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카톡이 왔다. 그렇게 졸업 요건 중 하나의 미션을 완성했다. 또 어느 구간에서 절망하고 힘들어 할지 모르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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